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한 다음 자세를 잡는 둘. 슈리는 관원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조용히 가이의 대련을 지켜봤다. 양쪽 다 움직이지 않는 숨 막히는 긴장감. 그 긴장감을 먼저 무너뜨린 것은 바로 가이였다.
“으랴압!”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곧바로 오른손으로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가이. 관장은 그것을 피해낸 다음 가이의 품안으로 파고들었고 가이는 거리를 벌리기 위해 몸을 살짝 뒤로 날리면서 왼발로 가볍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그 모든 것이 찰나에 이루어진 것. 슈리는 공방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눈을 원망하면서도 계속되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조용히 지켜봤다.
가이는 이곳의 관장을 상대하면서 비록 인간이기는 하지만 스피드나 파워 무엇 하나 자신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자신의 신체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그는 자신이 가진 이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 이어진 다음 관장과 가이는 잠시 거리를 벌리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만 체력적인 면에서는 역시나 가이가 앞서고 있는 것인지 그 호흡은 관장의 거친 호흡과는 다르게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고 그는 이 기세를 몰아 단번에 승부를 결정지을 생각으로 자세를 낮추고 단번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물론, 상대는 노련한 경험이 있으니 무턱대고 뛰어든다면 자멸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잠깐의 정적 후 동시에 서로를 향해 뛰어든 두 사람. 슈리는 완전히 긴장한 얼굴로 누가 이길 것인가를 바라봤고 둘은 순식간에 교차에 방금 상대방이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먼저 무릎을 꿇은 것은 관장. 관원들은 관장에게 모여들어 괜찮냐고 물어봤고 관장은 괜찮으니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면서 나이를 먹어 몸이 무뎌져 있을 뿐이라고 말을 했다.
“저, 그럼 가이씨가 이긴 건가요?”
슈리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 주는 한 관원. 슈리는 그제야 겨우 긴장을 풀고 호흡을 가다듬다가 슬슬 아래쪽에서 오는 반응에 얼굴을 붉히면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화장실이 어딘지 알려 달라고 말을 했고 그 모습에 관장은 물론, 가이도 조금은 맥이 풀린 표정을 지었다.
슈리가 화장실에 가 있는 동안 관장과 가이는 악수를 하면서 서로에게 한 수 배웠다고 말을 했다. 가이는 간발의 차로 자신의 일격이 먼저 들어갔을 뿐이라고 하면서 만약에 관장이 지쳐있지 않았다면 쓰러지는 것은 자신이 되었을 거라고 말을 했고 관장은 웃으면서 그럴지 아닐지는 그 때가 아니면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모처럼 실력이 좋은 젊은 친구와 후회없이 권을 나눌 수 있는 것으로도 만족했다고 했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서 슈리에게 화장실에 가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렇게 빠져 있었느냐고 묻는 가이. 슈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제발 그런 것은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그 모습이 그의 눈에는 조금 귀엽게 비친 탓인지 가이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줬다. 그런 그의 행동에 또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슈리. 그는 슬슬 저녁시간이니 돌아가서 메이와 피리아를 데리고 오자고 했고 슈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서 여관으로 가자고 했다.
여관에 가서 슈리가 방 안으로 들어오니 피리아가 슈리의 품에 꼬옥 안겨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상당히 좋은 광경을 봤다고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내리는 코피를 간신히 막은 다음 두 사람을 깨우는 슈리. 피리아와 메이는 눈을 부비면서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봤고 슈리는 슬슬 저녁식사를 하러 갈 시간이라고 말을 하면서 어서 정신 차리고 일어나 식사를 하러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근데 슈리 언니. 코피 흘렸어요?”
“아, 멍하니 있다가 가로등에 부딪쳐서.”
“가이는 그런 것도 안 막고 뭘 한 거죠?”
