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을 잡은 다음 도시를 돌아보는 세 사람.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주로 여행에 관련된 상품을 파는 가게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피리아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는지 봐야겠다고 했지만 가이는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하면서 그보다는 일단 허기진 배나 채우자고 했다.
“오빠는 머릿속에 먹는 것 이외의 다른 생각은 안 들어 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따로 더 살 건 없잖아.”
“자자, 말다툼은 거기까지. 우선은 가이씨 말대로 식사부터 하죠.”
그렇게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을 말리는 슈리. 피리아는 벌써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 것이냐고 하면서 역시나 커플은 뭔가 틀려도 틀리다는 식으로 말을 했고 가이는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서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식당이나 찾아서 들어가자고 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은 다음 여기서 어느 정도 쉴 것이냐고 피리아에게 물어보는 가이. 피리아는 사흘 정도로 기간을 잡고 있다고 하면서 그 동안 떨어진 식량이라던가 보충할 것을 찾아서 사 둘 생각이라고 말을 했고 슈리는 기왕 사는 것이라면 건빵과 육포 말고 다른 것도 사 두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말을 했다. 여행 내내 계속 그런 것만 먹고 지내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것도 그렇기는 하네요. 일단 생각은 해 봐야죠.”
“어차피 싱싱한 채소 같은 것은 없고 기껏 산다고 해도 병조림 정도겠지만.”
가이의 말에 요즘은 그래도 기술이 많이 발전을 했으니 적어도 먹고 바로 뱉어낼 정도의 물건은 없을 것이라고 말을 하는 슈리. 피리아는 일단 집에서 나올 때 건빵과 육포만 챙겨준 덕분에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식료품 가게에 들러 다양한 종류의 병조림을 사자고 했다.
식사를 마친 다음 도시를 둘러보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세 사람. 물론, 그 셋은 지금 자신들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감이 가장 좋고 예민하다는 가이조차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자의 존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피리아와 가이, 슈리의 뒤에서 조용히 미행을 하면서 따라가는 흑발의 미녀. 그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라고 중얼거렸고 그와 동시에 몸에서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는 독기가 아주 느리게 주변을 침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독기를 거둬들여서 안으로 갈무리 하는 그녀. 이런 곳에서 함부로 정체를 드러냈다가는 건방진 신의 대행자라는 존재들이 나타나 자신의 계획에 초를 칠 테니 최대한 정체를 숨기고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을 해야 했다.
“마도제국의 황녀. 우선은 당신의 그 넘치는 마력부터 접수해 주겠어. 내 일생의 목표를 위해서 말이지.”
그런 중얼거림과 함께 요사스러운 웃음을 짓는 그녀. 슈리는 뭔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몸을 떨었고 피리아는 그녀에게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하는 그녀. 하지만 불안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고 몸은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여관으로 돌아와 쉬는 동안 가이는 사흘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고민을 했다. 아마도 두 여자에게 끌려 다닐 가능성이 아주 높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 보다 이 도시 내부에 있는 투기장에서 그 동안 쌓아놓은 실력을 한 번 검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사람에게 이야기 하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불쾌한 기운이 느껴져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이 정도의 농도 짙은 독기는?”
이 기운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독기. 그리고 이러한 독기를 다루는 것은 전적으로 마족이라 불리는 자들의 주특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가이는 이 안에 마족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두 사람에게 가는 것 보다는 그 마족을 만나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관의 지붕에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독기를 흘려보내는 흑발의 미녀. 그녀는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을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노리는 먹이가 빨리 바깥으로 튀어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목적은 당장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 죽일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폐인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단지 가지고 있는 마력을 그냥 받아가겠다는 것이니 마족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면 상당히 인도주의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흐응? 꽤 오래 버티네?”
“독기를 뿌리던 녀석이 너였군.”
