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29일
Wheel of fortune-Part1-15
zerose:렐릭 사건도 끝났고, 이제 할 일은 없어진 건가?
abarest:훗. 친구여. 아직 우리들은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zerose:그렇지. 넘버즈나 긴가, 스바루남매들도 이 쿠로가네에 타버렸으니까.
abarest:당분간은 레티제독님의 의뢰대로 차원세계 이곳저곳을 다닐 예정이다.
zerose:그림자에게 휴식은 없다는 건가.
abarest:뭐, 이 함의 수리도 있고 해서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을 예정이지만.
zerose:그런가. 그럼 잠시 어디 좀 다녀오지.
abarest:어딘지 묻는 것은...역시 실례인가?
zerose:모처럼만의 데이트라고.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abarest:뭐, 잘 해보게.
-시공관리국 특무쇄압부대 베오울브즈 결성 일주일 전, 쿠로가네 함교에서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루나도 레피나도 완전히 곯아 떨어져 있을 즈음, 진은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원래라면 그도 지금 쯤 깊은 잠에 빠져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인간과는 달리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수인의 감각은 그에게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 맹수인지, 아니면 마수인지, 그것도 아니면 밤손님인지는 몰라도 단번에 제압할 생각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그.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늑대인가? 하지만 무리랑 같이 있지 않다는 게 거슬리는데.’
보통의 늑대라면 무리생활을 한다. 상처가 심해 버리는 경우라면 몰라도 늑대들의 동료의식은 대단한 것이니까 이렇게 따로 떨어져 행동할 리가 없다.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진은 단번에 거리를 좁혀 늑대에게 일격을 날렸다. 눈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 보통의 맹수라면 이 일격에 죽을 것이 분명했지만….
‘피했다?!’
진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일격을 이 늑대는 피했다. 그것도 진이 달려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움직여서 거리를 멀찍이 띄워버렸다. 보통의 맹수를 훨씬 뛰어넘는 움직임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늑대가 진에게 달려들었다. 피할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의 품에 파고드는 늑대. 그리고 순식간에 가슴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발톱. 그 발톱 역시 보통의 늑대와는 다른, 상당히 커다란 크기였다.
“큭!”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넘어지면서 간신히 공격을 피한 진. 하지만 늑대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넘어진 그에게 올라타 목을 물어뜯으려고 주둥이를 내민다. 어떻게 힘으로 저항하는 그지만 어깨에 파고들어간 발톱 때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거기다 상상을 초월하는 완력 때문에 버티기가 힘들다.
‘어디서 만들어진 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간만에 애먹이는 상대로군!’
늑대의 배를 걷어차서 떨어뜨려 놓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리는 진.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상대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애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 늑대는 과거 자신이 상대했던 것 보다 훨씬 강할지도 모른다. 어지간하면 조용히 끝낼 생각이지만 조금 시끄러워져도 할 수 없다. 어차피 날은 밝아오고 있었으니까, 일찍 일어난다고 해봤자 루나는 조금의 불평만 늘어놓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진은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거대한 태도를 뽑았다. 스피드에서 밀린다면 살을 주고 뼈를 깎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상처는 심한 것이 아니라면 금방 나을 테니까.
“크아앙!”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늑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운 모습은 보통 사람이라면 충분히 겁을 먹게 만들 정도의 것이었지만 진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다면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갑자기 자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 하다. 이빨로 자신의 검을 물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만약에 검을 물어버린다고 해도 그 이빨 채로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순간이 영원같이 느껴지고, 주변의 사물이 움직임을 멎은 것 같은 긴장감. 진은 거의 자신이 낼 수 있는 힘을 다해 태도를 대각선으로 내리그었고, 늑대는 최대한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거대한 태도의 일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나의…승리다!”
허공에서 순식간에 두 조각나 바닥에 나뒹구는 늑대. 이미 완전히 죽어버린 것인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한참을 조용히 바라보던 진은 그제야 그 늑대가 완전히 죽었음에 안심을 하고 칼을 거뒀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시체를 바라보는 진. 이 정도 수준의 마수가 이런 곳에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남쪽의 대수해나 북쪽의 거대한 대산맥 같은 곳이라면 몰라도 이런 곳에서 이런 것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혹시라도 프레시아가 장난을 친 것이라면 지금쯤 그녀의 모습이 보이면서 뭐라고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그녀의 모습은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는다. 숨어서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몰라도 그녀는 자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랑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으니까, 숨어서 뭔가를 꾸민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벌써 날이 밝아 버렸나. 쳇, 아침 운동 한 번 과하게 했군.”