눈에 쌍심지를 켜면서 역시나 안심하고 맡길 수는 없다고 말을 하는 메이. 슈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잠깐 화장실 갈 때 부딪친 것이라고 둘러댔고 메이는 한숨을 쉬면서 그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다음부터는 조금 주의해서 다니라고 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두 사람의 자는 모습을 보고 코피를 쏟았다는 것은 죽어도 말을 할 수 없다고 속으로 다짐하는 그녀. 그런 슈리의 속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둘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식당에서 가이가 이곳에 있는 도장에서 벌인 대련에 대해 이야기하는 슈리. 가이는 그런 것은 그다지 대단한 이야기도 되지 않고 그저 부끄러울 뿐이니 그만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두 사람에게 가이와 그 관장의 대련장면에 대하여 말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 중 그렇게 흥미진진한 전투는 처음 봤다고 말을 했다.
피리아는 그 말을 들으면서 역시나 가이의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했고 메이는 그래도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아 안심했다고 하면서 슬쩍 신경을 긁어 봤지만 가이는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슈리에게 부끄러우니 앞으로 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말을 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그런 태도에 당장이라도 식탁을 엎어버리고 날려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메이. 하지만 피리아가 웃으면서 맛있다고 한 입 먹어보라고 내민 포크에 그녀는 그런 원한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헬렐레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먹었다.
“메이 언니. 맛있어요?”
“응. 제법 괜찮네.”
“아, 혼자서 피리아에게 받아먹고! 치사해! 메이.”
“에헤헤~. 슈리 언니도 아~.”
어느 틈에 벌어진 훈훈한 광경. 가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나 살아있는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린 다음 접시에 남아있는 자신의 몫을 조용히 비워나갔다. 그러는 동안 어느 틈에 슈리와 메이는 피리아를 두고 미묘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저녁식사를 한 다음 돌아와 누가 먼저 샤워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피리아와 슈리, 메이. 메이는 어차피 할 거면 다 함께 들어가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말을 꺼냈고 슈리는 안에 그 정도의 공간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서 혹시라도 좁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메이에게 물었다. 그 말에 메이는 그렇다면 자신의 마법으로 적당히 공간을 왜곡시키면 된다고 하면서 셋이 같이 들어가자고 했고 피리아도 같이 들어가자고 하는 덕분에 슈리는 한숨을 쉬면서 알았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작은 욕조가 있는 화장실 자체의 공간만을 간섭해 변화시키는 메이의 마법. 그 실력에 슈리와 피리아는 감탄을 했고 메이는 가슴을 펴면서 이 정도는 상급 마족들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일상생활에 주로 이 능력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을 했다.
“하아~. 온도도 딱 좋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메이 언니 멋져요.”
피리아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솔직하게 기쁜 마음을 드러내는 메이. 슈리는 그런 메이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나 그 때 계약을 맺기를 잘 했다고 말을 했고 메이는 얼굴을 더욱 붉히면서 그 때의 일은 부끄러우니까 되도록이면 꺼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다 씻고 난 다음 슈리는 피리아를 끌어안고 낮에는 메이의 품에 안겨 있었으니 밤에는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했고 그 말에 메이가 정색을 하면서 아무리 슈리라고 하더라도 피리아를 독점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고 말을 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에 당황하는 피리아. 둘은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결국 피리아를 가운데 두고 자는 것으로 타협을 봤고 정작 당사자인 피리아는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여자들이 그렇게 피리아를 두고 옥신각신 다투는 동안 가이는 몸 여기저기에 있는 멍을 주무르면서 역시나 상대가 만만하지 않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몸이 버텨주질 못했다면 아마 자신이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르는 날카로운 일격. 역시나 오랜 경험에서 얻어지는 감각이라는 것은 젊음의 패기를 위협할 정도의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는 천천히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잠이 든 밤. 아무도 없는 거리에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마족이 느긋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다. 그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요즘은 적당한 먹이가 없다고 한탄하다가 한 여관 앞에 멈춰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더니 안광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 안광은 투시마법을 써서 집약된 마력이 방출되는 것 때문에 보통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 그는 별로 거리낌 없이 마법을 쓰고 있었다.
“호오, 설마 메데이아가 있었을 줄이야. 거기다 지금은 곤궁해진 제국의 황녀까지.”
그는 제법 괜찮은 먹이를 찾았다면서 입맛을 다시다가 자신의 어깨를 잡는 두툼한 손에 긴장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전신에 위압적인 투기를 두르고, 암석으로 된 것 같은 몸을 가진 자가 고개를 저으면서 그의 행동을 말리고 있었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뭣하면 여기서 결착을 지어도 상관없다고 말을 했다.
