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el of fortune-Part 1-17

오래간만의 업로드입니다.
어차피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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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령:아우우~. 더워요~. 사쿠야씨~;ㅁ;]


거의 이틀 동안 뻗어 있는 진을 바라보면서 불안해하는 루나와 레피나. 마치 죽은 것처럼 잠만 자고 있는 모습에 혹시나 진짜 죽은 것은 아닌지 몇 번이나 숨 쉬는 것을 확인해 보기도 하고 혹시라도 지금 당장 적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두 사람의 몰골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지금 상태에서 진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가 깨어나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었다. 계속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자신들을 쫓아오는 자들에게 ‘나 죽여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거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머물러 있을 거야?”
“미안, 레피나. 하지만 지금 움직인다고 해도 말이지….”
말끝을 흐리면서 진을 바라보는 루나. 보통 성인 남성의 거의 두 배는 가까울듯한 거대한 체격에 등에는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대검, 그리고 몸에는 갑옷을 두르고 있다. 이런 존재를 데리고 움직인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는 거의 무리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아~. 이렇게 되면 로프로 묶어서라도 질질 끌고 갈까?”
“미안하지만 그건 사양하겠어.”
“진!”
어느새 상반신을 일으켜 있는 힘껏 기지개를 펴는 그. 이틀 동안 쉬지 않고 잔 덕분인지 전신이 비명을 지르고 있기는 했지만 그의 표정은 개운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안도의 한 숨을 쉬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고생한 것 때문에 무지 화가 나 있는 두 사람. 그러나 지금 그가 무사히 일어나 준 것만으로도 루나와 레피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이틀을 내리 잠만 자서 그런 것인지 진은 제법 큰 크기의 빵 두 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 엄청난 속도에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 그러나 그것으로는 모자란 듯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그를 보면서 레피나는 그 식욕에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수인족이 이 정도의 식욕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그의 한마디는 그녀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역시 빵으로는 뭔가 부족해. 고기를 먹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그냥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진이 회복하자마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세 사람. 한낮의 내리쬐는 태양빛은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그냥 길을 걷다가 중간에 쉬었다가 다시 걷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동안 딱히 적이나 산적, 마수 같은 것들이 나타나지 않는 그야말로 평온한 여행 같은 느낌. 하지만 그 실상은 피곤에 지쳐 있는 둘을 진이 거의 억지로 끌고 가고 있는 것으로 이틀을 내리 잔 그와는 달리 둘은 긴장 속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먹는 것조차도 안심하고 먹질 못했으니까. 결국 보다 못한 진은 얼마 가지 않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움직이고 두 사람에게 푹 쉬어두라고 말했다.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두 사람 다 얼굴색이 말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다음 두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천막을 치는 진. 천막을 치고 자리를 깐 다음 두 사람을 들여보내 재우고, 바깥에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딱히 누군가가 따라온다거나 하는 낌새는 없었다. 먼발치에서 보이던 프레시아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위해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가 하려는 일이 자신들에게 결코 좋은 것이 아님을 그는 직감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프레시아는 지친 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리 자신이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고 해도 인간의 몸을 쓰고 있는 이상 지금의 상처는 그녀에게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이런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러면 언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인간의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는 건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상처를 매만지는 그녀. 손끝에 묻어나오는 피의 느낌. 이미 어느 정도 굳어버려 끈적끈적한 촉감과 살며시 코에 닿는 비릿한 냄새. 그리고 손끝에 묻어 있는 붉은 색의 액체. 이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위험에 처한다면 자신을 구하러 와 줄 존재는 아무도 없다. 혹시라도 진이 와 줄 가능성도 있지만 그 확률은 지극히 낮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프레시아의 입가에는 그저 쓴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언제나 손해 보는 일만 했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 그래도 스스로가 원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중얼거리면서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는 그녀. 잠시 동안 그렇게 앉아 있으니 조금 통증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후우~. 역시 인간의 몸이라는 것은 불편하다니까.”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그 몸을 선택했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고 굵직한 목소리. 프레시아는 아무런 긴장감 없는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녀의 등 뒤에 서 있는 것은 초로한 차림의 노인. 그의 손에는 나무를 아무렇게나 깎아서 만든 지팡이가 들려 있었고 얼굴은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쭈글쭈글한 주름살이 가득했다. 그러나 눈빛만은 날카롭게 살아 있었고 표정에서는 뭔가 강렬한 의지마저 느껴지는 그런 모습. 그는 앉아 있는 그녀에게 계속 시선을 보내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너라면 굳이 인간의 모습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히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모습으로 있는 거지?”
“굳이 말하자면 이편이 눈을 속이기 쉬우니까. 그리고 쓸데없는 이야기가 끝났으면 사라져 줄래? 과거 종족전쟁의 영웅이라고 해도 난 봐 줄 생각은 없거든.”
“그러지. 자네랑 같이 있으면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품속에서 주머니 같은 것을 꺼내 그녀에게 던진 다음 곧바로 마법진을 자신의 발밑에 형성하여 새하얀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어지간한 엘리트가 아니고서는 시전 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깎아먹는다는 전이마법. 그걸 아무렇지 않게 구사한다는 것은 저 노인이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과도 같았다.
“언제까지 똑같은 비극을 반복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움직이는 거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노인이 두고 간 주머니를 열어보는 프레시아. 그 안에는 몇 개인가 둥글게 뭉쳐놓은 환약이 있었는데 풍겨오는 향기만으로도 몸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한 그런 물건이었다. 냉큼 하나를 집어 먹고 천천히 씹어 삼킨 그녀는 혀를 앞으로 내밀면서 맛없다고 중얼거렸다.