어느새 태양이 동녘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벽녘의 일은 두 사람이 모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하고 시체를 멀리 던져버린 다음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아서 이제는 연기만 조용히 피워 올리고 있는 모닥불을 바라봤다. 아직 모든 것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단 루나가 가지고 있는 펜던트와 그걸 쫓는 수수께끼의 무리들을 떨쳐내는 것과 함께 레피나의 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꼬여가는 느낌만 강하게 들지만 어차피 자신의 의사로 선택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뭔가 불평 같은 걸 늘어놓을 수 없다는 것은 좀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일어나 모닥불이 타고 남은 자리를 정리하는 진. 어쩌면 앞으로의 일은 더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뭔가 즐거워보였다.
대충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으면서 루나는 레피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다. 잠시 동안 고민하는 레피나. 그녀가 처해있는 상황은 그렇게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이대로 혼자서 교단까지 돌아가는 것과 진 일행과 함께 다니는 것.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던 레피나는 겨우 결심을 굳혔는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전 여러분과 함께 가겠습니다.”
“괜찮겠소? 우리랑 같이 다닌다면 별로 편안하게 있지는 못할 건데.”
“그건 각오한 바입니다. 그리고 전 두 분께 목숨을 구원받았고, 죽어간 동료들의 복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레피나가 같이 와 준다면 저는 언제라도 환영이에요!”
레피나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열렬한 환영의 의사를 밝히는 루나.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은 한 숨을 쉬었다. 앞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야할지도 모르는데 레피나를 끌어들이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동료가 한 명 더 늘어난다고 갑자기 변하는 것은 없다. 단지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더 힘들어 질지도 모르지만.
롤랜드는 부하들의 보고를 들으면서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파견한 자들이 모두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행방이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뭔가 수상했다. 어쩌면 그 녀석들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이쪽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우수한 자가.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그 젊은 녀석, 더스트가 비웃을 것이 뻔했다. 새파란 녀석에게 우습게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이번에는 좀 다른 자들을 뽑도록 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언제나 들어오던 지겨운 그 한마디. 그러나 롤랜드는 역정을 낼 생각도 하지 않고 부하들을 물러가게 했을 뿐이었다. 언제나처럼 실컷 욕먹을 줄 알았던 부하들은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방을 나갔고, 부하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던 자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숨어서 타인을 엿보는 것이 취미인 건가?”
“역시 소문대로군요. 롤랜드 공.”
“네놈은 누구지?”
“당신을 돕기 위해 파견된 자…라고 하면 될까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대방. 롤랜드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떤 방식으로 날 돕겠다는 거지?”
“이번에 당신이 보내는 자들에 저도 끼워 주시길. 그럼 확실한 수확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의 멍청한 부하들 보다는 제가 더 뛰어날테니까요.”
“흥.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실패하면 네놈의 목숨은 없어.”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계십쇼.”
그의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기척이 사라졌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뛰어난 마도사거나 암살자일 것이 분명할 터. 그렇다면 녀석들을 제압하고 그 물건을 가져오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놈이 성공한다면 자신의 입지는 그 젊은 녀석보다 올라갈 것이고 만약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어느 쪽이든 자신이 손해 볼 것은 없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롤랜드의 입가에 기분 좋은 웃음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같이 여행하게 된 이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 루나와 자신이 가는 길은 보통의 여행 같은 어설픈 것이 아니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 가능성도 있는 위험한 길. 그런 무거운 짐을 지기에는 아직 레피나의 나이는 어리다. 자신이 겪은 쓰디쓴 경험을 젊은 세대들에게 겪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그녀의 의지가 쉽게 꺾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도 그녀의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고집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진. 이제 어디로 가죠?”
“이대로 동북쪽 방향으로. 이제 토레이나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까.”
“동부 제일의 무역항인 토레이나에 무슨 일로 가시는 건가요?”