“덤으로 인간을 죽여서 내 마력도 좀 보충하고.”
“흥. 감히 왕인 이 레반테인에게 덤비다니. 정신이 나갔구나. 로이드 대공.”
“대공인 내가 왕인 그대보다 힘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자 스스로를 레반테인이라고 밝힌 그 거구의 사내는 주변이 경미하게 진동할 정도의 기운을 뿜으면서 이곳에 있는 인간의 안위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전력으로 로이드를 박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을 했고 그 말에 로이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모처럼의 좋은 먹이이자 욕구를 배출할 수 있는 상대를 두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물론, 언젠가는 먹어치울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 그. 레반테인은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하면서 황제의 딸에게 손을 대는 것의 결과를 그 몸에 직접 새겨주겠다고 했다.
“어이쿠 무서워라. 하지만 이미 계승권과는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황녀는 황녀. 너 같은 대공이 함부로 넘볼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녀의 잠재마력은 현 황족들 중 가장 강하니까.”
그 말을 듣고 정말로 그런 것이었냐고 말을 하면서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로이드. 그러면 더더욱 그 잠재마력을 먹어치우고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고 싶어지지 않느냐고 하면서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발밑에 굴복시켜 지금의 황족에게 최대의 굴욕을 안겨주는 것과 함께 다음의 황제는 자신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을 하면서 가볍게 박수를 치는 레반테인.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중무장한 병사들이 사슬로 로이드를 포박했고 그는 전신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조심성이 없군. 로이드.”
“당신, 날 속인건가!”
“속인 것이 아니라 그저 네 밑의 녀석들을 모조리 두들겼을 뿐이지.”
그 말에 표정에 절망의 빛을 띄우는 로이드. 레반테인은 병사들에게 압송하라고 하면서 원한다면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상관없다고 말을 했고 병사들은 아무 말 없이 명령을 받은 채 로이드와 함께 사라졌다.
간밤에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네 사람은 느릿느릿 일어나서 출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메이는 뭔가 익숙한 느낌이 바깥에서 느껴지는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시내로 시선을 향했지만 별달리 특이한 것은 없었고 그녀는 자신의 감이 너무 예민해진 것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느긋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다음 출발한 네 사람. 도시를 나와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 상태라면 언니가 있는 곳에는 금방 갈 수 있겠다고 말을 하는 피리아. 메이는 피리아의 언니가 누구인지 물어봤고 그 질문에 루나의 이름을 대는 그녀.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최근 커지고 있는 라이브라 상회의 안방마님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어라? 그건 저희 형부가 운영하는 곳인데요?”
“그렇구나.”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피리아가 의외로 아가씨 집안이라고 말했고 그녀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했다. 슈리는 그런 이야기는 적당히 하자고 하면서 뒤쳐진 둘에게 발걸음을 빨리 할 것을 주문했고 둘은 앞에 가고 있는 가이와 슈리에게 따라 붙으면서 둘에 관해 또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은 다음 해가 중천이 되어 슬슬 배가 고파진 일행. 자리를 깔고 앉아서 식사를 하려니 어슬렁거리면서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가이는 한 숨을 쉬면서 식전 운동이라도 해야겠다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가이의 움직임 보다 더 빠르게 메이가 마법을 날려 마수들을 일격에 완전 산산조각 낸 다음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이를 바라봤고 그는 어쩐지 자신이 진 느낌이 들어 다른 마수가 주변에 있는지 살펴봤지만 방금 전 메이의 일격으로 마수들은 모조리 전멸한 상태였다.
“적어도 누군가를 지킨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가이를 내려다보는 메이. 가이는 그 시선에 무언가 심각할 정도로 굴욕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병조림의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퍼먹기 시작했다.
