무술대회가 열리는 시간까지는 아직 기간이 이틀 정도 남았다는 이유 덕분에 가이는 시내에 마련된 체육관에서 혼자 단련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가끔 무술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외서 대련을 청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가벼운 수준이었고 피리아도 여기에 질 수는 없다는 듯이 끼어들어 다른 사람들과 열심히 겨루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대련을 끝낸 다음 한숨 돌리는 가이. 그러는 동안 피리아는 다른 사람들이랑 쉴 새 없이 대련을 하고 있었고 가이는 곁으로 가서 너무 그렇게 무리하면 나중에 쓰러질 수도 있으니 적당히 해 두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알았다는 대답만 한 다음 눈앞의 상대에 집중하는 피리아. 분명 기술만으로 보기에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에게 역시 부족한 것은 경험의 부재라는 것을 안 가이는 이런 상황이 그녀의 실력을 늘리는 것에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수련을 하는 동안 슈리는 메이에게 부탁을 해 가이를 비롯해 무술대회의 유력 우승자를 좀 알아봐 달라는 말을 했고 그런 지시를 내린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왔다. 그 종이에 적혀 있는 것은 이번 대회의 유력 우승후보와 그들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진 사람들. 슈리는 그 목록을 살펴보면서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은 많이 있다고 말을 한 다음 누가 이기더라도 이런 짓을 꾸민 자의 얼굴에 먹칠을 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누군지 알고는 있는 건가요?”
“응. 어제 멍청하게 한 놈이 붙잡혀 준 덕분에.”
그렇게 말을 하면서 마음 같아서는 당장 찾아가 저택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분명 문제가 커질 것이기에 그녀는 무술대회에서 가이를 통해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상당히 쪼잔 하다고도 할 수 있고 속이 좁다고도 할 수 있을 법 하기는 했지만 만약 그녀가 원래의 위치에 있다면 군대를 동원해 쓸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슈리와 메이. 메이는 특히나 피리아를 끌어안으면서 많이 힘들었을 테니 자신이 잘 하는 마사지로 주물러 주겠다고 했고 슈리는 가이에게 힘든 것은 없었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그런 것은 없었고 얼굴을 익힌 사람들도 있다고 대답을 하는 가이. 그 말에 그녀는 수고했다고 말을 하면서 목욕이나 식사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거냐고 물어봤다.
“둘 다 아니라면 역시 저?”
“아니, 그건 아니고. 일단 땀을 흘렸으니 몸부터 씻어두는 것이 좋겠지.”
가이의 대답에 조금은 불만이 있는 표정을 짓는 슈리. 그는 웃으면서 대회가 얼마 안 남은 시점이니 나름 컨디션 조절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을 한 다음 대회가 끝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슈리는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럼 정말로 뭐든지 원해도 되는 것이냐고 물어봤고 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그렇게 방에 들어가 노닥거리는 동안 메이는 피리아와 함께 샤워를 마친 다음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 주고 있었다. 상당히 좋은 솜씨에 거의 천국으로 가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피리아. 메이는 웃으면서 시원하냐고 물어봤고 피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금까지 받아본 것 중에 제일 시원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마사지를 마친 다음 졸음을 느끼는지 크게 하품을 하는 피리아. 메이는 웃으면서 그럼 오늘은 일찍 자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했고 피리아도 그 편이 좋겠다고 대답을 한 다음 메이의 품속으로 파고 들어가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어쩐지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는 그녀였지만 그것도 피리아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대가일 뿐이었다.
그렇게 다음날도 별 탈 없이 지나가고 무술대회 당일. 메이와 피리아, 슈리는 표를 구입해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단은 토너먼트라 시간이 적당히 갈 것이고 피리아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보면서 성장한다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까. 셋은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 처음 시작할 경기를 기다리면서 과연 어떤 사람이 먼저 나올 것인지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있었다.
“누가 가장 먼저 나올까요?”
“가이씨가 멋지게 나와 팍 해치워 버리면 좋을 텐데.”
“슈리. 일단 그건 나와 봐야 아는 일이라구요.”