“그건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 레피나는 그가 뭔가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루나와 수다를 떨면서 진의 뒤를 따라갔다.
세 사람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던 프레시아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척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봤다. 숨어 있거나 하기에는 최악의 장소인 들판. 하지만 상대방은 자신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숨기고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노리는 것처럼. 어느 정도 근처에 올 대 까지 눈치 채지 못한 자신을 원망해 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면서 무기를 꺼내는 프레시아. 아무 것도 없는 그녀의 손에서 검은 오라가 피어나더니 곧 한 자루 창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녀의 주변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적들. 땅 속에서 기어 나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죽은 시체가 다시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무리들을 바라보는 프레시아. 그녀의 눈은 평소의 그 모습이 아닌, 섬뜩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날카로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제법 잘 했어. 두더지들.”
“배신자 계집년. 오늘에야 말로 죽어간 자들의 한을 풀겠다!”
“흥. 할 수 있으면 해 봐.”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드는 추적자들. 그와 동시에 그녀도 추적자들을 향해 돌격했다!
한참 길을 걸어가던 진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다. 평소 같으면 자신의 가시거리 안에 들어 있을 프레시아가 없다. 거기다 미미하지만 땅 속으로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진은 루나와 레피나에게 조심하라고 한 다음 바닥에 엎드려 귀를 땅바닥에 댔다.
쿠쿠쿠쿠~.
뭔가 파들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게다가 점점 커지고 있기까지. 진은 이번에 다가온 자객이 지난번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잔뜩 긴장하면서 몸을 일으켜 조용히 땅을 바라봤다. 얼마나 위험한 상대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땅에서 튀어나오는 그 순간을 노려 일격을 먹일 생각으로 조용히 땅 속을 주시하는 진. 그리고 땅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땅 속에서 튀어나온 자객에게 손톱을 휘두르는 진. 그러나 그 자객은 진의 일격을 받아내면서 즐거운 듯이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당신들의 피와 고기, 그리고 영혼을 접수하겠습니다.”
그 음성은 정말로 지옥의 사자인양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abarest:훗. 친구여. 아직 우리들은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zerose:그렇지. 넘버즈나 긴가, 스바루남매들도 이 쿠로가네에 타버렸으니까.
abarest:당분간은 레티제독님의 의뢰대로 차원세계 이곳저곳을 다닐 예정이다.
zerose:그림자에게 휴식은 없다는 건가.
abarest:뭐, 이 함의 수리도 있고 해서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을 예정이지만.
zerose:그런가. 그럼 잠시 어디 좀 다녀오지.
abarest:어딘지 묻는 것은...역시 실례인가?
zerose:모처럼만의 데이트라고.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abarest:뭐, 잘 해보게.
-시공관리국 특무쇄압부대 베오울브즈 결성 일주일 전, 쿠로가네 함교에서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루나도 레피나도 완전히 곯아 떨어져 있을 즈음, 진은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 원래라면 그도 지금 쯤 깊은 잠에 빠져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인간과는 달리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수인의 감각은 그에게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 맹수인지, 아니면 마수인지, 그것도 아니면 밤손님인지는 몰라도 단번에 제압할 생각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그.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어느 정도 그 윤곽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늑대인가? 하지만 무리랑 같이 있지 않다는 게 거슬리는데.’
보통의 늑대라면 무리생활을 한다. 상처가 심해 버리는 경우라면 몰라도 늑대들의 동료의식은 대단한 것이니까 이렇게 따로 떨어져 행동할 리가 없다.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진은 단번에 거리를 좁혀 늑대에게 일격을 날렸다. 눈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 보통의 맹수라면 이 일격에 죽을 것이 분명했지만….
‘피했다?!’
진의 전광석화와도 같은 일격을 이 늑대는 피했다. 그것도 진이 달려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움직여서 거리를 멀찍이 띄워버렸다. 보통의 맹수를 훨씬 뛰어넘는 움직임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늑대가 진에게 달려들었다. 피할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의 품에 파고드는 늑대. 그리고 순식간에 가슴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발톱. 그 발톱 역시 보통의 늑대와는 다른, 상당히 커다란 크기였다.
