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0일
Wheel of fortune -Part1-20
어쩌다 보니 20화 까지 와버렸슴다.
뭐,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고,
주인장이 게으름뱅이라 죄송할 뿐입니다.
모두가 숨죽이고 긴장하고 있는 상황. 여기서 잘못 시비가 붙는 다면 앞으로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셋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청기사의 심판관'들이 소속된 조직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집요하게 추적해서 결국에는 죽음으로 끌고 가기 때문에. 하지만 그들의 앞에 선 거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합석을 요구해 왔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합석해도 괜찮겠습니까?"
"우린 그 쪽하고 같이 있고 싶지는 않은데."
진의 단도직입적인 한마디. 그 말에 다른 두 사람은 얼굴이 굳어진 채로 거한을 바라봤지만 그 거한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으면서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았다. 워낙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뭐라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러할 틈도 없었기에 진은 그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그 거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왜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한 거지?"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의지입니다. 한 때 전설이라 불릴 정도의 인물을 제 두 눈에 담아두기 위해서."
"이제는 한 물 간 퇴물일 뿐이야."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제가 보기에는 여전히 현역이신 것 같군요."
어느새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조금씩 무거워 지기 시작했다. 마치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탐색전을 펼치듯 서로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방을 관찰하는 두 남자. 그러나 그것도 곧 종업원이 주문받은 음식을 가져와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거한의 남자는 식사를 먼저 끝내고 나서면서 진에게 다음에 다시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지만 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진과 같은 이종족에게 있어서 저런 작자들은 가장 까다로운 상대였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고 싶은 집단이었으니까. 물론, 방금 나간 그 거한이 순전히 호기심으로 다가왔을 가능성도 부인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단독행동을 허락할 정도로 그들의 규칙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진은 무슨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 계산하고 있었다.
"어? 이 조개구이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을게요."
한참 생각에 빠진 진이 미처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자신의 접시로 큼지막한 조개를 가져가는 루나. 그걸 본 진은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곧 인상을 찌푸리면서 접시 위를 봤다. 그리고 순식간에 인상을 찌푸리는 그. 어느 사이엔가 그의 접시에 있던 음식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이라고는 소스와 약간의 찌꺼기뿐이었다.
"언제 다 가져간 거냐?"
"아하하~. 그게 진이 생각에 빠져 있으니까…."
"보통 엘프는 식사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전 하프엘프에요."
"몰라. 나중에 살 쪄도 나한테 원망하지 마라."
"아저씨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는 않네요!"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다시 숙소로 돌아온 세 사람. 루나와 진은 도시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청기사의 심판관'이라는 작자들 때문에 움직이기가 곤란했기에 어쩔 수 없이 레피나가 바깥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물론, 진이 어지간한 양아치들은 손조차 못 댈 정도로 험악한 인상으로 만들어 보냈지만 원래 타고난 얼굴이 있어서인지 오히려 위험한 매력을 풍기는 느낌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진은 '이 정도라면 쉽게 다가오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는 레피나의 등을 떠밀었다. 물론, 그녀는 지금의 복장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지금 와서 뭐라고 항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아~.그래도 조금은 봐 줬으면 했는데."
지금 그녀는 헐렁한 티셔츠 위에 조금 낡은 가죽갑옷을 입고, 가죽부츠에 찢어진 가죽바지를 입고 있었다. 거기다 머리에는 생전 차 본 적도 없는 헤드기어에 머리카락도 마구 잘라서 원래 그녀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뒤집어 질 만한 모습. 하지만 루나나 진이 낮에 움직일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이 차림새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륙의 남단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전 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하아~. 거기다 이 갑옷, 가슴이 답답한데."
일단 루나의 것을 빌려 입기는 했지만 생각 했던 것 보다 가슴 부분의 사이즈가 작아 답답했다. 거기다 은근히 여기저기가 조여서 생각보다 불편했기에, 그녀로서는 답답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루나는 이걸 입고도 편하게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고 이렇게 있을 수도 없으니 뭐라도 하기는 해야 할 텐데."