슈리는 그런 희망 정도는 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하면서 메이에게 불만을 드러냈고 메이는 웃으면서 어차피 자신은 진실을 말을 한 것뿐이니 상관없다고 한 다음 기다리는 동안 입이 심심할 것 같으니 뭐라도 사오겠다고 했다.
피리아가 따라오려는 것을 말린 다음 장내에 설치된 매점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메이. 그녀는 계산을 다 마치고 들고 가려는 찰나 마족의 낌새를 느끼고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이 정도라면 이제 갓 중급으로 탈바꿈한 마족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보통의 인간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된다. 어쩌면 이런 거대한 이벤트를 노려 마력을 흡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 하지만 지금 당장 찾아내서 손을 쓰고 싶어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중에 직접 손을 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간식을 들고 오니 슈리가 이제 슬슬 1회전이 시작되려고 한다면서 원형의 링 양 끝에 서 있는 두 투사를 가리켰다. 한 명은 거구의 오크로 보통 사람은 들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도끼를 한 손으로 가볍게 다루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인간이었다. 물론, 그가 차고 있는 한 자루의 아주 긴 장검은 눈에 띄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저 사람 누구야?”
“사회자가 말하길 이곳 시장의 장남이래나.”
“권력을 이용해 출전을 시킨 건가. 치졸하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메이. 피리아는 자식이 멋지게 활약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은 부모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운동회 같은 곳에서 항상 부끄러울 정도로 응원을 했었다고 했다. 그 말에 그래도 권력을 저런 곳에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을 하는 메. 슈리도 고개를 끄덕인 다음 일단 승부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켜보자고 말을 했다.
“양쪽 다 룰은 숙지하고 있는 걸로 확인하고, 시합 시작합니다!”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는 것과 함께 사방을 가득 메우는 함성. 그런 함성 속에서 잘 생긴 미청년은 검을 꺼내 들고 그럼 슬슬 서로 죽여보자고 하면서 미소를 지었고 오크는 분수도 모르는 애송이가 겉멋만 들었다고 하면서 그런 얇은 검은 이 도끼로 산산조각을 내 주겠다고 했다.
“훗. 이 도시의 무술대회 최다 우승자인 나와 내 애검을 꺾을 수 있다면 해봐라.”
“겁을 상실한 애송이가 말도 많구나.”
그렇게 서로를 도발한 다음 천천히 거리를 좁히려고 하는 오크. 그러나 상대방의 검은 상당히 길어 접근하기에 조금 문제가 있었고 그는 어설프게 날아오는 칼질을 다 피하면서 이런 시시한 놈이 어째서 무술대회의 우승자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자만심을 드러내면서 손도발도 못 내미는 자신의 실력에 겁을 먹은 거냐고 말하는 청년. 오크는 거기까지 들은 이상 진지하게 상대해 줄 수밖에 없다고 하더니 냅다 도끼로 날아오는 검을 내리찍었다.
“뭣?! 내, 내 애검이!”
“흥! 지금까지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만 오늘 부터는 그렇게 안 될거다!”
“우, 웃기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서 부러진 검을 드는 청년. 하지만 오크는 그런 얇은 검으로는 자신의 피부에 흠집 하나 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을 한 다음 청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대로 어퍼컷을 날려 관중석으로 보내버렸다. 너무나도 간단히 결착이 난 승부에 모두들 놀란 표정을 짔고 있을 때 오크가 심판에게 판정 안 할 거냐고 물었고 심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다음 오크의 승리를 소리 높여 선언을 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피리아는 정말로 어이없게 끝나버렸다고 불평을 했고 메이는 저런 실력으로 봤을 때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하면서 이래서 실전 연습 같은 것도 해보지 않고 나서는 녀석은 곤란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슈리는 통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에 우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두근거린다고 말을 했다.
가이는 대기석에서 허무하게 끝나는 경기를 보고 고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저런 어처구니없는 실력으로 우승이라니, 분명 돈이라도 쥐어주거나 아니면 협박이라도 한 것이겠지. 하지만 올해는 하필이면 첫 상대가 오크라는 것이 가장 운이 없었다. 그들은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스스로의 신념을 바꿀 종족이 아니니까.