갑자기 들려온 남자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그녀. 그녀의 눈앞에는 도복을 잘 차려입은, 호랑이 귀를 한 수인족 남성이 금방이라도 덤빌 것처럼 자세를 잡으면서 서 있었다. 예상했던 먹이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녀석이 튀어나왔다는 것에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남성은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어서 이 여관에 뿌린 독기를 거두라고 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겨우 수인족 따위가 마족인 자신을 상대하려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고 실컷 비웃기 시작했다. 그 말에 그렇다면 더 이상 봐 줄 필요는 없다고 중얼거리는 그. 그녀는 어디 한 번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말을 했지만 그 말은 다 나오지 못하고 복부를 정통으로 맞아 여관 너머로 날려가야 했다.
“흥. 별로 대단한 녀석도 아니군.”
“제법이네.”
“어느 틈에?!”
멀리 날려버렸다고 생각한 상대가 뒤로 접근하자 그는 조금 놀라면서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일단 겉보기에는 분명 연약해 보이는 여자지만 수인족의 본능이 이 상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고 그녀는 웃으면서 이렇게 강한 일격은 오래간만에 맞아 본다고 하면서 그럭저럭 놀 수 있는 상대는 되는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겠어?”
“가이 키스케. 맹호류 2대 제자.”
“내 이름은 긍지 높은 마족 메데이아 이아손. 이름을 밝힌 이상 전력으로 상대를 해 주지.”
그 말에 잔뜩 긴장을 하는 가이. 상대는 자신의 기습적인 일격을 맞고도 저렇게 멀쩡히 서 있으니 적어도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타격도 주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오른손에 포스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메데이아는 이제는 지상의 생물들도 포스를 다룰 줄 알게 되었냐면서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고 가이는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하면서 그대로 메데이아의 정면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확히 명치를 노리고 날린 일격. 메데이아는 급히 손을 모아 막기는 했지만 가이는 먹는 걸로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대로 응축시킨 포스를 직선으로 날렸다. 그러자 막았던 손이 그대로 밀려나는 것과 함께 스스로 명치를 때린 꼴이 되어버린 메데이아. 그녀는 숨을 쉬기 괴로운 것인지 콜록거리면서 몸을 숙였고 가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차 공격해 들어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발밑에서 튀어나온 검은색 가죽 끈에 사지를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족의 전투방식이 겨우 그런 것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다니. 어리석네.”
“이런 걸로 날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렇게 말을 하면서 힘을 줘 가죽 끈을 끓어보려고 하는 가이였지만 힘을 주면 줄수록 끈은 더욱 단단히 조여들어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메데이아는 힘으로는 절대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거기서 얌전히 있으라고 말을 했다. 자신은 이제 슬슬 목표로 하는 것을 손에 넣어야겠다고 말을 하면서.
가이는 최대한 있는 힘을 동원해 자신을 묶어두고 있는 끈을 끊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메데이아는 다시금 독기를 흘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허무하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는 손을 펴서 수도의 형태로 만든 다음 포스를 모아서 그대로 휘둘렀다. 그러자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면서 끊어지는 가죽 끈. 가이는 이제 손발이 자유롭게 되었으니 거리낄 것은 없다고 하면서 한참 독기를 흘리고 있는 메데이아의 머리를 그대로 걷어찼고 메데이아는 갑작스런 상황에 제대로 대비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일격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크게 휘청거리는 메데이아. 가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차 발을 높이 들어 이번에는 등을 그대로 찍었고 그녀는 입에서 검은 색의 액체를 토해내면서 그대로 지붕 위에 엎어졌다. 마무리 일격을 위해 수도를 세워 포스를 집중시킨 다음 그대로 목을 향해 휘두르려는 가이의 움직임은 갑자기 들려온 슈리의 목소리 덕분에 멈춰야만 했다.
“가이씨. 일단 죽이지 말아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은 적이야.”
“으음~. 메데이아죠?”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 이 여자를 알고 있는 것이냐고 묻는 가이. 슈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설명을 할 테니 쓰러져 있는 메데이아를 데리고 자신과 피리아가 있는 방으로 와 달라고 했다.