진이 시킨 것은 도시의 정보를 모아오라는 것이었지만 그런 일을 거의 해보지 않은 그녀로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질 않았다.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길 잃은 어린애 마냥 두리번거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 우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주점 쪽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싸구려 럼주 하나를 시키는 그녀. 물론, 술을 마실 생각은 전혀 없었고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화들이라고는 생선이 많이 안 잡힌다느니, 아내가 바가지를 긁어 댄다느니 하는 시시한 소리들 뿐. 그런 영양가 없는 대화를 듣던 레피나는 지친 표정으로 잔에 든 럼주를 조금씩 비워나가고 있었다.
'뭔가 대단한 정보 같은 건 쉽게 안 나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든 그녀는 무심결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녀가 있는 테이블의 바로 앞으로 그 동안 자신들을 끈질기게 쫓아오던 검은 옷의 무리들이 지나갔기 때문. 그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그냥 지나쳤지만 레피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저 자들이 여기까지 왔을 줄이야.'
이렇게 빨리 마주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그녀의 가슴은 더욱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그걸 그대로 드러낸다면 저들은 필시 의심을 품고 그녀에게 달려들 것이 분명하기에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다시 한 번 럼주를 들이켰다.
한 편, 진은 여관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그 동안 써왔던 장비들을 간단히 손질하고 있었다. 최상의 상태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투 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앞으로 닥칠 일에 문제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같은 이유로 루나에게 쉬고 있을 때 활이라도 손질하라고 말 해 뒀지만 그녀가 과연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뭐, 필요하다고 느끼면 하겠지. 아니면 나중에 크게 한 번 데이고 정신을 차리거나."
그렇게 느긋하게 말하면서 갑옷의 이음새를 가다듬는 그. 그런 그에게서 긴장감 같은 것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날이 조금씩 저물어 갈 때가 돼서야 레피나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별로 이상한 곳은 없어 보였지만 얼굴이 붉고 술 냄새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제법 마신 것 같아 보였다. 물론, 그에 비해서 취해보이는 언동은 아니었지만.
"뭐 알아낸 것은 있나?"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없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안 좋은 소식이라. 예의 검은 놈들 말이로군."
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이 도시에 감시망을 퍼트렸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 때문에 주저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그는 날이 저문 다음 나가보기로 했다. 그가 움직이기에는 밤이 훨씬 편하니까.
"그럼 들어가서 쉬어. 보아하니 꽤 마신 것 같은데."
"얼마 안 마셨어요. 겨우 럼주 10잔인걸요."
럼주 열 잔을 겨우라고 말하는 것에 놀란 진이었지만 뭐라 더 말도 못한 채 레피나를 방으로 들여보낼 뿐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레피나는 갑갑했던 가죽 갑옷을 벗어서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옷도 대충 벗어버린 채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속옷만 입고 누운 그 모습은 무방비 상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누워서 뒹굴 거렸다. 루나는 그 태도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레피나는 오히려 야릇한 웃음을 지으면서 루나에게 점점 다가서고 있었다.
"루나."
"에!?"
"어젯밤에 못다 한 걸마저 할까?"
"에에엑?!"
"비명을 질러도 소용없어. 얌전히 이리와."
루나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레피나는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진은 바깥으로 나섰다. 여관주인은 날도 어두워 져서 위험할 거라고 말했지만 진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다고 말한 다음 바깥으로 나갔다.
약간 시원한 밤공기를 심호흡 하듯 크게 한 번 내쉬고 어두워진 거리를 걷는 진. 대부분의 상점가나 가정집의 불빛은 꺼져 있었지만 일부 주점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 하지만 주정뱅이들이 내뱉는 말은 그다지 좋은 정보가 될 순 없다. 개 중에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멀쩡한 날씨에 번개 맞을 확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뭔가 소득이 없는 밤길이구만."