뒤이어 이어지는 2회전이 자신의 무대라는 것에 가이는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링으로 걸어갔다. 어둡고 좁은 통로를 지나 보이는 것은 환한 햇살.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링 위에 올라서니 반대편에서 눈을 두기에는 조금 곤란한 복장을 한 여성이 양손에 리볼버 한 자루씩을 들고 올라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흐음, 총도 허용이 되는 겁니까?”
“실탄은 아니지만요.”
가이의 말에 친절하게 대답하는 여성. 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이가 당장 눈을 둘 곳이 별로 없다는 것. 일단 소매가 없는 긴 옷을 위에 걸치고 있기는 했지만 하의는 무척이나 짧은 치마에 상의는 그냥 셔츠를 묶어놓은 상태. 이런 상대가 사실 제일 난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최대한 평정심을 붙잡고 빨리 끝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가이가 2회전에 나오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려다 상대편으로 상당히 몸매가 좋은 여성이 나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싸늘해지는 슈리. 피리아는 슈리에게 그래도 대전 상대일 뿐이니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말을 했지만 슈리는 혹시라도 이상한 광경이 연출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을 하면서 질투심에 가득 찬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심판의 시합 개시 선언과 함께 단번에 거리를 좁혀 들어가는 가이. 상대는 몇 발의 총탄을 날리려고 했지만 가이는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조준점을 흩뜨려 놓은 다음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파고들어 그대로 포스가 담긴 펀치를 날렸다.
“컥!”
짧은 신음성과 함께 링의 끝으로 날아가 처박히는 상대방. 가이는 손을 털면서 심판에게 어서 카운트를 세라고 했고 심판은 당황하면서도 일단 상대방 여성의 곁으로 다가가 카운트를 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끝난 일을 가지고 일일이 카운트까지 세어야 하나.”
“6! 5! 4!”
그렇게 카운트를 세는 동안 하품을 하던 가이는 상대방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포스가 담긴 주먹을 맞고도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기는 했지만 몸을 떨고 있는 상태로 봐서는 일어서는 것도 겨우. 저런 상태로 자신을 제대로 조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가이는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어 주기 위해 손을 총의 모양처럼 만들고 그 끝에 포스를 조금 모아 턱을 노리고 날렸다.
하지만 가이가 날린 기탄은 상대방에게 닿지 못하고 총알에 의해 막혀버렸고 가이는 조금 놀라면서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은 다음 확실한 일격을 노리기 위해 눈을 번득였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틀거리면서 총을 겨누는 그녀. 하지만 그보다도 가이의 손이 더 빠르게 양 손의 총을 떨어뜨린 다음 목을 가볍게 끊어 쳐서 기절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심판이 기절한 것을 확인한 다음 가이의 승리를 선언하고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달려와 여자를 실어가자 가이는 웃으면서 조용히 링을 나와 돌아갔다. 일단 이대로라면 다음 시합에서는 그 재수 없는 시장 아들을 박살낸 오크와 싸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을 하고 곧바로 몸을 풀기 위해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트레이닝 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이의 승리를 보고 어느새 표정이 풀어져서는 역시 이길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떠는 슈리. 메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 들었지만 일단 잘 싸웠다고 말을 한 다음 다음 경기를 마저 볼 거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어차피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니 보야 한다고 말을 하는 슈리. 피리아도 더 많은 사람들의 싸움을 보고 싶다고 했고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럼 자신은 남는 시간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했다.
화장실에서 느긋하게 소변을 본 다음 손을 씻고 나오는 메이. 조금 전 느낀 마족의 기운은 여전히 있었지만 특별히 더 강해지거나 한 낌새는 없었다. 자신처럼 기운을 잘 갈무리 하지 못하고 이렇게 대놓고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 햇병아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자신을 몰래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메이. 확신이 서지 않은 이상 움직일 수 없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우선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시합을 보고 난 다음 나오는 세 사람. 피리아는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말을 했고 슈리는 내일 있을 경기는 가이가 안 나오니 자신은 가지 않겠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어색하게 웃는 피리아와 메이. 우선은 여관으로 돌아가 쉬기로 결정을 내린 가운데 메이는 잠시 어디 좀 들렀다 오겠다고 하면서 가버렸고 피리아와 슈리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했지만 별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 생각하면서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떠나고 적막함만이 남은 경기장. 그 가운데의 링에 올라선 메이는 웃으면서 거이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 어서 나오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여성.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쉽게 들킬 줄은 몰랐다고 말을 하면서 역시 황가의 혈통은 뭐가 틀려도 틀리다는 말을 했다.
