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02일
Wheel of fortune-Part1-13
역시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제 13화 업로드.
스쿨집사도 써야 하는데...
5일 안에 맞출 수 있으려나.
(승리의 열쇠는 특수능력이다!)

집무관님 하앍.
작전은 세웠지만 이제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문제였다. 지금 세 사람에게는 종이는커녕, 글을 적을 만한 양피지나 가죽조각조차 없었다. 거기다 펜이나 그런 도구도 전무한 상황. 다른 것은 몰라도 무언가를 적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세 사람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방법은 없나요?”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끝을 흐리는 진. 마음먹고 움직인다면 나무껍질이라도 뜯어내 피로 글이라도 쓸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전하느냐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활과 화살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나무껍질 같은 것을 화살에 묶으려고 하다가는 껍질 자체가 부서져 버릴 것이다. 부드러운 속껍질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디로 화살을 날리느냐 하는 문제.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날리면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의 짓거리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목숨 걸고 성 안으로 들어가는 짓을 다시 할 수도 없다.
“어느 쪽이건 가능성이 없는 패를 뽑아야 하는 건가?”
“아~. 정말 쉽게 되는 일이 없다니까.”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버럭 소리를 지르며 루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진. 루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런 그녀를 뒤에서 가로막는 레피나. 평소의 그녀의 모습과는 다르게 뭔가 음흉한 계략이라도 꾸며놓은 듯, 그 눈빛은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에 놀라 움찔하는 루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레피나. 루나의 표정은 이미 사색이 되어 진에게 어떻게든 구해달라고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그 눈빛을 가볍게 무시한 채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저…레피나씨?”
“어차피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루나니까, 거기에 책임을 지셔야죠.”
“시, 싫어~~~~~!!!!!”
이후에 들리는 것은 루나의 처절한 비명소리 뿐이었다.
태양이 어느덧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지만, 아직 시간은 대낮. 용서 없이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가만히 서서 성벽 저편이나 멀뚱멀뚱 바라보는 것은 병사들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나쁘지 않은 대우와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이들을 여기에 묶어두고 있었을 뿐.
한참 동안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먼 곳을 조용히 응시하던 한 병사의 눈에 무언가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얼핏 보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그냥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누더기 덩어리처럼 보이는 그것. 점점 가까이 다가올 때가 돼서야 병사는 그것이 사람의 모습임을 알아차리고 다른 병사들에게 알렸다.
“저기, 사람이야!”
“뭐야?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냐?”
“하지만 몰골이 너무 초라한데.”
“떠돌아다니면서 동냥이나 하는 거지겠지. 내버려 둬.”
동료의 핀잔에 신경을 끄기로 하고 다시 성벽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병사. 그 행동이 나중에 불러올 파장을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거의 누더기가 다 되어버린 옷으로 느릿느릿 성으로 걸어가는 루나의 표정은 그야말로 죽을 상 이었다. 중간에 한 병사가 자신을 보고 약간 소란을 피운 것 같기는 했지만 곧 잠잠해진 것으로 봐서는 분명히 거지로 오인한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 정도 옷차림에 얼굴도 지저분하고 머리카락에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으니 거지로 오해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지만. 성문에서도 별다른 제재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병사들이 그녀를 피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까.
‘두고 보자! 레피나!’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을 하면서 도시 안을 돌아다니는 루나.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라울이라는 자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 그리고 엉망이 된 이 옷 대신 다른 새로운 옷을 사는 것. 일단 돈은 옷을 살 정도의 것만 들고 왔다. 지금 당장 갈아입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미 라울이라는 작자에게 자신의 얼굴이 드러난 이상 먼저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낸 다음 갈아입는 것도 늦지는 않았다. 어느 쪽이든 빨리 끝내고 싶은 루나는 가슴 사이에 끼워 뒀던, 자신의 찢어진 옷으로 만든 누더기 혈서를 꺼내 왼팔에 감춰뒀던 화살에 묶었다. 빨리빨리 일을 끝내고 새 옷을 사서 갈아입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그녀로서는 귀찮게 찾아다니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 안에서라면 정령을 불러내 자신의 통제권에 두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 남자에게 이것을 전하는 일 따위는 식은 죽 먹기다.