"우리에게는 소득이 있다네. 수인족의 전사여."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올려 보니 어느새 대여섯 명의 흑의인들이 진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진은 전혀 긴장감 없는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했다. 이전에 상대한 그 녀석에 비해 여기 있는 자들의 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폼을 잡는답시고 위에 올라가 있지만 어딘지 불안정해 보이는 자세들. 게다가 한 명은 다리를 떨고 있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였다. 아마도 자신을 빨리 쓰러뜨려 뭔가 윗자리로 출세하고 싶은 녀석들이 벌인 것이라 생각한 그는 적당히 위협만 해서 쫓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들인지는 모르겠다만 쓸데없이 나서다가는 다칠 수가 있어."
“흥! 우리가 그런 위협으로 겁이라도 먹을 거라고 생각 했다면 오산이다!”
“말로 해서는 못 알아먹는 멍청이들인가.”
진은 그렇게 중얼거린 다음 곧바로 뒤로 뛰어 올랐다. 동시에 차례대로 내려오며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암살자들. 하지만 그 칼질은 진의 몸에 상처 하나도 내지 못하고 애꿎은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자신들의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그를 향해 돌격하는 암살자들. 그러나 그들이 하는 공격은 번번이 허공만 가를 뿐,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대상의 털끝도 스치지 못했다.
“피하기만 잘 하면 다 되는 건줄 아는 거냐!”
“시끄럽군. 좀 닥쳐주지 않겠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진의 주먹이 바로 앞에 서 있던 흑의인의 면상을 날려 버렸다. 목뼈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공중을 몇 바퀴 돌아 바닥에 처박히는 흑의인. 그 모습을 본 나머지 흑의인들은 ‘두고 보자!’라는 고전적인 대사를 내뱉으며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여튼 쥐뿔도 없는 것들이 설치기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진의 얼굴에는 근심의 빛이 가득 했다. 빨리 배를 타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대가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도시에 있는 자들이 휩쓸릴 가능성도 충분했다. 소동을 일이키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기에 그는 되도록 빨리 배를 구해서 이곳을 떠나야 했다.
결국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돌아와서 침대에 털썩 누운 진. 만약 루나와 우연히 만나는 일이 없었다면 그는 평범하게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 이면 집에 슬슬 돌아가서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딸에게 잔소리를 들어야겠지만,
‘사정이 이렇게 꼬여 버렸으니 당분간 돌아갈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겠군.’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그였다.
같은 시간, 루나는 속옷차림이 된 채 레피나에게 붙잡혀 있었다. 물론 레피나는 진작 잠들었지만 무슨 힘이 그렇게 센 건지 자신을 꼭 끌어안고 놔주질 않고 있었다. 몇 번이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럴 때 마다 그녀는 루나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끌어안았다.
‘이래서는 아침까지 이 상태로 있겠어~.’
루나는 울상을 지으며 다시 한 번 빠져나가려고 힘을 썼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거기다 이번에는 레피나의 손이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더듬는 것이 아닌가! 마음속으로만 비명을 지르면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헛수고였을 뿐이다.
그렇게 항구도시의 이틀째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침에 일어난 진은 크게 기지개를 한 다음 창문을 열어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향취를 깊이 음미했다. 내륙에 살기 때문에 자주 접하지 못하는 해안가. 만약 이번 일이 무사히 해결 되고 아무 탈 없이 돌아간다면 딸과 아내를 데리고 해변으로 놀러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물론, 지켜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청소를 하는 종업원과 주인이 있을 뿐, 다른 누가 있지는 않았다.
“좋은 아침이우. 주인장.”
“잘 주무셨습니까.”
“덕분에.”
그렇게 말 한 다음 테이블에 앉아 물이나 한 잔 달라고 말하는 진. 루나와 레피나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 했다. 물론, 지금은 좀 이른 시각이기는 하지만 쫓겨 다닐 때에 비하면 많이 풀어졌다고도 할 수 있었다.
‘뭐, 여유가 있을 때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법이니까.’
진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루나가 간밤에 어떤 일을 당했는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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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고,
주인장이 게으름뱅이라 죄송할 뿐입니다.