“혈통만은 아냐. 네 그 자극적인 마력이 내 주의를 끌었을 뿐.”
“이제 갓 중급이 된 터라 미숙해서 그렇답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웃는 여성. 하지만 메이는 웃지 않고 눈을 번뜩이면서 저질스러운 마력만 먹어치우는 하급 주제에 잘도 그런 소리를 지껄인다고 했고 그 말에 상대방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자신 같은 천민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을 한 다음 불만이 있다면 자신을 죽이고 빼앗아 가보라고 말을 했다.
“어머, 난 그럴 생각까지는 없는데?”
“표정은 그렇지 않은걸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 경계하는 상대방. 메이는 웃으면서 경계하는 것 정도로는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한 다음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무수히 나오는 촉수. 여자는 놀라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녀가 가진 마력으로 메이가 불러낸 촉수에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그녀는 사지가 묶인 채 항복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고 메이는 웃으면서 겨우 항복을 선언한 것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처녀구나. 희귀종인걸?”
“그, 그건….”
“후후훗. 그럼 그 모아둔 마력과 너의 생명. 고맙게 받아갈게.”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메이. 여성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을 치고 싶었지만 촉수가 순식간에 입을 막아 버렸고 무력하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면서 그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조금 늦게 돌아온 메이를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묻는 피리아와 슈리. 가이도 어느 틈에 돌아와 있었고 세 사람은 메이가 어딜 다녀 왔는지를 물었다. 그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뭔가 기분 나쁜 하급 마족 몇 마리를 척살하고 왔다고 대답을 한 다음 가이에게 오늘 제법 잘 했다는 칭찬을 해주는 메이. 가이는 메이의 머리에 손을 대면서 열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을 꺼냈다가 깔끔한 왼손 훅을 맞고 바닥에 굴러야 했다.
다음날, 피리아와 메이는 벌어지는 경기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슈리는 가이의 곁에서 그가 훈련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가이는 내일부터 상당히 강자들만이 남을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긴장을 놓치면 금방 탈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슈리는 웃으면서 자신이 응원하고 있으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한 자신감의 근거가 의심스러운 그였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을 하고 다시금 훈련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벌어지는 경기들을 보면서 피리아는 역시 세상은 넓다고 한 말이 실감이 난다면서 자신도 실력이 더 높아진다면 저런 곳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과 겨뤄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메이는 혹시라도 자신이 반대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그 말에 피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그야 우리 귀여운 피리아의 몸에 생체기가 나는 것은 안좋으니까.”
“부, 부끄러워. 메이 언니.”
귀를 숙이면서 얼굴을 붉히는 피리아. 그 모습이 역시나 사람의 심금을 뒤흔드는 덕분에 메이는 날아가려고 하는 이성을 억지로 붙잡으면서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고 단지 피리아는 귀여운 동생이라서 그런 것뿐이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순간 느껴지는 수많은 눈길. 메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슬쩍 주변을 둘러 봤는데 관중들 중 일부가 피리아를 보고 거친 숨을 내뿜고 있었고 일부는 아예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우와,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나중에 나가게 될 때 고생 좀 할 것 같다고 생각한 다음 피리아를 더러운 손아귀에서 지키는 방법을 열심히 궁리해야만 했다.