병조림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다음 다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네 사람. 가이는 오늘 안으로는 다음 마을에 도착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을 하면서 피리아에게 지도를 한 번 보여 달라고 했고 피리아는 지도를 꺼내서 세 사람 앞에 펼쳤다. 지도를 보던 가이는 지금 이 정도 왔을 테니 일단 3일 정도는 더 노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고 메이느 그런 귀찮은 짓 하지 말고 그냥 텔레포트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피리아가 반대하는 덕분에 결국 노숙을 하더라도 걸어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윽고 밤이 찾아오고, 저녁식사를 대충 때운 다음 주변에 마수가 있나 없나 가이가 잠깐 둘러보러 간 사이 메이는 마법으로 피리아와 슈리, 자신의 몸을 씻은 다음 말리는 것 까지 마무리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 다음 텐트 안에 모인 세 사람. 역시나 피리아를 두고 누가 끌어안고 잘 것인가에 관해 다툼이 잠깐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선은 같이 끌어안고 자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러는 사이 가이가 돌아와 텐트 바깥에서 침낭을 펼치고 있었고 슈리는 그에게 방어 결계를 걸어줘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 잠깐만 나갔다 오겠다고 말을 했다.
“근처에 일단 마수의 낌새는 없어. 물론, 밤에 어떤 녀석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오늘도 방어결계가 필요하겠네요.”
그 말에 잘 부탁한다고 하는 가이. 슈리는 웃으면서 결계를 거는 주문을 외운다음 가이와 간단히 키스를 나누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메이는 가이와 키스한 장면을 보고 당장이라도 가이의 면상에 주먹을 찔러 넣고 싶은 심정이기는 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슈리에게 미움 받을 것이 뻔하기에 그냥 피리아를 끌어안고 분을 삭였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네 사람이 자는 곳 주변으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나타나더니 이내 원형으로 빙 둘러싸고 바깥을 본 채 서 있었다. 모두들 깊이 잠이 들어 있어서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것은 꿈에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게 밤은 조용히 지나갔다.
아침이 되어 모두들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는 동안 가이는 누군가가 이곳에 왔었다는 흔적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이미 멀리 사라진 것 같아 그냥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텐트 안에서 편하게 잔 세 명은 아무래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테고 그런 일을 말했다가는 분명 불안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메이는 익숙한 마족의 기운을 느끼고 지금 누군가가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손을 대지 않은 것이나 기운의 방향으로 봤을 때는 자신들을 해치려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을 일도 아니어서 그녀는 가이와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을 했다.
잠을 잔 자리를 정리하고 대충 식사를 한 다음 다시 가도를 따라 걷는 네 사람.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고 간간이 들리는 천둥소리에 가이는 아무래도 발걸음을 빨리 해야겠다고 말을 했지만 메이는 그럴 필요 없이 일단 텔레포트를 사용해 가까운 마을로 가서 우선은 비를 피하자고 말을 했다. 슈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피리아를 설득했고 피리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비를 계속 맞고 다니는 것은 좋지 않으니 텔레포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메이가 마법진을 전개하고, 그 안에 네 사람이 들어가자 백색의 빛이 네 사람을 감싸면서 가도 위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뒤이어 내리기 시작하는 비. 점점 강해지는 빗줄기 속에서 한 무리의 무장한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일단 도착한 다음 곧바로 여관을 찾는 네 사람. 다행스럽게도 여관은 가까운 곳에 있었고 일단 곧바로 들어가 세 명이 잘 수 있는 방과 1인실을 부탁했다. 그러자 주인은 3인실은 침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을 하면서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피리아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고 말을 하면서 우선 방부터 달라고 재촉을 했다.
방으로 들어와 짐을 풀고 우선은 손발을 먼저 씻는 세 사람. 메이는 씻은 다음 이제 비가 오니 어떻게 할 건고 두 사람에게 물었고 피리아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일단은 그냥 쉬어두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했다. 슈리는 마침 여유가 생겼으니 가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말을 했고 그 말에 메이는 그것만은 안 된다며 말리려고 했지만 슈리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가이가 있는 방으로 가버렸다. 그런 주인의 모습에 좌절하는 그녀에게 피리아는 복숭아 절임이 담긴 병조림을 내밀면서 너무 실망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고 했고 그 귀여운 모습에 메이는 주인이고 뭐고 지금 당장 피리아를 끌어안고 볼을 부비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어나 그걸 참느라 애를 써야했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으랴압!”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곧바로 오른손으로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가이. 관장은 그것을 피해낸 다음 가이의 품안으로 파고들었고 가이는 거리를 벌리기 위해 몸을 살짝 뒤로 날리면서 왼발로 가볍게 돌려차기를 날렸다. 그 모든 것이 찰나에 이루어진 것. 슈리는 공방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눈을 원망하면서도 계속되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조용히 지켜봤다.