모두가 숨죽이고 긴장하고 있는 상황. 여기서 잘못 시비가 붙는 다면 앞으로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셋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청기사의 심판관'들이 소속된 조직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집요하게 추적해서 결국에는 죽음으로 끌고 가기 때문에. 하지만 그들의 앞에 선 거한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합석을 요구해 왔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합석해도 괜찮겠습니까?"
"우린 그 쪽하고 같이 있고 싶지는 않은데."
진의 단도직입적인 한마디. 그 말에 다른 두 사람은 얼굴이 굳어진 채로 거한을 바라봤지만 그 거한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으면서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에 앉았다. 워낙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뭐라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러할 틈도 없었기에 진은 그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그 거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왜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한 거지?"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의지입니다. 한 때 전설이라 불릴 정도의 인물을 제 두 눈에 담아두기 위해서."
"이제는 한 물 간 퇴물일 뿐이야."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제가 보기에는 여전히 현역이신 것 같군요."
어느새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조금씩 무거워 지기 시작했다. 마치 본격적으로 싸우기 전에 탐색전을 펼치듯 서로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방을 관찰하는 두 남자. 그러나 그것도 곧 종업원이 주문받은 음식을 가져와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거한의 남자는 식사를 먼저 끝내고 나서면서 진에게 다음에 다시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지만 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진과 같은 이종족에게 있어서 저런 작자들은 가장 까다로운 상대였고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고 싶은 집단이었으니까. 물론, 방금 나간 그 거한이 순전히 호기심으로 다가왔을 가능성도 부인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단독행동을 허락할 정도로 그들의 규칙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진은 무슨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 계산하고 있었다.
"어? 이 조개구이 안 먹을 거면 내가 먹을게요."
한참 생각에 빠진 진이 미처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자신의 접시로 큼지막한 조개를 가져가는 루나. 그걸 본 진은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곧 인상을 찌푸리면서 접시 위를 봤다. 그리고 순식간에 인상을 찌푸리는 그. 어느 사이엔가 그의 접시에 있던 음식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이라고는 소스와 약간의 찌꺼기뿐이었다.
"언제 다 가져간 거냐?"
"아하하~. 그게 진이 생각에 빠져 있으니까…."
"보통 엘프는 식사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전 하프엘프에요."
"몰라. 나중에 살 쪄도 나한테 원망하지 마라."
"아저씨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는 않네요!"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다시 숙소로 돌아온 세 사람. 루나와 진은 도시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청기사의 심판관'이라는 작자들 때문에 움직이기가 곤란했기에 어쩔 수 없이 레피나가 바깥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물론, 진이 어지간한 양아치들은 손조차 못 댈 정도로 험악한 인상으로 만들어 보냈지만 원래 타고난 얼굴이 있어서인지 오히려 위험한 매력을 풍기는 느낌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진은 '이 정도라면 쉽게 다가오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는 레피나의 등을 떠밀었다. 물론, 그녀는 지금의 복장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지금 와서 뭐라고 항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아~.그래도 조금은 봐 줬으면 했는데."
지금 그녀는 헐렁한 티셔츠 위에 조금 낡은 가죽갑옷을 입고, 가죽부츠에 찢어진 가죽바지를 입고 있었다. 거기다 머리에는 생전 차 본 적도 없는 헤드기어에 머리카락도 마구 잘라서 원래 그녀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뒤집어 질 만한 모습. 하지만 루나나 진이 낮에 움직일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이 차림새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륙의 남단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전 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하아~. 거기다 이 갑옷, 가슴이 답답한데."
일단 루나의 것을 빌려 입기는 했지만 생각 했던 것 보다 가슴 부분의 사이즈가 작아 답답했다. 거기다 은근히 여기저기가 조여서 생각보다 불편했기에, 그녀로서는 답답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루나는 이걸 입고도 편하게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하고 이렇게 있을 수도 없으니 뭐라도 하기는 해야 할 텐데."
