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11일
Wheel of fortune-Part1-18
어느새 18화까지 와버렸군요.
뭐, 어차피 이글루에서
이걸 보주는 님들은 없으니 신경 안써요.
그래요. 신경 안씁니....
...
...
...
...
...
...

롤랜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대뜸 자신의 앞에 나타나서 부탁할 것이라니, 갑자기 나타난 것도 그렇고 지금 하는 말도 그다지 신뢰성은 없는 것 같지만 일단 속는 셈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일단 들어나 볼까?”
“별 거 없습니다.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의 행방을 좀 찾아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고작 사람 찾는 것에 날 쓰겠다는 것인가? 불쾌하군.”
“그렇게 말씀하시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저희가 찾는 인물은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롤랜드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럼 이들이 찾는 사람은 어디의 신분이 높은 귀족이나 아니면 왕족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 내부의 사람이거나 지금 열심히 그 행방을 캐고 있는 자들과 관련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가 머릿속을 회전시키는 동안 눈앞의 사내는 럼주를 한 모금 들이킨 다음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은 왕족…이라고 하면 적당한 설명이 되겠군요.”
“왕족이라고?”
“그렇습니다. 그 분은 롤랜드 공이 속한 나라의 왕족이십니다.”
“그렇다면 그 분을 말하는 것이오?!”
롤랜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비밀리에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해도 어엿한 한 나라의 신하다. 그런데 자신이 속한 나라의 왕족이라니, 그것도 하필이면 자신이, 아니, 모든 귀족이 잘 알고 있는 인물을 거론하는 눈앞의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 정체가 뭐지?”
“그 분의 하찮은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나가는 사내. 롤랜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돌아오면서도 롤랜드는 그 남자가 한 말을 완전히 신용해도 좋을지 의심이 들었다. 분명 이 나라는 지금 왕위를 누가 계승하느냐로 시끄럽다. 그러나 그것은 지방영주인 자신과는 그다지 관계없는 일.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자신의 눈으로 보자면 왕자들의 수준은 어디까지나 비슷한 것으로 딱히 누가 더 우수한지는 알 수 없었다. 역으로 그것이 왕위계승에 관련된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 남자가 말한 인물은 달랐다. 왕자가 아닌, 왕권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남자. 그렇지만 그 능력은 다른 어떤 왕자들보다 뛰어나고, 그것 때문에 살해위협을 받아 모습을 감춘 자. 지금은 어디 있는지 단서조차 잡히지 않지만 자신들의 수하들을 푼다면 빠른 시일 안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점에서 만난 그 남자도 이것을 분명히 알고 그 부탁을 한 것이겠지. 하지만 자신에게는 지금 그보다 다른 일들이 더 많이 있다. 영지를 다스리는 것은 물론이고 반쪽짜리 엘프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군사력도 키워야 하는 입장. 이것만으로도 머리가 충분히 아픈데 그 자를 찾아야 하는 것 까지 겹치면 자신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이라는 말을 그 자가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자기가 알고 있는 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수하라는 의미도 되겠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었다. 단지 다음에 만나게 되면 그 때는 자신의 태도를 확실히 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며 조용히 힘을 비축하던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공식 석상에 나가 더 강력한 힘을 손에 넣던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란 말이 있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말을 몰아 자신의 성으로 돌아갔다.
움직이는 동안 적의 습격 같은 것은 없었다. 심지어는 따라오거나 어딘가에서 감시한다는 기색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매일. 진은 갑자기 이런 현상이 생긴 것에 관해서 의심이 들었지만 그걸 입으로 나타낼 수는 없었다. 어차피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좋은 것이고 루나나 레피나에게 쓸데없는 말로 정신적인 부담감을 지울 수는 없었으니까. 다만, 자신들을 여전히 따라오는 프레시아에 관해서는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한 순간이지만 자신을 압도할 정도의 살기를 뿜어내고, 거기다 진짜 목적을 감추고 있으니까. 최악의 경우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진. 왠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그래?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서 그런 걸 거예요.”
