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08일
Wheel of fortune-Part1-16
느릿느릿 16번째 이야기.
성원해주시닌 분들께는 감사.
악플은 사절, 비판은 환영.

추적자들은 하나, 둘 씩 프레시아의 공격에 쓰러져 가고 있었다. 숫자상으로는 자신들이 분명 위일 것이고 그녀의 실력 역시 자신들과는 별반 차이가 날 것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당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저 여자는 혹시 자신의 진짜 실력을 감춰놓고 있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머릿수라는 것은 절대적이다. 상대가 드래곤이거나 그와 동등한 존재라면 이야기는 틀려지겠지만.
“이 빌어먹을 년!”
“그런 소리를 할 여유가 아직도 있나보네?”
어느새 동료들의 대부분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에 뒹굴고 있다. 남아있는 자들도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듯, 제대로 서 있는 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은 상황. 그러나 여기서 한 방이라도 먹이지 않으면 죽어간 동료들의 원한을 풀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사방에서 달려든 추적자들의 검이 프레시아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해냈다는 표정을 짓는 추적자들. 그러나 곧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후회했다.
“아프네. 칼에 찔리는 거.”
“뭐, 뭐야!”
“분명히 급소를 찔렀을 텐데!”
“그건 인간에게나 통하는 말이야. 알겠어?”
그럼 눈앞에 서 있는 자는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인간이 아니라면 드래곤이란 말인가? 하지만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해 지상에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프레시아의 몸에 박혀 있던 칼들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왔다. 간신히 피하기는 했지만 몇몇은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무기도 없고, 눈앞의 저 여자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듯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도망치는 것. 살아남은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을 돌리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프레시아가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컥?!”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추적자들. 그들의 가슴에는 거대한 나뭇가지들이 박혀 있었다. 그 모습을 싸늘히 한 번 바라본 다음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피를 쏟아내는 프레시아. 칼에 찔린 상처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주변을 둘러 봤다. 이미 자신을 습격해온 자들은 죽거나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하지만 자신도 방심한 탓에 이렇게 큰 부상을 입었다. 이 상태로는 지금쯤 고전하고 있을 진을 도와주러 갈 수가 없다. 사실 저들이 습격해오기 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자신에게 닥쳐온 자들보다 지금 진에게 가 있는 자의 수준이 몇 배나 더 높았다. 아마 진이 간신히 이길 수 있을까말까 할 정도의 수준. 지금 여기서 세 사람이 속절없이 당해버리면 자신의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와줘야만 한다.
“이 상태로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해보는 수밖에!”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가다듬고 조용히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하는 그녀. 어느새 땅에서는 사람 하나가 나올 정도의 크기인 마법진이 생성되고, 그 안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나온 것은 자신이 이전에 불러냈던 푸른 갑옷의 전사. 그는 그녀의 상태를 보더니 갑옷 안에서 새하얀 붕대를 꺼내 그녀의 상처를 덮었다. 그리고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프레시아게 이번에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묻는 그. 그런 그에게 조용히 속삭이듯 무언가를 말하고 정신을 잃은 프레시아. 푸른 갑옷의 전사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녀를 근처에 있는 나무 밑에 눕혀두고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진은 예상치 못한 상대의 실력에 당황하고 있었다. 자유롭게 땅 속을 드나들고, 거기에 더불어 스피드와 예리함까지 겸비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최악의 상대.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쓰러져 버리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루나와 레피나의 꼴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두 눈을 뜨지 않고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분명 지금 이 놈에게 목숨을 빼앗길 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형태로.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후히히히히~. 백은의 마랑이란 것도 별 것 아니었군요.”
“너 같은 놈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나도 땅에 떨어진 모양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등의 태도를 뽑아든 진. 상대방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자신의 응리를 확신하는 웃음을 지으면서 순식간에 땅 속으로 들어갔다. 주변의 공기마저 가라않고, 참기 힘든 적막이 세 사람을 감싼다. 루나는 자신의 정령마법으로 어떻게 도와주려고 했지만 땅 속에서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상대에게 노움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상대방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다. 레피나 역시 자신이 도와줄 방법이 없음에 안타까워 하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 했다. 처음에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하던 적이 지금은 땅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어쩌면 진은 무시하고 자신들을 바로 공격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거면 벌서 달려들었을 것이다.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지?’