진이 시킨 것은 도시의 정보를 모아오라는 것이었지만 그런 일을 거의 해보지 않은 그녀로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질 않았다.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길 잃은 어린애 마냥 두리번거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 우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주점 쪽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은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싸구려 럼주 하나를 시키는 그녀. 물론, 술을 마실 생각은 전혀 없었고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화들이라고는 생선이 많이 안 잡힌다느니, 아내가 바가지를 긁어 댄다느니 하는 시시한 소리들 뿐. 그런 영양가 없는 대화를 듣던 레피나는 지친 표정으로 잔에 든 럼주를 조금씩 비워나가고 있었다.
'뭔가 대단한 정보 같은 건 쉽게 안 나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든 그녀는 무심결에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녀가 있는 테이블의 바로 앞으로 그 동안 자신들을 끈질기게 쫓아오던 검은 옷의 무리들이 지나갔기 때문. 그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그냥 지나쳤지만 레피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저 자들이 여기까지 왔을 줄이야.'
이렇게 빨리 마주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그녀의 가슴은 더욱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그걸 그대로 드러낸다면 저들은 필시 의심을 품고 그녀에게 달려들 것이 분명하기에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다시 한 번 럼주를 들이켰다.
한 편, 진은 여관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그 동안 써왔던 장비들을 간단히 손질하고 있었다. 최상의 상태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투 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앞으로 닥칠 일에 문제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같은 이유로 루나에게 쉬고 있을 때 활이라도 손질하라고 말 해 뒀지만 그녀가 과연 그것을 제대로 하고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뭐, 필요하다고 느끼면 하겠지. 아니면 나중에 크게 한 번 데이고 정신을 차리거나."
그렇게 느긋하게 말하면서 갑옷의 이음새를 가다듬는 그. 그런 그에게서 긴장감 같은 것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날이 조금씩 저물어 갈 때가 돼서야 레피나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별로 이상한 곳은 없어 보였지만 얼굴이 붉고 술 냄새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제법 마신 것 같아 보였다. 물론, 그에 비해서 취해보이는 언동은 아니었지만.
"뭐 알아낸 것은 있나?"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없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안 좋은 소식이라. 예의 검은 놈들 말이로군."
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이 도시에 감시망을 퍼트렸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 때문에 주저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그는 날이 저문 다음 나가보기로 했다. 그가 움직이기에는 밤이 훨씬 편하니까.
"그럼 들어가서 쉬어. 보아하니 꽤 마신 것 같은데."
"얼마 안 마셨어요. 겨우 럼주 10잔인걸요."
럼주 열 잔을 겨우라고 말하는 것에 놀란 진이었지만 뭐라 더 말도 못한 채 레피나를 방으로 들여보낼 뿐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레피나는 갑갑했던 가죽 갑옷을 벗어서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옷도 대충 벗어버린 채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속옷만 입고 누운 그 모습은 무방비 상태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누워서 뒹굴 거렸다. 루나는 그 태도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레피나는 오히려 야릇한 웃음을 지으면서 루나에게 점점 다가서고 있었다.
"루나."
"에!?"
"어젯밤에 못다 한 걸마저 할까?"
"에에엑?!"
"비명을 질러도 소용없어. 얌전히 이리와."
루나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레피나는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진은 바깥으로 나섰다. 여관주인은 날도 어두워 져서 위험할 거라고 말했지만 진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다고 말한 다음 바깥으로 나갔다.
약간 시원한 밤공기를 심호흡 하듯 크게 한 번 내쉬고 어두워진 거리를 걷는 진. 대부분의 상점가나 가정집의 불빛은 꺼져 있었지만 일부 주점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 하지만 주정뱅이들이 내뱉는 말은 그다지 좋은 정보가 될 순 없다. 개 중에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멀쩡한 날씨에 번개 맞을 확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뭔가 소득이 없는 밤길이구만."