“창공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바람의 정령들이여. 지금 나의 부름에 응답하라.”
루나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 녹색의 기류가 생기더니, 이윽고 작은 요정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바람의 하급정령인 실프.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오직 마법사나 정령사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 그렇기에 이런 일을 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실프. 이걸 라울이라는 자에게 전해주고 와. 하지만 정말로 화살을 쏜 것처럼 해야 해.”
그녀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화살을 들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실프들. 마력공급을 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실프들은 그 임무를 확실히 수행할 것이다. 어차피 보통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화살 하나가 멋대로 공중을 날아다닌다고 질겁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루나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옷가게에서 대충 옷을 고르고 갈아입은 다음 거리로 나서는 루나. 자신의 주변으로 실프들이 날아오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그 자에게 화살이 날아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실프들을 바라보는 루나. 그런데 실프들의 상태가 좀 이상해 보였다. 마치 생기를 뺏기기라도 한 듯이 힘없는 움직임. 그 움직임을 본 루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 상대방 측에 무려 ‘마법사’가 있다는 것. 일단 자신이 소환한 정령들이 무사히 자신이 시킨 일을 마쳤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잘못하면 위험해.’
자신의 정령들을 알아차리고, 거기다 정령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힘 까지 빼앗아 갔다. 상대는 분명히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고 자신이 있는 위치가 들통 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 루나는 우선 소환했던 정령들을 다시 원래의 세계인 정령계로 돌려보낸 다음 성문을 향해 전력질주 했다. 여기서 자신이 잡혀버리게 되면 진과 레피나에게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도시에서 최대한 빨리 떠나야 할 필요가 있다.
전력으로 달리는 루나의 앞에 성문이 보였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서 있는 위병들을 빠른 속도로 지나치고, 그 기세 그대로 도시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어안 벙벙히 바라보던 위병들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달리던 루나는 돌부리에 걸려 땅에 몇 바퀴 구르고 나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주변을 살펴봤다. 도시는 이미 빠져 나왔고 남은 것은 두 사람에게 돌아가는 일 뿐. 팔뚝과 무릎이 까져서 조금씩 피가 나오고 있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버틸 만 했다.
“아파라~.”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프레시아. 워낙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숨어 있었고 루나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존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프레시아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손에 쥔 화살을 바라봤다. 루나가 정령들에게 라울이라는 작자에게 전하라고 시킨 물건. 이것을 중간에서 가로챌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상태가 워낙 조악해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볼 수 있을 까 하는 의심이 들어 그녀가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었다. 물론 저 세 사람에게 지나치게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조금 도와주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화살에 묶인 천 조각을 풀어내는 프레시아. 그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던 그녀는 어린아이 같은 웃음으로 한참을 웃다가 이내 그 천 조각을 잘게 찢어버렸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무언가를 적은 다음 화살에 묶어 허공으로 던져버리는 프레시아. 화살은 공중에서 무서운 기세로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진은 엉망이 되어 돌아온 루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팔뚝과 무릎에서는 아직 채 굳지 않은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고 호흡은 거칠지, 얼굴은 땀과 흙먼지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는 진에게 루나는 상대방 쪽에 마법사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진은 뭔가 안 좋은 예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밤이 깊어지고, 루나와 레피나가 완전히 잠들었을 무렵, 진은 예의 그녀, 프레시아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낮에 루나가 다친 것은 이 여자가 꾸민 짓일지도 모른 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걸 직접 물어볼 정도의 확증은 없었다.
“오늘은 아무 말도 없네요?”
“너랑 이야기 하면 쓸데없는 부분에서 피곤해.”
“정말 너무 매정하다~.”
“뭐가 매정하다는 거냐.”
차갑게 쏘아 붙이는 진. 부루퉁한 표정의 프레시아. 그러나 그녀는 이내 진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혼자서 주절주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말없이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는 진. 그녀가 하는 말은 얼핏 들으면 단순한 투덜거림 이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화살을 중간에서 가로챈다거나….”