어쩌면 진이 지금 태도를 쥔 것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거나 확실히 끝장내기 위 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준비를 한다고 하기에는 끌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도 지쳤다. 어서 나와라. 두더지.”
“그럼 원하시는 대로 세 사람 모두 사이좋게 명부로 가십쇼. 히히히히힛!”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적.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갈라지는 땅. 진을 제외한 두 사람은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지만 진은 아무런 흐트러짐 없이 처음 칼을 든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진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바위덩어리와 날카로운 암살자의 손톱. 암살자가 거의 가까이 다가간 순간, 진은 태도를 번개같이 휘둘렀다.
콰득!
뼈가 갈라지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교차하는 둘. 그리고 진의 바로 눈앞으로 떨어지는 바위덩어리들. 유감스럽게도 진은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내야만 했다.
“진~!”
“하하핫!. 어리석은 남자로군요. 그런다고 제가…어라?”
암살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어깨에서부터 허리에 이르는 부분이 대각선으로 깔끔하게 잘려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따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막대한 양의 피와, 붉은 내장을 쏟아내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몇 번 움찔거리더니 숨을 거둬 버리는 암살자. 레피나와 루나는 그가 완전히 죽었음을 확인한 다음에서야 바위덩어리에 깔린 진에게 달려갔다.
“진! 괜찮아요? 진!”
“쿨럭. 아무래도 역시 한물 간 모양이야.”
“일단 이 바위들부터 치우죠!”
“그 일이라면 내가 하도록 하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루나와 레피나는 동시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일전에 본 푸른 갑옷의 전사. 그는 진을 압박하고 있는 바윗덩어리들을 가볍게 치워버린 다음 그를 일으켜 세우고 조용히 상태를 살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루나와 긴장된 표정의 레피나. 몇 군데를 천천히 살펴보던 그는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본 다음 일어나서 한마디를 던졌다.
“생명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로군. 하지만 당분간 움직이는 건 자제하는 편이 좋아.”
“그, 그럼 무사한건가요?”
“치료를 잘 해줄 때의 이야기다. 다음에 인연이 된다면 또 만나지.”
그렇게 말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푸른 갑옷의 전사. 레피나는 그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왜 자신들을 도와주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지금은 그가 도와주는 것에 속으로 감사히 생각하며 루나와 함께 진을 부축해 근처의 평지에 눕혔다. 얼핏 보기에도 지독해 보이는 부상. 왼팔은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찢어졌고 다른 곳에서도 출혈이 심했다. 수인족 특유의 강인한 내구력과 생명력 덕분에 당장 죽는 것은 면했지만 이 상태로 움직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미지수였고,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적들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후~. 조금 피곤하군. 잠깐 눈 좀 붙여도 괜찮겠지?”
“네. 지금은 일단 편히 쉬세요.”
“고마워, 그럼….”
눈을 감자마자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는 진. 그런 진에게 모포를 덮어주는 루나와 주변을 살피는 레피나. 이곳은 완전히 개방된 곳이니까, 조금 전처럼 땅속으로 오지 않는 다면 금방 눈에 띄고 만다. 하지만 자신들도 충분히 적의 시야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진이 이 상태라는 것을 알면 저들은 볼 것도 없이 다시 암살자를 보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암살자가 그렇게 금방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온다고 하면 그 때는 전력으로 쓰러뜨릴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피는 그녀. 사방에 아무런 낌새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서야 조금 긴장감을 풀고 땅바닥에 앉았다.
“굉장하네. 주변이 이렇게 엉망이라니.”
“다음번에 그런 자가 온다면 우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레피나의 말에 루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진이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해서 간신히 이겨내기는 했지만 다음번에 또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자신과 레피나가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이 어찌 할 수 없는 현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과연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루나는 막막하기만 했다.
한참을 나무 아래에 뻗어 있던 프레시아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을 알아차리고 눈을 떴다. 익숙한 기척. 눈앞에 다가오는 것은 자신이 불러낸 푸른 갑옷의 전사. 그는 아무런 말없이 그녀의 앞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괜찮다고 물어보지도 않네?”