"우리에게는 소득이 있다네. 수인족의 전사여."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올려 보니 어느새 대여섯 명의 흑의인들이 진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나 진은 전혀 긴장감 없는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했다. 이전에 상대한 그 녀석에 비해 여기 있는 자들의 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폼을 잡는답시고 위에 올라가 있지만 어딘지 불안정해 보이는 자세들. 게다가 한 명은 다리를 떨고 있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였다. 아마도 자신을 빨리 쓰러뜨려 뭔가 윗자리로 출세하고 싶은 녀석들이 벌인 것이라 생각한 그는 적당히 위협만 해서 쫓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들인지는 모르겠다만 쓸데없이 나서다가는 다칠 수가 있어."
“흥! 우리가 그런 위협으로 겁이라도 먹을 거라고 생각 했다면 오산이다!”
“말로 해서는 못 알아먹는 멍청이들인가.”
진은 그렇게 중얼거린 다음 곧바로 뒤로 뛰어 올랐다. 동시에 차례대로 내려오며 그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암살자들. 하지만 그 칼질은 진의 몸에 상처 하나도 내지 못하고 애꿎은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자신들의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그를 향해 돌격하는 암살자들. 그러나 그들이 하는 공격은 번번이 허공만 가를 뿐,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대상의 털끝도 스치지 못했다.
“피하기만 잘 하면 다 되는 건줄 아는 거냐!”
“시끄럽군. 좀 닥쳐주지 않겠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진의 주먹이 바로 앞에 서 있던 흑의인의 면상을 날려 버렸다. 목뼈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공중을 몇 바퀴 돌아 바닥에 처박히는 흑의인. 그 모습을 본 나머지 흑의인들은 ‘두고 보자!’라는 고전적인 대사를 내뱉으며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여튼 쥐뿔도 없는 것들이 설치기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진의 얼굴에는 근심의 빛이 가득 했다. 빨리 배를 타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대가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도시에 있는 자들이 휩쓸릴 가능성도 충분했다. 소동을 일이키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기에 그는 되도록 빨리 배를 구해서 이곳을 떠나야 했다.
결국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돌아와서 침대에 털썩 누운 진. 만약 루나와 우연히 만나는 일이 없었다면 그는 평범하게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 이면 집에 슬슬 돌아가서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딸에게 잔소리를 들어야겠지만,
‘사정이 이렇게 꼬여 버렸으니 당분간 돌아갈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겠군.’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는 그였다.
같은 시간, 루나는 속옷차림이 된 채 레피나에게 붙잡혀 있었다. 물론 레피나는 진작 잠들었지만 무슨 힘이 그렇게 센 건지 자신을 꼭 끌어안고 놔주질 않고 있었다. 몇 번이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럴 때 마다 그녀는 루나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끌어안았다.
‘이래서는 아침까지 이 상태로 있겠어~.’
루나는 울상을 지으며 다시 한 번 빠져나가려고 힘을 썼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거기다 이번에는 레피나의 손이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더듬는 것이 아닌가! 마음속으로만 비명을 지르면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헛수고였을 뿐이다.
그렇게 항구도시의 이틀째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아침에 일어난 진은 크게 기지개를 한 다음 창문을 열어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향취를 깊이 음미했다. 내륙에 살기 때문에 자주 접하지 못하는 해안가. 만약 이번 일이 무사히 해결 되고 아무 탈 없이 돌아간다면 딸과 아내를 데리고 해변으로 놀러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물론, 지켜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는 청소를 하는 종업원과 주인이 있을 뿐, 다른 누가 있지는 않았다.
“좋은 아침이우. 주인장.”
“잘 주무셨습니까.”
“덕분에.”
그렇게 말 한 다음 테이블에 앉아 물이나 한 잔 달라고 말하는 진. 루나와 레피나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 했다. 물론, 지금은 좀 이른 시각이기는 하지만 쫓겨 다닐 때에 비하면 많이 풀어졌다고도 할 수 있었다.
‘뭐, 여유가 있을 때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법이니까.’
진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루나가 간밤에 어떤 일을 당했는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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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5/10 02:28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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