“너였냐?”
“에? 뭐가요?”
당황한 표정의 프레시아. 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더더욱 당황하는 프레시아. 진은 머릿속으로 이건 볼 것도 없이 확정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에게 이런저런 추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닌 척 발뺌을 하는 프레시아였지만 그의 집요한 추궁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사실을 털어놨다. 중간 과정이야 어쨌든 루나가 당황한 것도 다 이 여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 그. 일단 라울이라는 자에게 그 서신이 무사히 갔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다그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앞으로 필요 없는 일은 하지 마.”
“하지만 당신들이 만든 건 보통 사람이라면 못 알아먹었을 물건이던데.”
“어쨌든 도와준 건 고맙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루나는 아직 너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고. 그걸 생각하란 말이야.”
“네. 네. 알겠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프레시아. 어차피 그녀가 자신의 말 같은 것을 들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진은 그대로 누워서 잠을 자려고 자세를 잡았다.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진 프레시아에 관한 것은 신경을 끄고, 내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진. 솔직히 도발은 했지만 상대가 거기에 응해줄 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성의 병사를 모조리 끌고 나온다거나 하는 과격한 방법도 그 자는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시의 기사들이 그에게 협력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한 이상 병력을 끌고 나올 수는 없다. 남은 것은 자신에게 협력하기로 한 작자들이겠지만 애당초 인간이라는 생물은 승산이 없으면 달려들지는 않으니까 자신이 나서면 레피나와 라울의 일대일 대결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것이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라울이 혹시라도 어떤 비겁한 수작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하지만 그것은 레피나가 알아서 넘어야 할 벽이다. 일대일 대결이니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 뿐.
“뭐, 나쁘게 흘러가는 것도 좋은 쪽으로 억지로 틀어버리는 것이 좋은걸 까?”
그런 그의 의문과는 상관없이 조금씩 전투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제 13화 업로드.
스쿨집사도 써야 하는데...
5일 안에 맞출 수 있으려나.
(승리의 열쇠는 특수능력이다!)

집무관님 하앍.
작전은 세웠지만 이제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문제였다. 지금 세 사람에게는 종이는커녕, 글을 적을 만한 양피지나 가죽조각조차 없었다. 거기다 펜이나 그런 도구도 전무한 상황. 다른 것은 몰라도 무언가를 적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세 사람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방법은 없나요?”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끝을 흐리는 진. 마음먹고 움직인다면 나무껍질이라도 뜯어내 피로 글이라도 쓸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전하느냐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활과 화살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나무껍질 같은 것을 화살에 묶으려고 하다가는 껍질 자체가 부서져 버릴 것이다. 부드러운 속껍질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디로 화살을 날리느냐 하는 문제.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날리면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의 짓거리가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목숨 걸고 성 안으로 들어가는 짓을 다시 할 수도 없다.
“어느 쪽이건 가능성이 없는 패를 뽑아야 하는 건가?”
“아~. 정말 쉽게 되는 일이 없다니까.”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버럭 소리를 지르며 루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진. 루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런 그녀를 뒤에서 가로막는 레피나. 평소의 그녀의 모습과는 다르게 뭔가 음흉한 계략이라도 꾸며놓은 듯, 그 눈빛은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에 놀라 움찔하는 루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레피나. 루나의 표정은 이미 사색이 되어 진에게 어떻게든 구해달라고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그 눈빛을 가볍게 무시한 채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저…레피나씨?”
“어차피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루나니까, 거기에 책임을 지셔야죠.”
“시, 싫어~~~~~!!!!!”
이후에 들리는 것은 루나의 처절한 비명소리 뿐이었다.
태양이 어느덧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지만, 아직 시간은 대낮. 용서 없이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가만히 서서 성벽 저편이나 멀뚱멀뚱 바라보는 것은 병사들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나쁘지 않은 대우와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이 이들을 여기에 묶어두고 있었을 뿐.