“물어볼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것뿐이다. 다음 명령은 뭐지?”
“지금의 내 마력으로는 널 이 세계에 오래 묶어 둘 수 없어. 그러니 우선은 돌아가 있어줄래? 세 사람을 쫓아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그런 몸 상태로 괜찮겠나?”
“후~. 상관없어. 어차피 별로 대단한 상처도 아니니까.”
푸른 갑옷의 전사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프레시아. 방심해서 당했다고는 해도 지금의 상처는 그녀에게 타격이 꽤 커서 회복하는데 거의 모든 마력을 소모해 버렸다. 마력이 다 떨어져 버리면 자신도 그저 평범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일단은 조금 더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된통 당하고서도 다시 암살자를 금방 보낼 정도로 그들의 조직이 튼튼한 것은 아니니까,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당분간은 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겠지. 그 전에 어떻게든 부상을 회복하고 마력을 보충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에 제 실력을 발휘하질 못하니까.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가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다시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롤랜드는 부하들의 보고를 듣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부하들도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에 속으로 내심 불안해하면서 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놈들의 타격도 크다고 했던가?”
“예!”
“그럼 다시 추적자를 선발해라. 하지만 지금 당장 움직이지는 말도록.”
“알겠습니다!”
썰물같이 빠져나가는 부하들의 뒷모습을 흘끔 바라본 다음 창밖을 바라보는 롤랜드. 바깥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 두 개의 달과 그 주변에서 빛나는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불빛이 가끔 보일 뿐이었다. 그 불빛을 보며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그. 잠시 깊이 뭔가를 생각하던 그는 의자에 앉아 천천히 한 장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곧 새로운 전란의 불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 분의 부활을 위한 피의 축제가 말이다.”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는 롤랜드. 그 웃음과 대비되게, 하늘 위에 걸려 있는 두 개의 달은 각각 은빛과 녹색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성원해주시닌 분들께는 감사.
악플은 사절, 비판은 환영.

[난 궁극의 에로아저씨가 되겠다!]
추적자들은 하나, 둘 씩 프레시아의 공격에 쓰러져 가고 있었다. 숫자상으로는 자신들이 분명 위일 것이고 그녀의 실력 역시 자신들과는 별반 차이가 날 것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당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저 여자는 혹시 자신의 진짜 실력을 감춰놓고 있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머릿수라는 것은 절대적이다. 상대가 드래곤이거나 그와 동등한 존재라면 이야기는 틀려지겠지만.
“이 빌어먹을 년!”
“그런 소리를 할 여유가 아직도 있나보네?”
어느새 동료들의 대부분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에 뒹굴고 있다. 남아있는 자들도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듯, 제대로 서 있는 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은 상황. 그러나 여기서 한 방이라도 먹이지 않으면 죽어간 동료들의 원한을 풀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사방에서 달려든 추적자들의 검이 프레시아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해냈다는 표정을 짓는 추적자들. 그러나 곧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후회했다.
“아프네. 칼에 찔리는 거.”
“뭐, 뭐야!”
“분명히 급소를 찔렀을 텐데!”
“그건 인간에게나 통하는 말이야. 알겠어?”
그럼 눈앞에 서 있는 자는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인간이 아니라면 드래곤이란 말인가? 하지만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해 지상에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대체 어떤 존재란 말인가.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프레시아의 몸에 박혀 있던 칼들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왔다. 간신히 피하기는 했지만 몇몇은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무기도 없고, 눈앞의 저 여자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듯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도망치는 것. 살아남은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등을 돌리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프레시아가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컥?!”
단말마의 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추적자들. 그들의 가슴에는 거대한 나뭇가지들이 박혀 있었다. 그 모습을 싸늘히 한 번 바라본 다음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피를 쏟아내는 프레시아. 칼에 찔린 상처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주변을 둘러 봤다. 이미 자신을 습격해온 자들은 죽거나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하지만 자신도 방심한 탓에 이렇게 큰 부상을 입었다. 이 상태로는 지금쯤 고전하고 있을 진을 도와주러 갈 수가 없다. 사실 저들이 습격해오기 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자신에게 닥쳐온 자들보다 지금 진에게 가 있는 자의 수준이 몇 배나 더 높았다. 아마 진이 간신히 이길 수 있을까말까 할 정도의 수준. 지금 여기서 세 사람이 속절없이 당해버리면 자신의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와줘야만 한다.