레피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루나. 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자신들이 목표로 한 토레이나까지는 조금만 가면 금방이다. 거기서 배를 타고 움직인다면 자신들을 쫓아오는 자들도 추적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하지만 확실히 추적을 그만둘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뱃길로 가는 것은 중간에 해적의 습격을 받을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다시 육로로 방향을 돌리기에는 남아있는 길이 너무나도 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지를 남겨두게 하고 그걸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모두 운명의 장난인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토레이나에 빨리 가기 위해 두 사람을 재촉하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의 다 오기는 했지만 해가 져 버려 문이 닫힌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기 시작하는 세 사람. 주변에 시간을 놓쳐 못 들어간 사람이 제법 있었는지 여기저기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개 중에는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만 있는 용병집단도 있었고, 장사를 하기위해 말에 물건을 잔뜩 실어놓은 장사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음유시인 등 그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오래간만에 활기찬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루나가 마구 떠들고, 레피나는 거기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지만 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눈앞에 타오르는 불꽃만 바라볼 뿐이었다.
“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우리들의 여행도 끝나네요.”
“그럴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
“하지만 지금 당장 큰 고비는 넘긴 거겠죠?”
“그래.”
“그러고 보니 저희는 진에 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네요.”
레피나의 한마디에 슬쩍 고개를 돌리는 진. 사실 지금까지 같이 다니면서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 꺼내지도 않았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고향의 이야기는 함부로 할 성질의 것이 못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반짝이며 채근하는 루나와 아무런 말은 없지만 역시 같은 의지를 담아 지긋이 압박을 넣는 레피나. 결국 견디지 못한 그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고향이나 가족이야기는 별로 재미없겠지만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진. 그가 고향을 떠나온 것은 벌써 3년이나 된 일로 고향에 있는 아내와 아이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것을 뿌리치고 그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안온하고 조용한 삶에 빠져 나날이 무기력해지는 자신이 싫어서,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대륙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그가 본 것은 아직도 남아 있는 전쟁의 흔적과 그것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그렇게 바뀐 세상을 확인하고 슬슬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우연히 루나와 만나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고향에 갈 계획을 취소하고 이렇게 지내오고 있다는 것 까지. 이야기를 듣던 루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중얼거렸지만 진은 오히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내 딸애가 너보다 약간 작은 편인데 말이다, 너를 보고 있으니 그 애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
“아저씨의 딸은 어떤데요?”
“여자아이 치고는 성격이 괴팍하지만, 엄마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꺼내지.”
그렇게 말하면서 좀처럼 보기 힘든 환한 웃음을 짓는 그. 아마도 집에 있는 가족들 생각에 나온 웃음일 것이다. 그 웃음을 보면서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짓는 루나. 그녀에게 어릴 적의 기억이라고는 쓸쓸하고, 괴롭고, 힘든 것 밖에 없었다. 인간인 아버지와 엘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받아온 차별, 전쟁으로 잃은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 그리고 진에게 구해질 때 까지 엉망진창인 채로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던 생활. 그런 그녀였기에 진의 행복해 보이는 미소는 어쩐지 가슴이 아려왔다. 좋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루나가 우울한 표정을 하자 레피나는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옛날 일 같은 건 생각하지 마.”
“그걸 어떻게 알았어?”
“루나는 생각하는 게 얼굴에 바로바로 드러나는 타입이니까, 딱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웃는 레피나. 그런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입을 삐죽 내미는 루나. 누가 본다면 루나가 더 나이가 어릴 것이라고 생각할만한 장면이었지만 사실 살아온 시간만으로 따지만 루나가 레피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수라장을 헤쳐 나온 경험만 하더라도 루나가 훨씬 앞서고 있었지만 정신연령의 성숙도라는 것은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았다.
성문 앞쪽은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런 때에도 장사수완을 발휘해 물건을 벌여놓고 팔고, 용병들과 일부 모험가들은 술을 나눠 마시면서 죽이 잘 맞게 놀고 있었으며 음유시인들은 그들의 악기와 노래로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보통 같으면 성문 위에서 시끄럽다고 할 법도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런 말이 없었고 그들은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노래를 부르면서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을 테니 충분히 즐겨 두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중얼 거린 사람은 프레시아. 그녀는 성벽 위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대로만 일이 진행 된다면 이 세상은 다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저들은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할 지, 그리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신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게 해줘야지.”