가이는 이곳의 관장을 상대하면서 비록 인간이기는 하지만 스피드나 파워 무엇 하나 자신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자신의 신체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그는 자신이 가진 이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 이어진 다음 관장과 가이는 잠시 거리를 벌리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만 체력적인 면에서는 역시나 가이가 앞서고 있는 것인지 그 호흡은 관장의 거친 호흡과는 다르게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고 그는 이 기세를 몰아 단번에 승부를 결정지을 생각으로 자세를 낮추고 단번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물론, 상대는 노련한 경험이 있으니 무턱대고 뛰어든다면 자멸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잠깐의 정적 후 동시에 서로를 향해 뛰어든 두 사람. 슈리는 완전히 긴장한 얼굴로 누가 이길 것인가를 바라봤고 둘은 순식간에 교차에 방금 상대방이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먼저 무릎을 꿇은 것은 관장. 관원들은 관장에게 모여들어 괜찮냐고 물어봤고 관장은 괜찮으니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면서 나이를 먹어 몸이 무뎌져 있을 뿐이라고 말을 했다.
“저, 그럼 가이씨가 이긴 건가요?”
슈리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해 주는 한 관원. 슈리는 그제야 겨우 긴장을 풀고 호흡을 가다듬다가 슬슬 아래쪽에서 오는 반응에 얼굴을 붉히면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화장실이 어딘지 알려 달라고 말을 했고 그 모습에 관장은 물론, 가이도 조금은 맥이 풀린 표정을 지었다.
슈리가 화장실에 가 있는 동안 관장과 가이는 악수를 하면서 서로에게 한 수 배웠다고 말을 했다. 가이는 간발의 차로 자신의 일격이 먼저 들어갔을 뿐이라고 하면서 만약에 관장이 지쳐있지 않았다면 쓰러지는 것은 자신이 되었을 거라고 말을 했고 관장은 웃으면서 그럴지 아닐지는 그 때가 아니면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모처럼 실력이 좋은 젊은 친구와 후회없이 권을 나눌 수 있는 것으로도 만족했다고 했다.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서 슈리에게 화장실에 가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렇게 빠져 있었느냐고 묻는 가이. 슈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제발 그런 것은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그 모습이 그의 눈에는 조금 귀엽게 비친 탓인지 가이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줬다. 그런 그의 행동에 또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슈리. 그는 슬슬 저녁시간이니 돌아가서 메이와 피리아를 데리고 오자고 했고 슈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서 여관으로 가자고 했다.
여관에 가서 슈리가 방 안으로 들어오니 피리아가 슈리의 품에 꼬옥 안겨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상당히 좋은 광경을 봤다고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내리는 코피를 간신히 막은 다음 두 사람을 깨우는 슈리. 피리아와 메이는 눈을 부비면서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봤고 슈리는 슬슬 저녁식사를 하러 갈 시간이라고 말을 하면서 어서 정신 차리고 일어나 식사를 하러 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근데 슈리 언니. 코피 흘렸어요?”
“아, 멍하니 있다가 가로등에 부딪쳐서.”
“가이는 그런 것도 안 막고 뭘 한 거죠?”
눈에 쌍심지를 켜면서 역시나 안심하고 맡길 수는 없다고 말을 하는 메이. 슈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잠깐 화장실 갈 때 부딪친 것이라고 둘러댔고 메이는 한숨을 쉬면서 그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다음부터는 조금 주의해서 다니라고 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두 사람의 자는 모습을 보고 코피를 쏟았다는 것은 죽어도 말을 할 수 없다고 속으로 다짐하는 그녀. 그런 슈리의 속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둘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식당에서 가이가 이곳에 있는 도장에서 벌인 대련에 대해 이야기하는 슈리. 가이는 그런 것은 그다지 대단한 이야기도 되지 않고 그저 부끄러울 뿐이니 그만하라고 했지만 그녀는 두 사람에게 가이와 그 관장의 대련장면에 대하여 말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 중 그렇게 흥미진진한 전투는 처음 봤다고 말을 했다.