“큭!”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넘어지면서 간신히 공격을 피한 진. 하지만 늑대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넘어진 그에게 올라타 목을 물어뜯으려고 주둥이를 내민다. 어떻게 힘으로 저항하는 그지만 어깨에 파고들어간 발톱 때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거기다 상상을 초월하는 완력 때문에 버티기가 힘들다.
‘어디서 만들어진 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간만에 애먹이는 상대로군!’
늑대의 배를 걷어차서 떨어뜨려 놓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리는 진.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상대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애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 늑대는 과거 자신이 상대했던 것 보다 훨씬 강할지도 모른다. 어지간하면 조용히 끝낼 생각이지만 조금 시끄러워져도 할 수 없다. 어차피 날은 밝아오고 있었으니까, 일찍 일어난다고 해봤자 루나는 조금의 불평만 늘어놓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진은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 거대한 태도를 뽑았다. 스피드에서 밀린다면 살을 주고 뼈를 깎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상처는 심한 것이 아니라면 금방 나을 테니까.
“크아앙!”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늑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운 모습은 보통 사람이라면 충분히 겁을 먹게 만들 정도의 것이었지만 진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다면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갑자기 자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 하다. 이빨로 자신의 검을 물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만약에 검을 물어버린다고 해도 그 이빨 채로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순간이 영원같이 느껴지고, 주변의 사물이 움직임을 멎은 것 같은 긴장감. 진은 거의 자신이 낼 수 있는 힘을 다해 태도를 대각선으로 내리그었고, 늑대는 최대한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거대한 태도의 일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나의…승리다!”
허공에서 순식간에 두 조각나 바닥에 나뒹구는 늑대. 이미 완전히 죽어버린 것인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한참을 조용히 바라보던 진은 그제야 그 늑대가 완전히 죽었음에 안심을 하고 칼을 거뒀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시체를 바라보는 진. 이 정도 수준의 마수가 이런 곳에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남쪽의 대수해나 북쪽의 거대한 대산맥 같은 곳이라면 몰라도 이런 곳에서 이런 것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혹시라도 프레시아가 장난을 친 것이라면 지금쯤 그녀의 모습이 보이면서 뭐라고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그녀의 모습은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는다. 숨어서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몰라도 그녀는 자신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랑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으니까, 숨어서 뭔가를 꾸민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벌써 날이 밝아 버렸나. 쳇, 아침 운동 한 번 과하게 했군.”
어느새 태양이 동녘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벽녘의 일은 두 사람이 모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하고 시체를 멀리 던져버린 다음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아서 이제는 연기만 조용히 피워 올리고 있는 모닥불을 바라봤다. 아직 모든 것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단 루나가 가지고 있는 펜던트와 그걸 쫓는 수수께끼의 무리들을 떨쳐내는 것과 함께 레피나의 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꼬여가는 느낌만 강하게 들지만 어차피 자신의 의사로 선택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뭔가 불평 같은 걸 늘어놓을 수 없다는 것은 좀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일어나 모닥불이 타고 남은 자리를 정리하는 진. 어쩌면 앞으로의 일은 더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뭔가 즐거워보였다.
대충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으면서 루나는 레피나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다. 잠시 동안 고민하는 레피나. 그녀가 처해있는 상황은 그렇게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뿐이었다. 이대로 혼자서 교단까지 돌아가는 것과 진 일행과 함께 다니는 것.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던 레피나는 겨우 결심을 굳혔는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전 여러분과 함께 가겠습니다.”
“괜찮겠소? 우리랑 같이 다닌다면 별로 편안하게 있지는 못할 건데.”
“그건 각오한 바입니다. 그리고 전 두 분께 목숨을 구원받았고, 죽어간 동료들의 복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레피나가 같이 와 준다면 저는 언제라도 환영이에요!”
레피나의 손을 덥석 잡으면서 열렬한 환영의 의사를 밝히는 루나.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은 한 숨을 쉬었다. 앞으로 자신들이 얼마나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야할지도 모르는데 레피나를 끌어들이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동료가 한 명 더 늘어난다고 갑자기 변하는 것은 없다. 단지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더 힘들어 질지도 모르지만.