정신을 잃은 메데이아를 침대에 눕힌 다음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설명을 하는 슈리. 원래 그녀와 메데이아는 어릴 적부터 상당히 친하게 지내왔던 사이로 예전에 했던 하나의 계약이 있었다고 말을 했다. 그것은 자신의 마력을 반 이상 넘겨주는 것 대신 평생토록 자신을 다라다니는 종이 되겠다고 하는 것. 물론, 오래 전의 일이라 슈리는 잊고 있었는데 익숙한 기운에 예전에 했던 그 계약의 내용이 떠올랐다고 설명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되면 슈리의 마법사로서의 능력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가이. 슈리는 웃으면서 그럴 일은 없다고 말을 했다. 자신의 마력의 반을 건네준다고 하더라도 금방 새로이 비어있는 마력이 보충된다고 하는 그녀. 가이는 그 말을 듣고 대체 마력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보충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피리아는 전문적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보통 사람들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했다.
“저도 정확히 어떤 원리인지는 전혀 모르지만요.”
“그 정도로 어려운거야? 육체파인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먼 학문이라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렇게 복잡한 것이라면 차라리 자세히 파고들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을 하는 가이. 슈리는 웃으면서 기본적인 원리는 어디까지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자연의 흐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말을 했고 가이는 그래도 쉽게 알아듣기 힘들다고 하면서 역시 자신과 마법은 그다지 인연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안 정신을 차린 메데이아. 그녀는 자신이 여관방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고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거냐고 하면서 마침 눈앞에 좋은 먹잇감이 제 발로 굴러 들어왔으니 필요한 만큼 다 뽑아내 주겠다고 말을 했다.
“어라? 메이, 아직도 그런 말을 하네?”
“어, 어째서 내 어릴 적의 애칭을 알고 있는 거지?! 리오네!”
자신의 애칭이 불렸다는 것에 발끈한 메데이아. 하지만 슈리는 웃으면서 어릴 적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냐고 말을 했고 그녀는 그런 일이 그렇게 간단히 기억이 날 리 없다고 말을 하면서 어서 그 넘치는 마력이나 자신에게 상납을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슈리는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기억력이 이렇게 감퇴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더니 마력을 손가락에 모아 메데이아의 이마를 밀었고 그녀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슈리를 바라봤다.
“서, 설마 그 때 한 말을 아직도 기억….”
“당연하지. 마족을 시종으로 삼는 다는 것은 보통은 꿈도 못 꿀 일인걸.”
어릴 적의 약속이라고 해도 약속은 약속. 더군다나 자신이 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마족의 율법이 있는 이상 그녀는 슈리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그것을 파기하고 도망치는 방법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동료인 다른 마족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욕망의 처리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고 자존심이 높은 그녀는 어느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확실히 굴욕만이 남을 뿐이었다. 남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순순히 계약을 받아들이고 슈리의 수하가 되는 방법 이외에는 없었다.
결국 스스로 무릎을 꿇고 슈리에게 복종을 하기로 맹세한 메데이아. 그런 그녀의 태도에 슈리는 웃으면서 이제야 기억이 난 거냐고 하더니 냅다 찐한 키스를 했다. 메데이아는 갑작스런 상황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지만 입을 통해 몸 전체로 흘러들어오는 엄청난 마력에 전율하고 있었고 슈리가 입술을 때자마자 머리에서 뿔이 돋아나면서 마족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설마 이 정도로 엄청난 양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평범한 동정 100명 이상의 효과가 있는걸?”
“도, 동정이라니….”
얼굴을 붉히는 피리아를 보면서 멋쩍게 웃더니 방금의 그 발언은 잊어 달라고 말을 하는 메데이아. 그런 다음 그녀는 자신을 메이라고 부르라고 한 다음 이제부터는 리오네의 충실한 부하로서 죽을 때 까지 그 뒤를 따르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슈리는 웃으면서 자신은 지금 일단 쫓기고 있는 몸이기는 하지만 잘 부탁한다고 말을 했고 가이는 아무래도 신나게 두들겨 팬 것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만 피리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동정이라는 말만 되뇔 뿐이었다.