피리아는 그 말을 들으면서 역시나 가이의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했고 메이는 그래도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아 안심했다고 하면서 슬쩍 신경을 긁어 봤지만 가이는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슈리에게 부끄러우니 앞으로 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 말을 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그런 태도에 당장이라도 식탁을 엎어버리고 날려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메이. 하지만 피리아가 웃으면서 맛있다고 한 입 먹어보라고 내민 포크에 그녀는 그런 원한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헬렐레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먹었다.
“메이 언니. 맛있어요?”
“응. 제법 괜찮네.”
“아, 혼자서 피리아에게 받아먹고! 치사해! 메이.”
“에헤헤~. 슈리 언니도 아~.”
어느 틈에 벌어진 훈훈한 광경. 가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나 살아있는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린 다음 접시에 남아있는 자신의 몫을 조용히 비워나갔다. 그러는 동안 어느 틈에 슈리와 메이는 피리아를 두고 미묘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저녁식사를 한 다음 돌아와 누가 먼저 샤워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피리아와 슈리, 메이. 메이는 어차피 할 거면 다 함께 들어가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말을 꺼냈고 슈리는 안에 그 정도의 공간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서 혹시라도 좁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메이에게 물었다. 그 말에 메이는 그렇다면 자신의 마법으로 적당히 공간을 왜곡시키면 된다고 하면서 셋이 같이 들어가자고 했고 피리아도 같이 들어가자고 하는 덕분에 슈리는 한숨을 쉬면서 알았으니 그렇게 하자고 했다.
작은 욕조가 있는 화장실 자체의 공간만을 간섭해 변화시키는 메이의 마법. 그 실력에 슈리와 피리아는 감탄을 했고 메이는 가슴을 펴면서 이 정도는 상급 마족들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일상생활에 주로 이 능력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을 했다.
“하아~. 온도도 딱 좋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메이 언니 멋져요.”
피리아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솔직하게 기쁜 마음을 드러내는 메이. 슈리는 그런 메이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나 그 때 계약을 맺기를 잘 했다고 말을 했고 메이는 얼굴을 더욱 붉히면서 그 때의 일은 부끄러우니까 되도록이면 꺼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다 씻고 난 다음 슈리는 피리아를 끌어안고 낮에는 메이의 품에 안겨 있었으니 밤에는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했고 그 말에 메이가 정색을 하면서 아무리 슈리라고 하더라도 피리아를 독점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고 말을 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에 당황하는 피리아. 둘은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결국 피리아를 가운데 두고 자는 것으로 타협을 봤고 정작 당사자인 피리아는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여자들이 그렇게 피리아를 두고 옥신각신 다투는 동안 가이는 몸 여기저기에 있는 멍을 주무르면서 역시나 상대가 만만하지 않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몸이 버텨주질 못했다면 아마 자신이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르는 날카로운 일격. 역시나 오랜 경험에서 얻어지는 감각이라는 것은 젊음의 패기를 위협할 정도의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는 천천히 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잠이 든 밤. 아무도 없는 거리에 조금은 특이하게 생긴 마족이 느긋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었다. 그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요즘은 적당한 먹이가 없다고 한탄하다가 한 여관 앞에 멈춰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더니 안광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 안광은 투시마법을 써서 집약된 마력이 방출되는 것 때문에 보통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 그는 별로 거리낌 없이 마법을 쓰고 있었다.
“호오, 설마 메데이아가 있었을 줄이야. 거기다 지금은 곤궁해진 제국의 황녀까지.”
그는 제법 괜찮은 먹이를 찾았다면서 입맛을 다시다가 자신의 어깨를 잡는 두툼한 손에 긴장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전신에 위압적인 투기를 두르고, 암석으로 된 것 같은 몸을 가진 자가 고개를 저으면서 그의 행동을 말리고 있었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뭣하면 여기서 결착을 지어도 상관없다고 말을 했다.