롤랜드는 부하들의 보고를 들으면서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파견한 자들이 모두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행방이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뭔가 수상했다. 어쩌면 그 녀석들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이쪽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우수한 자가.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그 젊은 녀석, 더스트가 비웃을 것이 뻔했다. 새파란 녀석에게 우습게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이번에는 좀 다른 자들을 뽑도록 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이번만큼은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언제나 들어오던 지겨운 그 한마디. 그러나 롤랜드는 역정을 낼 생각도 하지 않고 부하들을 물러가게 했을 뿐이었다. 언제나처럼 실컷 욕먹을 줄 알았던 부하들은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방을 나갔고, 부하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던 자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숨어서 타인을 엿보는 것이 취미인 건가?”
“역시 소문대로군요. 롤랜드 공.”
“네놈은 누구지?”
“당신을 돕기 위해 파견된 자…라고 하면 될까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대방. 롤랜드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떤 방식으로 날 돕겠다는 거지?”
“이번에 당신이 보내는 자들에 저도 끼워 주시길. 그럼 확실한 수확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의 멍청한 부하들 보다는 제가 더 뛰어날테니까요.”
“흥.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실패하면 네놈의 목숨은 없어.”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계십쇼.”
그의 말이 끝나는 것과 함께 기척이 사라졌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뛰어난 마도사거나 암살자일 것이 분명할 터. 그렇다면 녀석들을 제압하고 그 물건을 가져오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놈이 성공한다면 자신의 입지는 그 젊은 녀석보다 올라갈 것이고 만약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어느 쪽이든 자신이 손해 볼 것은 없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롤랜드의 입가에 기분 좋은 웃음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같이 여행하게 된 이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 루나와 자신이 가는 길은 보통의 여행 같은 어설픈 것이 아니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 가능성도 있는 위험한 길. 그런 무거운 짐을 지기에는 아직 레피나의 나이는 어리다. 자신이 겪은 쓰디쓴 경험을 젊은 세대들에게 겪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그녀의 의지가 쉽게 꺾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도 그녀의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고집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진. 이제 어디로 가죠?”
“이대로 동북쪽 방향으로. 이제 토레이나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까.”
“동부 제일의 무역항인 토레이나에 무슨 일로 가시는 건가요?”
“그건 나중에 설명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 레피나는 그가 뭔가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루나와 수다를 떨면서 진의 뒤를 따라갔다.
세 사람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던 프레시아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척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봤다. 숨어 있거나 하기에는 최악의 장소인 들판. 하지만 상대방은 자신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숨기고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노리는 것처럼. 어느 정도 근처에 올 대 까지 눈치 채지 못한 자신을 원망해 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렇게 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면서 무기를 꺼내는 프레시아. 아무 것도 없는 그녀의 손에서 검은 오라가 피어나더니 곧 한 자루 창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녀의 주변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적들. 땅 속에서 기어 나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죽은 시체가 다시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무리들을 바라보는 프레시아. 그녀의 눈은 평소의 그 모습이 아닌, 섬뜩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날카로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제법 잘 했어. 두더지들.”
“배신자 계집년. 오늘에야 말로 죽어간 자들의 한을 풀겠다!”
“흥. 할 수 있으면 해 봐.”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드는 추적자들. 그와 동시에 그녀도 추적자들을 향해 돌격했다!
한참 길을 걸어가던 진은 뭔가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다. 평소 같으면 자신의 가시거리 안에 들어 있을 프레시아가 없다. 거기다 미미하지만 땅 속으로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진은 루나와 레피나에게 조심하라고 한 다음 바닥에 엎드려 귀를 땅바닥에 댔다.
쿠쿠쿠쿠~.
뭔가 파들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게다가 점점 커지고 있기까지. 진은 이번에 다가온 자객이 지난번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잔뜩 긴장하면서 몸을 일으켜 조용히 땅을 바라봤다. 얼마나 위험한 상대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땅에서 튀어나오는 그 순간을 노려 일격을 먹일 생각으로 조용히 땅 속을 주시하는 진. 그리고 땅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땅 속에서 튀어나온 자객에게 손톱을 휘두르는 진. 그러나 그 자객은 진의 일격을 받아내면서 즐거운 듯이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당신들의 피와 고기, 그리고 영혼을 접수하겠습니다.”
그 음성은 정말로 지옥의 사자인양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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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7/29 02:41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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