메이가 정식으로 일행과 같이 다니게 되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잠자리. 슈리는 자신이 가이랑 같은 방을 쓰면 된다고 말을 했지만 메이는 그런 것은 안 된다고 하면서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는 몰라도 신분도 정체도 모르는 저런 남자랑 슈리를 같이 자게 할 수는 없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발끈하면서 그래도 수인족 중에서는 나름 유력가문이라고 하는 가이. 메이는 그렇다면 어디 증거를 가지고 와 보라고 말을 했고 가이는 인상을 구기면서 조금 전처럼 날려 버리겠다고 하면서 손에 포스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걸 본 메이도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받아 주겠다고 말을 했지만 둘의 말다툼은 슈리의 중재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두 사람 다 거기까지. 메이도 너무 과민반응 하지 말고 가이씨도 적당히 해요.”
“하지만 마스터!”
“메이, 지금은 날 마스터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아, 알겠습니다. 슈리님.”
“딱딱한 말투 금지.”
그러한 슈리의 주문에 쩔쩔매면서 마족의 율법을 들이미는 메이. 하지만 슈리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하면서 어차피 메이와 자신이 맺은 계약은 주종관계를 맺는 정도지 세세한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한 예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감격하는 메이. 가이는 혀를 차면서 충신이 났다고 비꼬았고 메이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눈길로 쏘아보기는 했지만 슈리가 있는 관계로 무어라 말은 더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소외된 피리아는 구석에 음울한 그림자를 두르고 바닥에 뱅글뱅글 원을 그리면서 세 사람만 끼리끼리 논다고 원망을 하고 있었다.
어쟀든 새로운 동료를 받아들인 기념으로 근처 주점에 가서 조촐하게 환영의 의미를 담은 술잔이라도 기울이자고 하는 가이. 피리아는 아직 술은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가지 않으려는 눈치를 보이고 있었지만 가이는 뭐든지 해봐야 느는 법이라고 말을 하면서 어른들도 세 명이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마셔도 된다고 했다.
주점에 들어온 지 한 시간. 가이는 지금 자신이 한 발언을 뼈에 사무칠 정도로 후회하고 있었다. 일단 슈리와 메이는 그 동안 술을 먹어온 것이 있는 탓인지 버티고 있었지만 피리아는 도수가 약한 와인 세 잔을 마시고는 완전히 취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웅얼거리면서 탁자 위에 엎어져 있었으니까.
“이건 조금 심하게 약한걸요.”
“진 아저씨는 마을에서 소문난 주당이었는데.”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메이의 말에 일단 말을 꺼낸 자신이 그래도 여관까지는 업고 가야하지 않겠냐고 말을 했고 그 말에 그녀는 그래도 남자다운 구석이 있다고 하면서 조금은 다시 봤다고 했다. 그는 원래 남자라면 자신이 원인이 된 일에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 자신도 남자니까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일단 쓰러진 피리아는 잠시 내버려 두고 술을 홀짝이면서 메이가 새로이 동료로 들어온 것을 축하하는 건배가 있은 후 셋은 단번에 잔을 비웠다. 슈리는 더 이상 마시면 자신도 쓰러질지도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서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고 했고 메이는 인간은 역시나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니 자신은 적어도 와인 다섯 통 정도는 끄떡없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그 말에 가이는 그쪽도 그렇게 대단한 주량은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은 예전에 실수로 마을 잔치에 쓰일 위스키 5통을 비운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후에 죽지 않을 만큼 맞았지만.”
“어차피 그 정도라면 너라도 완전히 취했겠네?”
“그건 그렇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환영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서 쉬자고 하는 가이. 그러면서 방은 어떻게 할 거냐는 그의 말에 메이가 일단 여자 셋이서 같이 끼어서 자 보기로 하겠다고 말을 했고 가이는 알아서 하라고 한 다음 피리아를 업게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순순히 도와준 다음 비틀거리는 슈리를 부축하는 메이. 넷은 여관으로 돌아가면서 서로에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말을 했고, 그것에 응답하듯 밤하늘의 별은 무척이나 반짝이고 있었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오빠는 머릿속에 먹는 것 이외의 다른 생각은 안 들어 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따로 더 살 건 없잖아.”