“덤으로 인간을 죽여서 내 마력도 좀 보충하고.”
“흥. 감히 왕인 이 레반테인에게 덤비다니. 정신이 나갔구나. 로이드 대공.”
“대공인 내가 왕인 그대보다 힘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자 스스로를 레반테인이라고 밝힌 그 거구의 사내는 주변이 경미하게 진동할 정도의 기운을 뿜으면서 이곳에 있는 인간의 안위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전력으로 로이드를 박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을 했고 그 말에 로이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모처럼의 좋은 먹이이자 욕구를 배출할 수 있는 상대를 두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물론, 언젠가는 먹어치울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 그. 레반테인은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하면서 황제의 딸에게 손을 대는 것의 결과를 그 몸에 직접 새겨주겠다고 했다.
“어이쿠 무서워라. 하지만 이미 계승권과는 상관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황녀는 황녀. 너 같은 대공이 함부로 넘볼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녀의 잠재마력은 현 황족들 중 가장 강하니까.”
그 말을 듣고 정말로 그런 것이었냐고 말을 하면서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로이드. 그러면 더더욱 그 잠재마력을 먹어치우고 자신의 인형으로 만들고 싶어지지 않느냐고 하면서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발밑에 굴복시켜 지금의 황족에게 최대의 굴욕을 안겨주는 것과 함께 다음의 황제는 자신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 말을 듣고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을 하면서 가볍게 박수를 치는 레반테인.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중무장한 병사들이 사슬로 로이드를 포박했고 그는 전신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조심성이 없군. 로이드.”
“당신, 날 속인건가!”
“속인 것이 아니라 그저 네 밑의 녀석들을 모조리 두들겼을 뿐이지.”
그 말에 표정에 절망의 빛을 띄우는 로이드. 레반테인은 병사들에게 압송하라고 하면서 원한다면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상관없다고 말을 했고 병사들은 아무 말 없이 명령을 받은 채 로이드와 함께 사라졌다.
간밤에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네 사람은 느릿느릿 일어나서 출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메이는 뭔가 익숙한 느낌이 바깥에서 느껴지는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시내로 시선을 향했지만 별달리 특이한 것은 없었고 그녀는 자신의 감이 너무 예민해진 것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느긋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다음 출발한 네 사람. 도시를 나와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 상태라면 언니가 있는 곳에는 금방 갈 수 있겠다고 말을 하는 피리아. 메이는 피리아의 언니가 누구인지 물어봤고 그 질문에 루나의 이름을 대는 그녀.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최근 커지고 있는 라이브라 상회의 안방마님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어라? 그건 저희 형부가 운영하는 곳인데요?”
“그렇구나.”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피리아가 의외로 아가씨 집안이라고 말했고 그녀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했다. 슈리는 그런 이야기는 적당히 하자고 하면서 뒤쳐진 둘에게 발걸음을 빨리 할 것을 주문했고 둘은 앞에 가고 있는 가이와 슈리에게 따라 붙으면서 둘에 관해 또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은 다음 해가 중천이 되어 슬슬 배가 고파진 일행. 자리를 깔고 앉아서 식사를 하려니 어슬렁거리면서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가이는 한 숨을 쉬면서 식전 운동이라도 해야겠다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가이의 움직임 보다 더 빠르게 메이가 마법을 날려 마수들을 일격에 완전 산산조각 낸 다음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이를 바라봤고 그는 어쩐지 자신이 진 느낌이 들어 다른 마수가 주변에 있는지 살펴봤지만 방금 전 메이의 일격으로 마수들은 모조리 전멸한 상태였다.
“적어도 누군가를 지킨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가이를 내려다보는 메이. 가이는 그 시선에 무언가 심각할 정도로 굴욕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병조림의 뚜껑을 열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퍼먹기 시작했다.