진은 프레시아의 그런 모습을 못 봤는지 그저 웃고 떠들면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날이 밝고 성문이 열리자 제각기 짐을 챙겨 일제히 성문으로 몰리는 사람들. 복잡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엉망인 것은 아니라서 세 사람은 금방 성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도시 안으로 들어서자 조금씩 풍기는 바다냄새. 루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바다냄새를 만끽했지만 레피나는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왼손으로 살짝 코를 가렸다. 진도 루나처럼 한껏 심호흡을 하면서 조금씩 풍겨오는 바다의 냄새를 맡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불확실하지만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도 악의가 가득 담긴 의지를 담고 보내오는 시선. 사람이 많아 누가 자신들을 살펴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진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에는 충분했다.
“진? 왜 갑자기 인상을 써요?”
“아무것도 아냐. 그냥 좀 속이 거북해서 말이지.”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필사적으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자를 찾는 진. 하지만 사람이 넘치는 이곳에서 그런 자를 찾아낸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별 반 다를 것이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배를 찾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루나가 여기에 왔으면 해산물을 먹어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어쩔 수 없이 식당가로 향하는 세 사람.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느껴지는 적의에 진은 속으로 조금 경계를 하면서 걸어갔다.
입구에 거대한 조개모형의 조형물이 걸려 있는 곳으로 들어간 세 사람. 루나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을 하려다 진에게 핀잔을 듣고는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살펴본다는 것 보다는 그저 이곳에 있는 메뉴를 전부 시켜서 먹어보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살짝 한숨을 쉬는 진과 같이 메뉴판을 들여다보면서 이게 맛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레피나.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느껴지는 적의에 진은 주변을 흘깃 흘깃 쳐다봤다. 자신들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느껴지는 적의. 이 정도로 자신의 눈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보통의 인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추적자들의 기척이나 쫓아오는 것 정도는 확실하게 알아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들어오면서 느끼는 적의는 틀렸다. 누가 품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만약 소환한 사역마를 이용한 것이라 해도 주인의 의지가 완전히 자신들에게 전해져 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거 꽤나 미움 받고 있는 모양인가 보군. 어딘가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어느새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에 손을 가져가는 진.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손을 써야 한다. 아마도 빠르다면 오늘 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잘 구워진 생선살을 입으로 가져갔다.
뭐, 어차피 이글루에서
이걸 보주는 님들은 없으니 신경 안써요.
그래요. 신경 안씁니....
...
...
...
...
...
...

[눈물이 멈추질 않아.]
롤랜드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대뜸 자신의 앞에 나타나서 부탁할 것이라니, 갑자기 나타난 것도 그렇고 지금 하는 말도 그다지 신뢰성은 없는 것 같지만 일단 속는 셈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일단 들어나 볼까?”
“별 거 없습니다.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의 행방을 좀 찾아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고작 사람 찾는 것에 날 쓰겠다는 것인가? 불쾌하군.”
“그렇게 말씀하시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지만 저희가 찾는 인물은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롤랜드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럼 이들이 찾는 사람은 어디의 신분이 높은 귀족이나 아니면 왕족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 내부의 사람이거나 지금 열심히 그 행방을 캐고 있는 자들과 관련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가 머릿속을 회전시키는 동안 눈앞의 사내는 럼주를 한 모금 들이킨 다음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희가 찾고 있는 사람은 왕족…이라고 하면 적당한 설명이 되겠군요.”
“왕족이라고?”
“그렇습니다. 그 분은 롤랜드 공이 속한 나라의 왕족이십니다.”
“그렇다면 그 분을 말하는 것이오?!”
롤랜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비밀리에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해도 어엿한 한 나라의 신하다. 그런데 자신이 속한 나라의 왕족이라니, 그것도 하필이면 자신이, 아니, 모든 귀족이 잘 알고 있는 인물을 거론하는 눈앞의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 정체가 뭐지?”