“자자, 말다툼은 거기까지. 우선은 가이씨 말대로 식사부터 하죠.”
그렇게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을 말리는 슈리. 피리아는 벌써 그렇게 사이가 좋아진 것이냐고 하면서 역시나 커플은 뭔가 틀려도 틀리다는 식으로 말을 했고 가이는 그런 게 아니라고 하면서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식당이나 찾아서 들어가자고 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은 다음 여기서 어느 정도 쉴 것이냐고 피리아에게 물어보는 가이. 피리아는 사흘 정도로 기간을 잡고 있다고 하면서 그 동안 떨어진 식량이라던가 보충할 것을 찾아서 사 둘 생각이라고 말을 했고 슈리는 기왕 사는 것이라면 건빵과 육포 말고 다른 것도 사 두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말을 했다. 여행 내내 계속 그런 것만 먹고 지내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느냐고 하면서.
“그것도 그렇기는 하네요. 일단 생각은 해 봐야죠.”
“어차피 싱싱한 채소 같은 것은 없고 기껏 산다고 해도 병조림 정도겠지만.”
가이의 말에 요즘은 그래도 기술이 많이 발전을 했으니 적어도 먹고 바로 뱉어낼 정도의 물건은 없을 것이라고 말을 하는 슈리. 피리아는 일단 집에서 나올 때 건빵과 육포만 챙겨준 덕분에 그런 것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식료품 가게에 들러 다양한 종류의 병조림을 사자고 했다.
식사를 마친 다음 도시를 둘러보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세 사람. 물론, 그 셋은 지금 자신들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감이 가장 좋고 예민하다는 가이조차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자의 존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피리아와 가이, 슈리의 뒤에서 조용히 미행을 하면서 따라가는 흑발의 미녀. 그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라고 중얼거렸고 그와 동시에 몸에서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는 독기가 아주 느리게 주변을 침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독기를 거둬들여서 안으로 갈무리 하는 그녀. 이런 곳에서 함부로 정체를 드러냈다가는 건방진 신의 대행자라는 존재들이 나타나 자신의 계획에 초를 칠 테니 최대한 정체를 숨기고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을 해야 했다.
“마도제국의 황녀. 우선은 당신의 그 넘치는 마력부터 접수해 주겠어. 내 일생의 목표를 위해서 말이지.”
그런 중얼거림과 함께 요사스러운 웃음을 짓는 그녀. 슈리는 뭔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몸을 떨었고 피리아는 그녀에게 어디 안 좋은 곳이라도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 말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하는 그녀. 하지만 불안한 기분은 가시질 않았고 몸은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여관으로 돌아와 쉬는 동안 가이는 사흘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고민을 했다. 아마도 두 여자에게 끌려 다닐 가능성이 아주 높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 보다 이 도시 내부에 있는 투기장에서 그 동안 쌓아놓은 실력을 한 번 검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사람에게 이야기 하려고 방문을 여는 순간 불쾌한 기운이 느껴져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이 정도의 농도 짙은 독기는?”
이 기운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독기. 그리고 이러한 독기를 다루는 것은 전적으로 마족이라 불리는 자들의 주특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가이는 이 안에 마족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두 사람에게 가는 것 보다는 그 마족을 만나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관의 지붕에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독기를 흘려보내는 흑발의 미녀. 그녀는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을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노리는 먹이가 빨리 바깥으로 튀어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목적은 당장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 죽일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폐인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단지 가지고 있는 마력을 그냥 받아가겠다는 것이니 마족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면 상당히 인도주의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흐응? 꽤 오래 버티네?”
“독기를 뿌리던 녀석이 너였군.”
갑자기 들려온 남자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그녀. 그녀의 눈앞에는 도복을 잘 차려입은, 호랑이 귀를 한 수인족 남성이 금방이라도 덤빌 것처럼 자세를 잡으면서 서 있었다. 예상했던 먹이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녀석이 튀어나왔다는 것에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남성은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어서 이 여관에 뿌린 독기를 거두라고 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면서 겨우 수인족 따위가 마족인 자신을 상대하려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고 실컷 비웃기 시작했다. 그 말에 그렇다면 더 이상 봐 줄 필요는 없다고 중얼거리는 그. 그녀는 어디 한 번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말을 했지만 그 말은 다 나오지 못하고 복부를 정통으로 맞아 여관 너머로 날려가야 했다.