여관에 돌아온 피리아와 메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가이와 슈리. 가이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어봤고 그 말에 슈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피리아에게 발정해 쫓아오는 인간들을 때어내느라 조금 고생을 했다고 했다. 피리아는 그 눈길이 무서웠다면서 울먹이고 있었고 슈리는 곧바로 표정이 험악해지더니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걸리기만 하면 모조리 내시를 만들어 버릴 거라고 했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나처럼 대련을 끝낸 다음 한숨 돌리는 가이. 그러는 동안 피리아는 다른 사람들이랑 쉴 새 없이 대련을 하고 있었고 가이는 곁으로 가서 너무 그렇게 무리하면 나중에 쓰러질 수도 있으니 적당히 해 두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알았다는 대답만 한 다음 눈앞의 상대에 집중하는 피리아. 분명 기술만으로 보기에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에게 역시 부족한 것은 경험의 부재라는 것을 안 가이는 이런 상황이 그녀의 실력을 늘리는 것에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수련을 하는 동안 슈리는 메이에게 부탁을 해 가이를 비롯해 무술대회의 유력 우승자를 좀 알아봐 달라는 말을 했고 그런 지시를 내린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왔다. 그 종이에 적혀 있는 것은 이번 대회의 유력 우승후보와 그들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진 사람들. 슈리는 그 목록을 살펴보면서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은 많이 있다고 말을 한 다음 누가 이기더라도 이런 짓을 꾸민 자의 얼굴에 먹칠을 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누군지 알고는 있는 건가요?”
“응. 어제 멍청하게 한 놈이 붙잡혀 준 덕분에.”
그렇게 말을 하면서 마음 같아서는 당장 찾아가 저택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분명 문제가 커질 것이기에 그녀는 무술대회에서 가이를 통해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상당히 쪼잔 하다고도 할 수 있고 속이 좁다고도 할 수 있을 법 하기는 했지만 만약 그녀가 원래의 위치에 있다면 군대를 동원해 쓸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슈리와 메이. 메이는 특히나 피리아를 끌어안으면서 많이 힘들었을 테니 자신이 잘 하는 마사지로 주물러 주겠다고 했고 슈리는 가이에게 힘든 것은 없었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그런 것은 없었고 얼굴을 익힌 사람들도 있다고 대답을 하는 가이. 그 말에 그녀는 수고했다고 말을 하면서 목욕이나 식사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거냐고 물어봤다.
“둘 다 아니라면 역시 저?”
“아니, 그건 아니고. 일단 땀을 흘렸으니 몸부터 씻어두는 것이 좋겠지.”
가이의 대답에 조금은 불만이 있는 표정을 짓는 슈리. 그는 웃으면서 대회가 얼마 안 남은 시점이니 나름 컨디션 조절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을 한 다음 대회가 끝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슈리는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럼 정말로 뭐든지 원해도 되는 것이냐고 물어봤고 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그렇게 방에 들어가 노닥거리는 동안 메이는 피리아와 함께 샤워를 마친 다음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 주고 있었다. 상당히 좋은 솜씨에 거의 천국으로 가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피리아. 메이는 웃으면서 시원하냐고 물어봤고 피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지금까지 받아본 것 중에 제일 시원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마사지를 마친 다음 졸음을 느끼는지 크게 하품을 하는 피리아. 메이는 웃으면서 그럼 오늘은 일찍 자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했고 피리아도 그 편이 좋겠다고 대답을 한 다음 메이의 품속으로 파고 들어가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어쩐지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는 그녀였지만 그것도 피리아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대가일 뿐이었다.
그렇게 다음날도 별 탈 없이 지나가고 무술대회 당일. 메이와 피리아, 슈리는 표를 구입해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단은 토너먼트라 시간이 적당히 갈 것이고 피리아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보면서 성장한다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까. 셋은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 처음 시작할 경기를 기다리면서 과연 어떤 사람이 먼저 나올 것인지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있었다.
“누가 가장 먼저 나올까요?”
“가이씨가 멋지게 나와 팍 해치워 버리면 좋을 텐데.”
“슈리. 일단 그건 나와 봐야 아는 일이라구요.”
슈리는 그런 희망 정도는 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하면서 메이에게 불만을 드러냈고 메이는 웃으면서 어차피 자신은 진실을 말을 한 것뿐이니 상관없다고 한 다음 기다리는 동안 입이 심심할 것 같으니 뭐라도 사오겠다고 했다.