한참 동안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먼 곳을 조용히 응시하던 한 병사의 눈에 무언가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얼핏 보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르게 보면 그냥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누더기 덩어리처럼 보이는 그것. 점점 가까이 다가올 때가 돼서야 병사는 그것이 사람의 모습임을 알아차리고 다른 병사들에게 알렸다.
“저기, 사람이야!”
“뭐야?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냐?”
“하지만 몰골이 너무 초라한데.”
“떠돌아다니면서 동냥이나 하는 거지겠지. 내버려 둬.”
동료의 핀잔에 신경을 끄기로 하고 다시 성벽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병사. 그 행동이 나중에 불러올 파장을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거의 누더기가 다 되어버린 옷으로 느릿느릿 성으로 걸어가는 루나의 표정은 그야말로 죽을 상 이었다. 중간에 한 병사가 자신을 보고 약간 소란을 피운 것 같기는 했지만 곧 잠잠해진 것으로 봐서는 분명히 거지로 오인한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 정도 옷차림에 얼굴도 지저분하고 머리카락에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으니 거지로 오해하지 않는 쪽이 이상하지만. 성문에서도 별다른 제재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병사들이 그녀를 피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까.
‘두고 보자! 레피나!’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을 하면서 도시 안을 돌아다니는 루나.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라울이라는 자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야 하는 것. 그리고 엉망이 된 이 옷 대신 다른 새로운 옷을 사는 것. 일단 돈은 옷을 살 정도의 것만 들고 왔다. 지금 당장 갈아입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이미 라울이라는 작자에게 자신의 얼굴이 드러난 이상 먼저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낸 다음 갈아입는 것도 늦지는 않았다. 어느 쪽이든 빨리 끝내고 싶은 루나는 가슴 사이에 끼워 뒀던, 자신의 찢어진 옷으로 만든 누더기 혈서를 꺼내 왼팔에 감춰뒀던 화살에 묶었다. 빨리빨리 일을 끝내고 새 옷을 사서 갈아입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그녀로서는 귀찮게 찾아다니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도시 안에서라면 정령을 불러내 자신의 통제권에 두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 남자에게 이것을 전하는 일 따위는 식은 죽 먹기다.
“창공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바람의 정령들이여. 지금 나의 부름에 응답하라.”
루나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 녹색의 기류가 생기더니, 이윽고 작은 요정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바람의 하급정령인 실프.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오직 마법사나 정령사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 그렇기에 이런 일을 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실프. 이걸 라울이라는 자에게 전해주고 와. 하지만 정말로 화살을 쏜 것처럼 해야 해.”
그녀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화살을 들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실프들. 마력공급을 끊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실프들은 그 임무를 확실히 수행할 것이다. 어차피 보통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화살 하나가 멋대로 공중을 날아다닌다고 질겁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까지 루나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옷가게에서 대충 옷을 고르고 갈아입은 다음 거리로 나서는 루나. 자신의 주변으로 실프들이 날아오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그 자에게 화살이 날아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실프들을 바라보는 루나. 그런데 실프들의 상태가 좀 이상해 보였다. 마치 생기를 뺏기기라도 한 듯이 힘없는 움직임. 그 움직임을 본 루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 상대방 측에 무려 ‘마법사’가 있다는 것. 일단 자신이 소환한 정령들이 무사히 자신이 시킨 일을 마쳤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잘못하면 위험해.’
자신의 정령들을 알아차리고, 거기다 정령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힘 까지 빼앗아 갔다. 상대는 분명히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고 자신이 있는 위치가 들통 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 루나는 우선 소환했던 정령들을 다시 원래의 세계인 정령계로 돌려보낸 다음 성문을 향해 전력질주 했다. 여기서 자신이 잡혀버리게 되면 진과 레피나에게 걸림돌이 되어버린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도시에서 최대한 빨리 떠나야 할 필요가 있다.
전력으로 달리는 루나의 앞에 성문이 보였다. 아무런 생각 없이 서 있는 위병들을 빠른 속도로 지나치고, 그 기세 그대로 도시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어안 벙벙히 바라보던 위병들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달리던 루나는 돌부리에 걸려 땅에 몇 바퀴 구르고 나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주변을 살펴봤다. 도시는 이미 빠져 나왔고 남은 것은 두 사람에게 돌아가는 일 뿐. 팔뚝과 무릎이 까져서 조금씩 피가 나오고 있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버틸 만 했다.