“흥. 별로 대단한 녀석도 아니군.”
“제법이네.”
“어느 틈에?!”
멀리 날려버렸다고 생각한 상대가 뒤로 접근하자 그는 조금 놀라면서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일단 겉보기에는 분명 연약해 보이는 여자지만 수인족의 본능이 이 상대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고 그녀는 웃으면서 이렇게 강한 일격은 오래간만에 맞아 본다고 하면서 그럭저럭 놀 수 있는 상대는 되는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겠어?”
“가이 키스케. 맹호류 2대 제자.”
“내 이름은 긍지 높은 마족 메데이아 이아손. 이름을 밝힌 이상 전력으로 상대를 해 주지.”
그 말에 잔뜩 긴장을 하는 가이. 상대는 자신의 기습적인 일격을 맞고도 저렇게 멀쩡히 서 있으니 적어도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타격도 주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오른손에 포스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메데이아는 이제는 지상의 생물들도 포스를 다룰 줄 알게 되었냐면서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고 가이는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하면서 그대로 메데이아의 정면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확히 명치를 노리고 날린 일격. 메데이아는 급히 손을 모아 막기는 했지만 가이는 먹는 걸로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대로 응축시킨 포스를 직선으로 날렸다. 그러자 막았던 손이 그대로 밀려나는 것과 함께 스스로 명치를 때린 꼴이 되어버린 메데이아. 그녀는 숨을 쉬기 괴로운 것인지 콜록거리면서 몸을 숙였고 가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차 공격해 들어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발밑에서 튀어나온 검은색 가죽 끈에 사지를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마족의 전투방식이 겨우 그런 것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다니. 어리석네.”
“이런 걸로 날 붙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렇게 말을 하면서 힘을 줘 가죽 끈을 끓어보려고 하는 가이였지만 힘을 주면 줄수록 끈은 더욱 단단히 조여들어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면서 메데이아는 힘으로는 절대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 거기서 얌전히 있으라고 말을 했다. 자신은 이제 슬슬 목표로 하는 것을 손에 넣어야겠다고 말을 하면서.
가이는 최대한 있는 힘을 동원해 자신을 묶어두고 있는 끈을 끊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메데이아는 다시금 독기를 흘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허무하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는 손을 펴서 수도의 형태로 만든 다음 포스를 모아서 그대로 휘둘렀다. 그러자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면서 끊어지는 가죽 끈. 가이는 이제 손발이 자유롭게 되었으니 거리낄 것은 없다고 하면서 한참 독기를 흘리고 있는 메데이아의 머리를 그대로 걷어찼고 메데이아는 갑작스런 상황에 제대로 대비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일격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크게 휘청거리는 메데이아. 가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차 발을 높이 들어 이번에는 등을 그대로 찍었고 그녀는 입에서 검은 색의 액체를 토해내면서 그대로 지붕 위에 엎어졌다. 마무리 일격을 위해 수도를 세워 포스를 집중시킨 다음 그대로 목을 향해 휘두르려는 가이의 움직임은 갑자기 들려온 슈리의 목소리 덕분에 멈춰야만 했다.
“가이씨. 일단 죽이지 말아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은 적이야.”
“으음~. 메데이아죠?”
그 말에 깜짝 놀라면서 이 여자를 알고 있는 것이냐고 묻는 가이. 슈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설명을 할 테니 쓰러져 있는 메데이아를 데리고 자신과 피리아가 있는 방으로 와 달라고 했다.