“그 분의 하찮은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나가는 사내. 롤랜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돌아오면서도 롤랜드는 그 남자가 한 말을 완전히 신용해도 좋을지 의심이 들었다. 분명 이 나라는 지금 왕위를 누가 계승하느냐로 시끄럽다. 그러나 그것은 지방영주인 자신과는 그다지 관계없는 일.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자신의 눈으로 보자면 왕자들의 수준은 어디까지나 비슷한 것으로 딱히 누가 더 우수한지는 알 수 없었다. 역으로 그것이 왕위계승에 관련된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 남자가 말한 인물은 달랐다. 왕자가 아닌, 왕권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남자. 그렇지만 그 능력은 다른 어떤 왕자들보다 뛰어나고, 그것 때문에 살해위협을 받아 모습을 감춘 자. 지금은 어디 있는지 단서조차 잡히지 않지만 자신들의 수하들을 푼다면 빠른 시일 안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점에서 만난 그 남자도 이것을 분명히 알고 그 부탁을 한 것이겠지. 하지만 자신에게는 지금 그보다 다른 일들이 더 많이 있다. 영지를 다스리는 것은 물론이고 반쪽짜리 엘프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군사력도 키워야 하는 입장. 이것만으로도 머리가 충분히 아픈데 그 자를 찾아야 하는 것 까지 겹치면 자신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이라는 말을 그 자가 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자기가 알고 있는 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수하라는 의미도 되겠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었다. 단지 다음에 만나게 되면 그 때는 자신의 태도를 확실히 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며 조용히 힘을 비축하던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 공식 석상에 나가 더 강력한 힘을 손에 넣던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란 말이 있지.”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말을 몰아 자신의 성으로 돌아갔다.
움직이는 동안 적의 습격 같은 것은 없었다. 심지어는 따라오거나 어딘가에서 감시한다는 기색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매일. 진은 갑자기 이런 현상이 생긴 것에 관해서 의심이 들었지만 그걸 입으로 나타낼 수는 없었다. 어차피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좋은 것이고 루나나 레피나에게 쓸데없는 말로 정신적인 부담감을 지울 수는 없었으니까. 다만, 자신들을 여전히 따라오는 프레시아에 관해서는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한 순간이지만 자신을 압도할 정도의 살기를 뿜어내고, 거기다 진짜 목적을 감추고 있으니까. 최악의 경우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그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진. 왠지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그래?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서 그런 걸 거예요.”
레피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루나. 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자신들이 목표로 한 토레이나까지는 조금만 가면 금방이다. 거기서 배를 타고 움직인다면 자신들을 쫓아오는 자들도 추적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하지만 확실히 추적을 그만둘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뱃길로 가는 것은 중간에 해적의 습격을 받을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다시 육로로 방향을 돌리기에는 남아있는 길이 너무나도 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지를 남겨두게 하고 그걸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모두 운명의 장난인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토레이나에 빨리 가기 위해 두 사람을 재촉하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의 다 오기는 했지만 해가 져 버려 문이 닫힌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기 시작하는 세 사람. 주변에 시간을 놓쳐 못 들어간 사람이 제법 있었는지 여기저기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개 중에는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만 있는 용병집단도 있었고, 장사를 하기위해 말에 물건을 잔뜩 실어놓은 장사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음유시인 등 그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오래간만에 활기찬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루나가 마구 떠들고, 레피나는 거기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지만 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눈앞에 타오르는 불꽃만 바라볼 뿐이었다.
“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우리들의 여행도 끝나네요.”
“그럴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
“하지만 지금 당장 큰 고비는 넘긴 거겠죠?”
“그래.”
“그러고 보니 저희는 진에 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네요.”
레피나의 한마디에 슬쩍 고개를 돌리는 진. 사실 지금까지 같이 다니면서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 꺼내지도 않았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쩌면 그에게 있어서 고향의 이야기는 함부로 할 성질의 것이 못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반짝이며 채근하는 루나와 아무런 말은 없지만 역시 같은 의지를 담아 지긋이 압박을 넣는 레피나. 결국 견디지 못한 그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고향이나 가족이야기는 별로 재미없겠지만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진. 그가 고향을 떠나온 것은 벌써 3년이나 된 일로 고향에 있는 아내와 아이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것을 뿌리치고 그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안온하고 조용한 삶에 빠져 나날이 무기력해지는 자신이 싫어서,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대륙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그가 본 것은 아직도 남아 있는 전쟁의 흔적과 그것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그렇게 바뀐 세상을 확인하고 슬슬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우연히 루나와 만나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고향에 갈 계획을 취소하고 이렇게 지내오고 있다는 것 까지. 이야기를 듣던 루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중얼거렸지만 진은 오히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내 딸애가 너보다 약간 작은 편인데 말이다, 너를 보고 있으니 그 애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
“아저씨의 딸은 어떤데요?”
“여자아이 치고는 성격이 괴팍하지만, 엄마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꺼내지.”