피리아가 따라오려는 것을 말린 다음 장내에 설치된 매점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메이. 그녀는 계산을 다 마치고 들고 가려는 찰나 마족의 낌새를 느끼고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이 정도라면 이제 갓 중급으로 탈바꿈한 마족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보통의 인간에게는 충분한 위협이 된다. 어쩌면 이런 거대한 이벤트를 노려 마력을 흡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 하지만 지금 당장 찾아내서 손을 쓰고 싶어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중에 직접 손을 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간식을 들고 오니 슈리가 이제 슬슬 1회전이 시작되려고 한다면서 원형의 링 양 끝에 서 있는 두 투사를 가리켰다. 한 명은 거구의 오크로 보통 사람은 들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도끼를 한 손으로 가볍게 다루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별다른 특징이 없어 보이는 인간이었다. 물론, 그가 차고 있는 한 자루의 아주 긴 장검은 눈에 띄기에 충분한 것이었지만.
“저 사람 누구야?”
“사회자가 말하길 이곳 시장의 장남이래나.”
“권력을 이용해 출전을 시킨 건가. 치졸하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메이. 피리아는 자식이 멋지게 활약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은 부모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운동회 같은 곳에서 항상 부끄러울 정도로 응원을 했었다고 했다. 그 말에 그래도 권력을 저런 곳에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을 하는 메. 슈리도 고개를 끄덕인 다음 일단 승부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켜보자고 말을 했다.
“양쪽 다 룰은 숙지하고 있는 걸로 확인하고, 시합 시작합니다!”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는 것과 함께 사방을 가득 메우는 함성. 그런 함성 속에서 잘 생긴 미청년은 검을 꺼내 들고 그럼 슬슬 서로 죽여보자고 하면서 미소를 지었고 오크는 분수도 모르는 애송이가 겉멋만 들었다고 하면서 그런 얇은 검은 이 도끼로 산산조각을 내 주겠다고 했다.
“훗. 이 도시의 무술대회 최다 우승자인 나와 내 애검을 꺾을 수 있다면 해봐라.”
“겁을 상실한 애송이가 말도 많구나.”
그렇게 서로를 도발한 다음 천천히 거리를 좁히려고 하는 오크. 그러나 상대방의 검은 상당히 길어 접근하기에 조금 문제가 있었고 그는 어설프게 날아오는 칼질을 다 피하면서 이런 시시한 놈이 어째서 무술대회의 우승자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자만심을 드러내면서 손도발도 못 내미는 자신의 실력에 겁을 먹은 거냐고 말하는 청년. 오크는 거기까지 들은 이상 진지하게 상대해 줄 수밖에 없다고 하더니 냅다 도끼로 날아오는 검을 내리찍었다.
“뭣?! 내, 내 애검이!”
“흥! 지금까지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만 오늘 부터는 그렇게 안 될거다!”
“우, 웃기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서 부러진 검을 드는 청년. 하지만 오크는 그런 얇은 검으로는 자신의 피부에 흠집 하나 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을 한 다음 청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대로 어퍼컷을 날려 관중석으로 보내버렸다. 너무나도 간단히 결착이 난 승부에 모두들 놀란 표정을 짔고 있을 때 오크가 심판에게 판정 안 할 거냐고 물었고 심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다음 오크의 승리를 소리 높여 선언을 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피리아는 정말로 어이없게 끝나버렸다고 불평을 했고 메이는 저런 실력으로 봤을 때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하면서 이래서 실전 연습 같은 것도 해보지 않고 나서는 녀석은 곤란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슈리는 통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에 우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두근거린다고 말을 했다.
가이는 대기석에서 허무하게 끝나는 경기를 보고 고소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저런 어처구니없는 실력으로 우승이라니, 분명 돈이라도 쥐어주거나 아니면 협박이라도 한 것이겠지. 하지만 올해는 하필이면 첫 상대가 오크라는 것이 가장 운이 없었다. 그들은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스스로의 신념을 바꿀 종족이 아니니까.