정신을 잃은 메데이아를 침대에 눕힌 다음 어떻게 된 일인지 사정설명을 하는 슈리. 원래 그녀와 메데이아는 어릴 적부터 상당히 친하게 지내왔던 사이로 예전에 했던 하나의 계약이 있었다고 말을 했다. 그것은 자신의 마력을 반 이상 넘겨주는 것 대신 평생토록 자신을 다라다니는 종이 되겠다고 하는 것. 물론, 오래 전의 일이라 슈리는 잊고 있었는데 익숙한 기운에 예전에 했던 그 계약의 내용이 떠올랐다고 설명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되면 슈리의 마법사로서의 능력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가이. 슈리는 웃으면서 그럴 일은 없다고 말을 했다. 자신의 마력의 반을 건네준다고 하더라도 금방 새로이 비어있는 마력이 보충된다고 하는 그녀. 가이는 그 말을 듣고 대체 마력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보충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피리아는 전문적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보통 사람들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했다.
“저도 정확히 어떤 원리인지는 전혀 모르지만요.”
“그 정도로 어려운거야? 육체파인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먼 학문이라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렇게 복잡한 것이라면 차라리 자세히 파고들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을 하는 가이. 슈리는 웃으면서 기본적인 원리는 어디까지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자연의 흐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말을 했고 가이는 그래도 쉽게 알아듣기 힘들다고 하면서 역시 자신과 마법은 그다지 인연이 없다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안 정신을 차린 메데이아. 그녀는 자신이 여관방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고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거냐고 하면서 마침 눈앞에 좋은 먹잇감이 제 발로 굴러 들어왔으니 필요한 만큼 다 뽑아내 주겠다고 말을 했다.
“어라? 메이, 아직도 그런 말을 하네?”
“어, 어째서 내 어릴 적의 애칭을 알고 있는 거지?! 리오네!”
자신의 애칭이 불렸다는 것에 발끈한 메데이아. 하지만 슈리는 웃으면서 어릴 적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냐고 말을 했고 그녀는 그런 일이 그렇게 간단히 기억이 날 리 없다고 말을 하면서 어서 그 넘치는 마력이나 자신에게 상납을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슈리는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기억력이 이렇게 감퇴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더니 마력을 손가락에 모아 메데이아의 이마를 밀었고 그녀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슈리를 바라봤다.
“서, 설마 그 때 한 말을 아직도 기억….”
“당연하지. 마족을 시종으로 삼는 다는 것은 보통은 꿈도 못 꿀 일인걸.”
어릴 적의 약속이라고 해도 약속은 약속. 더군다나 자신이 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마족의 율법이 있는 이상 그녀는 슈리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그것을 파기하고 도망치는 방법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동료인 다른 마족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아니면 욕망의 처리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았고 자존심이 높은 그녀는 어느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확실히 굴욕만이 남을 뿐이었다. 남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순순히 계약을 받아들이고 슈리의 수하가 되는 방법 이외에는 없었다.
결국 스스로 무릎을 꿇고 슈리에게 복종을 하기로 맹세한 메데이아. 그런 그녀의 태도에 슈리는 웃으면서 이제야 기억이 난 거냐고 하더니 냅다 찐한 키스를 했다. 메데이아는 갑작스런 상황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지만 입을 통해 몸 전체로 흘러들어오는 엄청난 마력에 전율하고 있었고 슈리가 입술을 때자마자 머리에서 뿔이 돋아나면서 마족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설마 이 정도로 엄청난 양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평범한 동정 100명 이상의 효과가 있는걸?”
“도, 동정이라니….”
얼굴을 붉히는 피리아를 보면서 멋쩍게 웃더니 방금의 그 발언은 잊어 달라고 말을 하는 메데이아. 그런 다음 그녀는 자신을 메이라고 부르라고 한 다음 이제부터는 리오네의 충실한 부하로서 죽을 때 까지 그 뒤를 따르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슈리는 웃으면서 자신은 지금 일단 쫓기고 있는 몸이기는 하지만 잘 부탁한다고 말을 했고 가이는 아무래도 신나게 두들겨 팬 것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만 피리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동정이라는 말만 되뇔 뿐이었다.