“아파라~.”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프레시아. 워낙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숨어 있었고 루나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존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프레시아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손에 쥔 화살을 바라봤다. 루나가 정령들에게 라울이라는 작자에게 전하라고 시킨 물건. 이것을 중간에서 가로챌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상태가 워낙 조악해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볼 수 있을 까 하는 의심이 들어 그녀가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었다. 물론 저 세 사람에게 지나치게 관여할 생각은 없지만 조금 도와주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화살에 묶인 천 조각을 풀어내는 프레시아. 그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던 그녀는 어린아이 같은 웃음으로 한참을 웃다가 이내 그 천 조각을 잘게 찢어버렸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무언가를 적은 다음 화살에 묶어 허공으로 던져버리는 프레시아. 화살은 공중에서 무서운 기세로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진은 엉망이 되어 돌아온 루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팔뚝과 무릎에서는 아직 채 굳지 않은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고 호흡은 거칠지, 얼굴은 땀과 흙먼지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는 진에게 루나는 상대방 쪽에 마법사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진은 뭔가 안 좋은 예감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밤이 깊어지고, 루나와 레피나가 완전히 잠들었을 무렵, 진은 예의 그녀, 프레시아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낮에 루나가 다친 것은 이 여자가 꾸민 짓일지도 모른 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걸 직접 물어볼 정도의 확증은 없었다.
“오늘은 아무 말도 없네요?”
“너랑 이야기 하면 쓸데없는 부분에서 피곤해.”
“정말 너무 매정하다~.”
“뭐가 매정하다는 거냐.”
차갑게 쏘아 붙이는 진. 부루퉁한 표정의 프레시아. 그러나 그녀는 이내 진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혼자서 주절주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말없이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는 진. 그녀가 하는 말은 얼핏 들으면 단순한 투덜거림 이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화살을 중간에서 가로챈다거나….”
“너였냐?”
“에? 뭐가요?”
당황한 표정의 프레시아. 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더더욱 당황하는 프레시아. 진은 머릿속으로 이건 볼 것도 없이 확정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에게 이런저런 추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닌 척 발뺌을 하는 프레시아였지만 그의 집요한 추궁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사실을 털어놨다. 중간 과정이야 어쨌든 루나가 당황한 것도 다 이 여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 그. 일단 라울이라는 자에게 그 서신이 무사히 갔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다그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앞으로 필요 없는 일은 하지 마.”
“하지만 당신들이 만든 건 보통 사람이라면 못 알아먹었을 물건이던데.”
“어쨌든 도와준 건 고맙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루나는 아직 너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고. 그걸 생각하란 말이야.”
“네. 네. 알겠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하는 프레시아. 어차피 그녀가 자신의 말 같은 것을 들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진은 그대로 누워서 잠을 자려고 자세를 잡았다.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진 프레시아에 관한 것은 신경을 끄고, 내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진. 솔직히 도발은 했지만 상대가 거기에 응해줄 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성의 병사를 모조리 끌고 나온다거나 하는 과격한 방법도 그 자는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시의 기사들이 그에게 협력하는 것을 거부하기로 한 이상 병력을 끌고 나올 수는 없다. 남은 것은 자신에게 협력하기로 한 작자들이겠지만 애당초 인간이라는 생물은 승산이 없으면 달려들지는 않으니까 자신이 나서면 레피나와 라울의 일대일 대결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것이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라울이 혹시라도 어떤 비겁한 수작을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하지만 그것은 레피나가 알아서 넘어야 할 벽이다. 일대일 대결이니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 뿐.
“뭐, 나쁘게 흘러가는 것도 좋은 쪽으로 억지로 틀어버리는 것이 좋은걸 까?”
그런 그의 의문과는 상관없이 조금씩 전투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 by | 2007/07/02 16:16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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