뒤이어 이어지는 2회전이 자신의 무대라는 것에 가이는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링으로 걸어갔다. 어둡고 좁은 통로를 지나 보이는 것은 환한 햇살.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링 위에 올라서니 반대편에서 눈을 두기에는 조금 곤란한 복장을 한 여성이 양손에 리볼버 한 자루씩을 들고 올라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흐음, 총도 허용이 되는 겁니까?”
“실탄은 아니지만요.”
가이의 말에 친절하게 대답하는 여성. 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이가 당장 눈을 둘 곳이 별로 없다는 것. 일단 소매가 없는 긴 옷을 위에 걸치고 있기는 했지만 하의는 무척이나 짧은 치마에 상의는 그냥 셔츠를 묶어놓은 상태. 이런 상대가 사실 제일 난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최대한 평정심을 붙잡고 빨리 끝내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가이가 2회전에 나오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려다 상대편으로 상당히 몸매가 좋은 여성이 나오는 것을 보고 표정이 싸늘해지는 슈리. 피리아는 슈리에게 그래도 대전 상대일 뿐이니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말을 했지만 슈리는 혹시라도 이상한 광경이 연출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을 하면서 질투심에 가득 찬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심판의 시합 개시 선언과 함께 단번에 거리를 좁혀 들어가는 가이. 상대는 몇 발의 총탄을 날리려고 했지만 가이는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조준점을 흩뜨려 놓은 다음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파고들어 그대로 포스가 담긴 펀치를 날렸다.
“컥!”
짧은 신음성과 함께 링의 끝으로 날아가 처박히는 상대방. 가이는 손을 털면서 심판에게 어서 카운트를 세라고 했고 심판은 당황하면서도 일단 상대방 여성의 곁으로 다가가 카운트를 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끝난 일을 가지고 일일이 카운트까지 세어야 하나.”
“6! 5! 4!”
그렇게 카운트를 세는 동안 하품을 하던 가이는 상대방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포스가 담긴 주먹을 맞고도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기는 했지만 몸을 떨고 있는 상태로 봐서는 일어서는 것도 겨우. 저런 상태로 자신을 제대로 조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가이는 최소한의 자비를 베풀어 주기 위해 손을 총의 모양처럼 만들고 그 끝에 포스를 조금 모아 턱을 노리고 날렸다.
하지만 가이가 날린 기탄은 상대방에게 닿지 못하고 총알에 의해 막혀버렸고 가이는 조금 놀라면서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은 다음 확실한 일격을 노리기 위해 눈을 번득였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틀거리면서 총을 겨누는 그녀. 하지만 그보다도 가이의 손이 더 빠르게 양 손의 총을 떨어뜨린 다음 목을 가볍게 끊어 쳐서 기절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심판이 기절한 것을 확인한 다음 가이의 승리를 선언하고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달려와 여자를 실어가자 가이는 웃으면서 조용히 링을 나와 돌아갔다. 일단 이대로라면 다음 시합에서는 그 재수 없는 시장 아들을 박살낸 오크와 싸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을 하고 곧바로 몸을 풀기 위해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트레이닝 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이의 승리를 보고 어느새 표정이 풀어져서는 역시 이길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떠는 슈리. 메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 들었지만 일단 잘 싸웠다고 말을 한 다음 다음 경기를 마저 볼 거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어차피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니 보야 한다고 말을 하는 슈리. 피리아도 더 많은 사람들의 싸움을 보고 싶다고 했고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럼 자신은 남는 시간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을 했다.
화장실에서 느긋하게 소변을 본 다음 손을 씻고 나오는 메이. 조금 전 느낀 마족의 기운은 여전히 있었지만 특별히 더 강해지거나 한 낌새는 없었다. 자신처럼 기운을 잘 갈무리 하지 못하고 이렇게 대놓고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 햇병아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자신을 몰래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메이. 확신이 서지 않은 이상 움직일 수 없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우선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시합을 보고 난 다음 나오는 세 사람. 피리아는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말을 했고 슈리는 내일 있을 경기는 가이가 안 나오니 자신은 가지 않겠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어색하게 웃는 피리아와 메이. 우선은 여관으로 돌아가 쉬기로 결정을 내린 가운데 메이는 잠시 어디 좀 들렀다 오겠다고 하면서 가버렸고 피리아와 슈리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 했지만 별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 생각하면서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떠나고 적막함만이 남은 경기장. 그 가운데의 링에 올라선 메이는 웃으면서 거이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 어서 나오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여성.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쉽게 들킬 줄은 몰랐다고 말을 하면서 역시 황가의 혈통은 뭐가 틀려도 틀리다는 말을 했다.