그렇게 말하면서 좀처럼 보기 힘든 환한 웃음을 짓는 그. 아마도 집에 있는 가족들 생각에 나온 웃음일 것이다. 그 웃음을 보면서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짓는 루나. 그녀에게 어릴 적의 기억이라고는 쓸쓸하고, 괴롭고, 힘든 것 밖에 없었다. 인간인 아버지와 엘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받아온 차별, 전쟁으로 잃은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 그리고 진에게 구해질 때 까지 엉망진창인 채로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던 생활. 그런 그녀였기에 진의 행복해 보이는 미소는 어쩐지 가슴이 아려왔다. 좋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루나가 우울한 표정을 하자 레피나는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옛날 일 같은 건 생각하지 마.”
“그걸 어떻게 알았어?”
“루나는 생각하는 게 얼굴에 바로바로 드러나는 타입이니까, 딱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웃는 레피나. 그런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입을 삐죽 내미는 루나. 누가 본다면 루나가 더 나이가 어릴 것이라고 생각할만한 장면이었지만 사실 살아온 시간만으로 따지만 루나가 레피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수라장을 헤쳐 나온 경험만 하더라도 루나가 훨씬 앞서고 있었지만 정신연령의 성숙도라는 것은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았다.
성문 앞쪽은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런 때에도 장사수완을 발휘해 물건을 벌여놓고 팔고, 용병들과 일부 모험가들은 술을 나눠 마시면서 죽이 잘 맞게 놀고 있었으며 음유시인들은 그들의 악기와 노래로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보통 같으면 성문 위에서 시끄럽다고 할 법도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런 말이 없었고 그들은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노래를 부르면서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을 테니 충분히 즐겨 두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중얼 거린 사람은 프레시아. 그녀는 성벽 위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대로만 일이 진행 된다면 이 세상은 다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저들은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야 할 지, 그리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신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게 해줘야지.”
진은 프레시아의 그런 모습을 못 봤는지 그저 웃고 떠들면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날이 밝고 성문이 열리자 제각기 짐을 챙겨 일제히 성문으로 몰리는 사람들. 복잡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엉망인 것은 아니라서 세 사람은 금방 성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도시 안으로 들어서자 조금씩 풍기는 바다냄새. 루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바다냄새를 만끽했지만 레피나는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왼손으로 살짝 코를 가렸다. 진도 루나처럼 한껏 심호흡을 하면서 조금씩 풍겨오는 바다의 냄새를 맡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불확실하지만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도 악의가 가득 담긴 의지를 담고 보내오는 시선. 사람이 많아 누가 자신들을 살펴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진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것에는 충분했다.
“진? 왜 갑자기 인상을 써요?”
“아무것도 아냐. 그냥 좀 속이 거북해서 말이지.”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필사적으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자를 찾는 진. 하지만 사람이 넘치는 이곳에서 그런 자를 찾아낸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별 반 다를 것이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배를 찾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루나가 여기에 왔으면 해산물을 먹어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어쩔 수 없이 식당가로 향하는 세 사람.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느껴지는 적의에 진은 속으로 조금 경계를 하면서 걸어갔다.
입구에 거대한 조개모형의 조형물이 걸려 있는 곳으로 들어간 세 사람. 루나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을 하려다 진에게 핀잔을 듣고는 메뉴판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지만 그것은 살펴본다는 것 보다는 그저 이곳에 있는 메뉴를 전부 시켜서 먹어보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살짝 한숨을 쉬는 진과 같이 메뉴판을 들여다보면서 이게 맛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레피나.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느껴지는 적의에 진은 주변을 흘깃 흘깃 쳐다봤다. 자신들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느껴지는 적의. 이 정도로 자신의 눈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은 보통의 인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추적자들의 기척이나 쫓아오는 것 정도는 확실하게 알아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들어오면서 느끼는 적의는 틀렸다. 누가 품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만약 소환한 사역마를 이용한 것이라 해도 주인의 의지가 완전히 자신들에게 전해져 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거 꽤나 미움 받고 있는 모양인가 보군. 어딘가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어느새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에 손을 가져가는 진.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손을 써야 한다. 아마도 빠르다면 오늘 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잘 구워진 생선살을 입으로 가져갔다.
# by | 2007/09/11 21:47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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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배고픈데[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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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캐릭터는 고사하고 배경도 뭐도 아니 글 내용도 머리속에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