병조림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다음 다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네 사람. 가이는 오늘 안으로는 다음 마을에 도착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을 하면서 피리아에게 지도를 한 번 보여 달라고 했고 피리아는 지도를 꺼내서 세 사람 앞에 펼쳤다. 지도를 보던 가이는 지금 이 정도 왔을 테니 일단 3일 정도는 더 노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고 메이느 그런 귀찮은 짓 하지 말고 그냥 텔레포트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피리아가 반대하는 덕분에 결국 노숙을 하더라도 걸어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윽고 밤이 찾아오고, 저녁식사를 대충 때운 다음 주변에 마수가 있나 없나 가이가 잠깐 둘러보러 간 사이 메이는 마법으로 피리아와 슈리, 자신의 몸을 씻은 다음 말리는 것 까지 마무리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 다음 텐트 안에 모인 세 사람. 역시나 피리아를 두고 누가 끌어안고 잘 것인가에 관해 다툼이 잠깐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선은 같이 끌어안고 자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러는 사이 가이가 돌아와 텐트 바깥에서 침낭을 펼치고 있었고 슈리는 그에게 방어 결계를 걸어줘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 잠깐만 나갔다 오겠다고 말을 했다.
“근처에 일단 마수의 낌새는 없어. 물론, 밤에 어떤 녀석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오늘도 방어결계가 필요하겠네요.”
그 말에 잘 부탁한다고 하는 가이. 슈리는 웃으면서 결계를 거는 주문을 외운다음 가이와 간단히 키스를 나누고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메이는 가이와 키스한 장면을 보고 당장이라도 가이의 면상에 주먹을 찔러 넣고 싶은 심정이기는 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슈리에게 미움 받을 것이 뻔하기에 그냥 피리아를 끌어안고 분을 삭였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네 사람이 자는 곳 주변으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나타나더니 이내 원형으로 빙 둘러싸고 바깥을 본 채 서 있었다. 모두들 깊이 잠이 들어 있어서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것은 꿈에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게 밤은 조용히 지나갔다.
아침이 되어 모두들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는 동안 가이는 누군가가 이곳에 왔었다는 흔적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이미 멀리 사라진 것 같아 그냥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텐트 안에서 편하게 잔 세 명은 아무래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테고 그런 일을 말했다가는 분명 불안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메이는 익숙한 마족의 기운을 느끼고 지금 누군가가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론 손을 대지 않은 것이나 기운의 방향으로 봤을 때는 자신들을 해치려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을 일도 아니어서 그녀는 가이와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을 했다.
잠을 잔 자리를 정리하고 대충 식사를 한 다음 다시 가도를 따라 걷는 네 사람.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고 간간이 들리는 천둥소리에 가이는 아무래도 발걸음을 빨리 해야겠다고 말을 했지만 메이는 그럴 필요 없이 일단 텔레포트를 사용해 가까운 마을로 가서 우선은 비를 피하자고 말을 했다. 슈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피리아를 설득했고 피리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비를 계속 맞고 다니는 것은 좋지 않으니 텔레포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메이가 마법진을 전개하고, 그 안에 네 사람이 들어가자 백색의 빛이 네 사람을 감싸면서 가도 위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뒤이어 내리기 시작하는 비. 점점 강해지는 빗줄기 속에서 한 무리의 무장한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일단 도착한 다음 곧바로 여관을 찾는 네 사람. 다행스럽게도 여관은 가까운 곳에 있었고 일단 곧바로 들어가 세 명이 잘 수 있는 방과 1인실을 부탁했다. 그러자 주인은 3인실은 침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을 하면서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피리아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고 말을 하면서 우선 방부터 달라고 재촉을 했다.
방으로 들어와 짐을 풀고 우선은 손발을 먼저 씻는 세 사람. 메이는 씻은 다음 이제 비가 오니 어떻게 할 건고 두 사람에게 물었고 피리아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일단은 그냥 쉬어두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했다. 슈리는 마침 여유가 생겼으니 가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말을 했고 그 말에 메이는 그것만은 안 된다며 말리려고 했지만 슈리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가이가 있는 방으로 가버렸다. 그런 주인의 모습에 좌절하는 그녀에게 피리아는 복숭아 절임이 담긴 병조림을 내밀면서 너무 실망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고 했고 그 귀여운 모습에 메이는 주인이고 뭐고 지금 당장 피리아를 끌어안고 볼을 부비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일어나 그걸 참느라 애를 써야했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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