“혈통만은 아냐. 네 그 자극적인 마력이 내 주의를 끌었을 뿐.”
“이제 갓 중급이 된 터라 미숙해서 그렇답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서 웃는 여성. 하지만 메이는 웃지 않고 눈을 번뜩이면서 저질스러운 마력만 먹어치우는 하급 주제에 잘도 그런 소리를 지껄인다고 했고 그 말에 상대방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자신 같은 천민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을 한 다음 불만이 있다면 자신을 죽이고 빼앗아 가보라고 말을 했다.
“어머, 난 그럴 생각까지는 없는데?”
“표정은 그렇지 않은걸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 경계하는 상대방. 메이는 웃으면서 경계하는 것 정도로는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한 다음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무수히 나오는 촉수. 여자는 놀라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그녀가 가진 마력으로 메이가 불러낸 촉수에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 그녀는 사지가 묶인 채 항복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고 메이는 웃으면서 겨우 항복을 선언한 것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처녀구나. 희귀종인걸?”
“그, 그건….”
“후후훗. 그럼 그 모아둔 마력과 너의 생명. 고맙게 받아갈게.”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메이. 여성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을 치고 싶었지만 촉수가 순식간에 입을 막아 버렸고 무력하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면서 그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조금 늦게 돌아온 메이를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묻는 피리아와 슈리. 가이도 어느 틈에 돌아와 있었고 세 사람은 메이가 어딜 다녀 왔는지를 물었다. 그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뭔가 기분 나쁜 하급 마족 몇 마리를 척살하고 왔다고 대답을 한 다음 가이에게 오늘 제법 잘 했다는 칭찬을 해주는 메이. 가이는 메이의 머리에 손을 대면서 열이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을 꺼냈다가 깔끔한 왼손 훅을 맞고 바닥에 굴러야 했다.
다음날, 피리아와 메이는 벌어지는 경기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슈리는 가이의 곁에서 그가 훈련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가이는 내일부터 상당히 강자들만이 남을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긴장을 놓치면 금방 탈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슈리는 웃으면서 자신이 응원하고 있으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러한 자신감의 근거가 의심스러운 그였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응원해 주고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을 하고 다시금 훈련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벌어지는 경기들을 보면서 피리아는 역시 세상은 넓다고 한 말이 실감이 난다면서 자신도 실력이 더 높아진다면 저런 곳에 나가서 많은 사람들과 겨뤄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메이는 혹시라도 자신이 반대할지 모르겠다고 했고 그 말에 피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그야 우리 귀여운 피리아의 몸에 생체기가 나는 것은 안좋으니까.”
“부, 부끄러워. 메이 언니.”
귀를 숙이면서 얼굴을 붉히는 피리아. 그 모습이 역시나 사람의 심금을 뒤흔드는 덕분에 메이는 날아가려고 하는 이성을 억지로 붙잡으면서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고 단지 피리아는 귀여운 동생이라서 그런 것뿐이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순간 느껴지는 수많은 눈길. 메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슬쩍 주변을 둘러 봤는데 관중들 중 일부가 피리아를 보고 거친 숨을 내뿜고 있었고 일부는 아예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우와,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나중에 나가게 될 때 고생 좀 할 것 같다고 생각한 다음 피리아를 더러운 손아귀에서 지키는 방법을 열심히 궁리해야만 했다.
여관에 돌아온 피리아와 메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는 가이와 슈리. 가이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어봤고 그 말에 슈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피리아에게 발정해 쫓아오는 인간들을 때어내느라 조금 고생을 했다고 했다. 피리아는 그 눈길이 무서웠다면서 울먹이고 있었고 슈리는 곧바로 표정이 험악해지더니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걸리기만 하면 모조리 내시를 만들어 버릴 거라고 했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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