밤이 깊어지고, 두 개의 달이 모습을 드러내자 진은 주머니에 있는 부싯돌과 근처에서 끌어 모은 나뭇가지와 낙엽조각으로 불을 붙여보려 했다. 그러나 젖어 있어 그런지 불은 쉽게 붙지 않았고 한참을 끙끙거리던 그는 결국 포기했다는 듯, 부싯돌을 주머니에 넣었다. 루나가 깨어 있다면 불의 정령을 불러내어 금방 끝냈을 일이었겠지만 지금 그녀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런 상태의 그녀를 깨우는 것은 왠지 미안해서, 그는 아무런 말도 안하고 조용히 하늘을 바라봤다. 과거 전쟁 당시 붉은 빛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순수하게 맑고 깨끗한 하늘. 새삼스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린 순간, 그는 깜짝 놀라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프레시아. 그녀는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진에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혼자서 궁상맞게 뭐하고 있어요?”
그녀의 그 한마디에 그는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말로는 절대로 이기지 못하는 상대니까, 뭐라고 반론하려고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프레시아의 도움으로 모아놓은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고, 마른 마무를 몇 개 더 꺾어 집어 넣는 진. 그런 다음 그는 그녀에게 언제나처럼 이런 저런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직설적인 말투로 자신들을 도우려는 이유와 그녀의 정체, 그리고 목적 등을 물어봤지만 그녀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으면서 어정쩡한 대답으로 넘길 뿐, 확실한 말은 해주지 않고 있었다.
“아직 당신들은 모르고 있는 편이 좋아요. 나에 관해서도, 그리고 당신들에 관해서도.”
“너에 관한 것은 그렇다 쳐도 우리들에 관한 것은 우리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뭘 알면 안 된다는 거지?”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랍니다.”
그렇게 말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녀. 진은 그녀를 막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전에 푸른 갑옷의 전사를 봤을 때와 같은 살기와 위압감. 본능적인 감으로 움직임을 멈춘 그를 프레시아는 한 번 쳐다본 다음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밤의 어둠 속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잘못 움직였으면 죽었을…까?”
그의 그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은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뿐이었다.
롤랜드는 부하들에게 이런 저런 보고들 들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부하들은 이번에 딱히 욕을 들을 만한 일이 없었으니 속으로 안심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롤랜드의 단 한마디로 산산조각 나 버렸다.
“어리석은 놈들.”
그 목소리는 분노에 차 있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지극히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본능 적으로 뭔가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는 부하들. 롤랜드가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아닌, 너무나도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뱉은 단 한마디. 평소에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던 그가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자신들이 뭔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은 그의 지시대로 해놨기 때문에. 영문을 모른 채 벌벌 떨고 있는 부하들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 다음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너희 같은 무능한 놈들이 알 바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부하들이 따라오려는 것을 제지하고 하인을 시켜 마구와 말을 준비시키는 그. 복장은 언제나 착용하던 탁한 검은색의 갑옷이 아닌, 조금 허름해 보이는 바지와 셔츠, 코트였다. 허리에 차고 있는 검도 평상시의 것이 아닌,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평범한 물건. 그 상태로 나갔다가 기습이라도 받으면 위험하다고 부하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그것을 뿌리치고 그대로 말을 몰아 자신의 저택을 빠져 나갔다. 그 영문 모를 행동에 부하들은 그저 서로의 얼굴만 쳐다 볼 뿐, 다른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가 말을 몰아 도착한 곳은 자신의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허름한 주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비고, 싸구려 술 냄새와 불쾌한 냄새가 감도는 이곳. 높은 신분에 있는 그가 올만한 곳은 아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주점으로 들어가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어서 오세요. 손님. 뭘 드릴까요?”
“럼주나 한 병 주게. 없는 것은 아니겠지?”
“곧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카운터로 간다. 그 사이 시간을 때울 겸 해서 술집을 한 번 둘러보는 롤랜드. 어느 술집이 다 그런 것처럼 밤이 깊어서 그런지 주정을 부리는 사람,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는 사람, 옆 테이블과 시비를 붙는 사람 등 그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렇게 술짐 안을 잠깐 동안 관찰하고 있으려니 웬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자신의 앞에 대담하게 앉는 것을 본 롤랜드. 그 남자의 자세는 지극히 거만하고, 표정 역시 모든 것을 깔보는 표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은 있었는지 롤랜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
“이거 미안합니다. 좀 조용한 자리를 찾으려고 하다 보니 말이죠.”
“나랑 합석해도 괜찮은 건가?”
“네. 상관없습니다. 제 목적은 이미 절반을 달성했으니까요.”
롤랜드는 그의 말에 의문을 품었다. 갑자기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 앞에 나타나 거만한 자세와 표정으로 자신을 내리깔아 본 다음 대뜸 목적을 절반이나 이루었다고 하는 눈앞의 사내. 만약 자신의 암살을 노리고 있다고 하면 여기는 너무나도 부적절한 장소다. 술주정꾼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눈도 있고 아직 주인이나 종업원이나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사자라고 보기에는 그 자세나 언동이 너무나도 거만하고 부자연스럽다. 어느 쪽일지를 조용히 재고 있는 그의 앞에 종업원이 럼주 한 병과 큰 도기로 된 잔을 내밀었다. 조용히 병의 마개를 열고 술을 따르는 그에게 거만한 자세의 남자는 조용히 한 마디를 꺼냈다.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소이다. 롤랜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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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se | 2007/08/25 01:34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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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티에라바다 at 2007/08/25 02:22
힝 ㅠㅠ 소설보다 자꾸 위의 그림에 눈이 가요!! 어떡해요-!
Commented by sesialord at 2007/08/25 03:16
원래 얼음집 연재가 소외받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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