“이 상태로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해보는 수밖에!”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가다듬고 조용히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하는 그녀. 어느새 땅에서는 사람 하나가 나올 정도의 크기인 마법진이 생성되고, 그 안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나온 것은 자신이 이전에 불러냈던 푸른 갑옷의 전사. 그는 그녀의 상태를 보더니 갑옷 안에서 새하얀 붕대를 꺼내 그녀의 상처를 덮었다. 그리고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프레시아게 이번에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묻는 그. 그런 그에게 조용히 속삭이듯 무언가를 말하고 정신을 잃은 프레시아. 푸른 갑옷의 전사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녀를 근처에 있는 나무 밑에 눕혀두고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진은 예상치 못한 상대의 실력에 당황하고 있었다. 자유롭게 땅 속을 드나들고, 거기에 더불어 스피드와 예리함까지 겸비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최악의 상대. 하지만 여기서 자신이 쓰러져 버리면 멀찍이 떨어져 있는 루나와 레피나의 꼴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두 눈을 뜨지 않고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분명 지금 이 놈에게 목숨을 빼앗길 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형태로.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후히히히히~. 백은의 마랑이란 것도 별 것 아니었군요.”
“너 같은 놈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나도 땅에 떨어진 모양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등의 태도를 뽑아든 진. 상대방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자신의 응리를 확신하는 웃음을 지으면서 순식간에 땅 속으로 들어갔다. 주변의 공기마저 가라않고, 참기 힘든 적막이 세 사람을 감싼다. 루나는 자신의 정령마법으로 어떻게 도와주려고 했지만 땅 속에서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상대에게 노움이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상대방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다. 레피나 역시 자신이 도와줄 방법이 없음에 안타까워 하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 했다. 처음에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하던 적이 지금은 땅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어쩌면 진은 무시하고 자신들을 바로 공격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거면 벌서 달려들었을 것이다.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거지?’
어쩌면 진이 지금 태도를 쥔 것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거나 확실히 끝장내기 위 한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준비를 한다고 하기에는 끌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도 지쳤다. 어서 나와라. 두더지.”
“그럼 원하시는 대로 세 사람 모두 사이좋게 명부로 가십쇼. 히히히히힛!”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적.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갈라지는 땅. 진을 제외한 두 사람은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지만 진은 아무런 흐트러짐 없이 처음 칼을 든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진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바위덩어리와 날카로운 암살자의 손톱. 암살자가 거의 가까이 다가간 순간, 진은 태도를 번개같이 휘둘렀다.
콰득!
뼈가 갈라지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교차하는 둘. 그리고 진의 바로 눈앞으로 떨어지는 바위덩어리들. 유감스럽게도 진은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내야만 했다.
“진~!”
“하하핫!. 어리석은 남자로군요. 그런다고 제가…어라?”
암살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어깨에서부터 허리에 이르는 부분이 대각선으로 깔끔하게 잘려서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따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막대한 양의 피와, 붉은 내장을 쏟아내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몇 번 움찔거리더니 숨을 거둬 버리는 암살자. 레피나와 루나는 그가 완전히 죽었음을 확인한 다음에서야 바위덩어리에 깔린 진에게 달려갔다.
“진! 괜찮아요? 진!”
“쿨럭. 아무래도 역시 한물 간 모양이야.”
“일단 이 바위들부터 치우죠!”
“그 일이라면 내가 하도록 하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루나와 레피나는 동시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일전에 본 푸른 갑옷의 전사. 그는 진을 압박하고 있는 바윗덩어리들을 가볍게 치워버린 다음 그를 일으켜 세우고 조용히 상태를 살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루나와 긴장된 표정의 레피나. 몇 군데를 천천히 살펴보던 그는 두 사람을 흘끗 바라본 다음 일어나서 한마디를 던졌다.