메이가 정식으로 일행과 같이 다니게 되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잠자리. 슈리는 자신이 가이랑 같은 방을 쓰면 된다고 말을 했지만 메이는 그런 것은 안 된다고 하면서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는 몰라도 신분도 정체도 모르는 저런 남자랑 슈리를 같이 자게 할 수는 없다고 말을 했다. 그 말에 발끈하면서 그래도 수인족 중에서는 나름 유력가문이라고 하는 가이. 메이는 그렇다면 어디 증거를 가지고 와 보라고 말을 했고 가이는 인상을 구기면서 조금 전처럼 날려 버리겠다고 하면서 손에 포스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걸 본 메이도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받아 주겠다고 말을 했지만 둘의 말다툼은 슈리의 중재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두 사람 다 거기까지. 메이도 너무 과민반응 하지 말고 가이씨도 적당히 해요.”
“하지만 마스터!”
“메이, 지금은 날 마스터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아, 알겠습니다. 슈리님.”
“딱딱한 말투 금지.”
그러한 슈리의 주문에 쩔쩔매면서 마족의 율법을 들이미는 메이. 하지만 슈리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하면서 어차피 메이와 자신이 맺은 계약은 주종관계를 맺는 정도지 세세한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한 예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감격하는 메이. 가이는 혀를 차면서 충신이 났다고 비꼬았고 메이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눈길로 쏘아보기는 했지만 슈리가 있는 관계로 무어라 말은 더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소외된 피리아는 구석에 음울한 그림자를 두르고 바닥에 뱅글뱅글 원을 그리면서 세 사람만 끼리끼리 논다고 원망을 하고 있었다.
어쟀든 새로운 동료를 받아들인 기념으로 근처 주점에 가서 조촐하게 환영의 의미를 담은 술잔이라도 기울이자고 하는 가이. 피리아는 아직 술은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면서 가지 않으려는 눈치를 보이고 있었지만 가이는 뭐든지 해봐야 느는 법이라고 말을 하면서 어른들도 세 명이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마셔도 된다고 했다.
주점에 들어온 지 한 시간. 가이는 지금 자신이 한 발언을 뼈에 사무칠 정도로 후회하고 있었다. 일단 슈리와 메이는 그 동안 술을 먹어온 것이 있는 탓인지 버티고 있었지만 피리아는 도수가 약한 와인 세 잔을 마시고는 완전히 취해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웅얼거리면서 탁자 위에 엎어져 있었으니까.
“이건 조금 심하게 약한걸요.”
“진 아저씨는 마을에서 소문난 주당이었는데.”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메이의 말에 일단 말을 꺼낸 자신이 그래도 여관까지는 업고 가야하지 않겠냐고 말을 했고 그 말에 그녀는 그래도 남자다운 구석이 있다고 하면서 조금은 다시 봤다고 했다. 그는 원래 남자라면 자신이 원인이 된 일에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 자신도 남자니까 당연한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일단 쓰러진 피리아는 잠시 내버려 두고 술을 홀짝이면서 메이가 새로이 동료로 들어온 것을 축하하는 건배가 있은 후 셋은 단번에 잔을 비웠다. 슈리는 더 이상 마시면 자신도 쓰러질지도 모르겠다고 말을 하면서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고 했고 메이는 인간은 역시나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니 자신은 적어도 와인 다섯 통 정도는 끄떡없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그 말에 가이는 그쪽도 그렇게 대단한 주량은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은 예전에 실수로 마을 잔치에 쓰일 위스키 5통을 비운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후에 죽지 않을 만큼 맞았지만.”
“어차피 그 정도라면 너라도 완전히 취했겠네?”
“그건 그렇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환영 인사는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서 쉬자고 하는 가이. 그러면서 방은 어떻게 할 거냐는 그의 말에 메이가 일단 여자 셋이서 같이 끼어서 자 보기로 하겠다고 말을 했고 가이는 알아서 하라고 한 다음 피리아를 업게 좀 도와 달라고 했다. 순순히 도와준 다음 비틀거리는 슈리를 부축하는 메이. 넷은 여관으로 돌아가면서 서로에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말을 했고, 그것에 응답하듯 밤하늘의 별은 무척이나 반짝이고 있었다.
이글루스 가든 - 소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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