“생명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로군. 하지만 당분간 움직이는 건 자제하는 편이 좋아.”
“그, 그럼 무사한건가요?”
“치료를 잘 해줄 때의 이야기다. 다음에 인연이 된다면 또 만나지.”
그렇게 말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푸른 갑옷의 전사. 레피나는 그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왜 자신들을 도와주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지금은 그가 도와주는 것에 속으로 감사히 생각하며 루나와 함께 진을 부축해 근처의 평지에 눕혔다. 얼핏 보기에도 지독해 보이는 부상. 왼팔은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찢어졌고 다른 곳에서도 출혈이 심했다. 수인족 특유의 강인한 내구력과 생명력 덕분에 당장 죽는 것은 면했지만 이 상태로 움직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미지수였고,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적들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후~. 조금 피곤하군. 잠깐 눈 좀 붙여도 괜찮겠지?”
“네. 지금은 일단 편히 쉬세요.”
“고마워, 그럼….”
눈을 감자마자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는 진. 그런 진에게 모포를 덮어주는 루나와 주변을 살피는 레피나. 이곳은 완전히 개방된 곳이니까, 조금 전처럼 땅속으로 오지 않는 다면 금방 눈에 띄고 만다. 하지만 자신들도 충분히 적의 시야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진이 이 상태라는 것을 알면 저들은 볼 것도 없이 다시 암살자를 보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암살자가 그렇게 금방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온다고 하면 그 때는 전력으로 쓰러뜨릴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피는 그녀. 사방에 아무런 낌새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서야 조금 긴장감을 풀고 땅바닥에 앉았다.
“굉장하네. 주변이 이렇게 엉망이라니.”
“다음번에 그런 자가 온다면 우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레피나의 말에 루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진이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해서 간신히 이겨내기는 했지만 다음번에 또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자신과 레피나가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것이 어찌 할 수 없는 현실. 냉혹한 현실 앞에서 과연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루나는 막막하기만 했다.
한참을 나무 아래에 뻗어 있던 프레시아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척을 알아차리고 눈을 떴다. 익숙한 기척. 눈앞에 다가오는 것은 자신이 불러낸 푸른 갑옷의 전사. 그는 아무런 말없이 그녀의 앞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괜찮다고 물어보지도 않네?”
“물어볼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것뿐이다. 다음 명령은 뭐지?”
“지금의 내 마력으로는 널 이 세계에 오래 묶어 둘 수 없어. 그러니 우선은 돌아가 있어줄래? 세 사람을 쫓아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그런 몸 상태로 괜찮겠나?”
“후~. 상관없어. 어차피 별로 대단한 상처도 아니니까.”
푸른 갑옷의 전사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프레시아. 방심해서 당했다고는 해도 지금의 상처는 그녀에게 타격이 꽤 커서 회복하는데 거의 모든 마력을 소모해 버렸다. 마력이 다 떨어져 버리면 자신도 그저 평범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일단은 조금 더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된통 당하고서도 다시 암살자를 금방 보낼 정도로 그들의 조직이 튼튼한 것은 아니니까,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당분간은 다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겠지. 그 전에 어떻게든 부상을 회복하고 마력을 보충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에 제 실력을 발휘하질 못하니까.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가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다시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롤랜드는 부하들의 보고를 듣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부하들도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에 속으로 내심 불안해하면서 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놈들의 타격도 크다고 했던가?”
“예!”
“그럼 다시 추적자를 선발해라. 하지만 지금 당장 움직이지는 말도록.”
“알겠습니다!”
썰물같이 빠져나가는 부하들의 뒷모습을 흘끔 바라본 다음 창밖을 바라보는 롤랜드. 바깥에는 이미 어둠이 깔려, 두 개의 달과 그 주변에서 빛나는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불빛이 가끔 보일 뿐이었다. 그 불빛을 보며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그. 잠시 깊이 뭔가를 생각하던 그는 의자에 앉아 천천히 한 장의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곧 새로운 전란의 불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 분의 부활을 위한 피의 축제가 말이다.”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는 롤랜드. 그 웃음과 대비되게, 하늘 위에 걸려 있는 두 개의 달은 각각 은빛과 녹색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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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8/08 15:46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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