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el of fortune-Part1-10

드디어 열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무언가의 페러디가
숨어있습니다.
찾아보시길.


그 날 저녁. 진은 침대에 누워서 뒤척거리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저 레피나라는 아가씨의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잠이 쉽사리 오질 않는다. 몇 번을 더 뒤척이던 진은 이윽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한 숨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일 아침 맑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면 무언가 방도가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의 수면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다. 살금살금 들어온 불청객의 존재가 그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예전처럼 암살자인가? 아니면 단순한 좀도둑?’
원래 이런 곳에서는 여관에 몰래 들어와서 여행객들의 돈이나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좀도둑 치고는 이상했다. 몰래 들어온 것 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자신의 물건이 든 가방에는 관심도 없고 벽에 기대놓은 거대한 태도를 가져가려고 한다. 보통 인간의 힘으로는 들기도 버거운 그것을 가져가려고 애쓰는 밤손님. 그걸 본 짓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대체 어디의 무식한 놈이 그런 태도에 손을 댄단 말인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진은 그만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푸하하핫! 정말 어이가 없구만.”
“히익!”
“어이, 멍청한 밤손님. 그 물건은 보통 인간이 다룰 수 있는 게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진. 그 인상만으로도 평범한 인간들은 겁에 질려 도망간다. 좀도둑 역시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 꽁지가 빠져라 줄행랑을 쳤다.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배를 잡고 웃는 진. 인간이란 원래 이렇게 멍청한 생물인가를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우려는 진의 귀에 다시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좀도둑의 소리가 아닌, 중무장한 자들이 내는 소리. 갑옷이 마찰하는 소리와 병장기가 갑옷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가까이서.
고개를 살짝 내밀어 창문으로 바깥을 보니 횃불을 든 병사들이 여관 앞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기사가 한 명. 그 기사는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하려는 듯 부하들에게 손짓발짓을 동원해 가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병사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긴장감이 없었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진짜로 별 것 아닌 일인지는 몰라도 하품을 하는 병사들 까지 있었으니까.
‘저것들은 뭐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병사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스쳐가는 불길한 예감. 그리고 반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몸. 태도는 일부러 방 안에 내버려 두고 갑옷도 챙겨 입지 않았다. 좁은 곳에서는 거슬리기만 할 뿐이니까. 어차피 중무장한 인간을 상대라도 손톱과 이빨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계산하고 있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좁은 공간에서 두 여성을 지키면서 싸울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문제. 프레시아가 도와준다면 좋겠지만 이번에 그녀가 도와줄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혼자 하는 수밖에 없나.’
마음을 굳히고 문을 연 진의 눈앞으로 병사 한 명이 상반신만 남긴 채 날아갔다. 벽에 처박힌 그 병사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찢긴 배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내장. 잠시 후, 그 병사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듯 손을 앞으로 힘겹게 뻗다가 이내 떨어뜨리고 말았다. 진은 그 병사에게 다가가 허리가 잘린 단면을 유심히 바라봤다. 거의 찢어지듯 잘려 있는 살과 내장. 예리한 것으로 잘린 흔적이 아니다.
“프레시아인가!”
이정도로 사람을 만들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 진도 이런 것은 자신이 무기를 휘두를 때 이외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누구의 짓인지는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프레시아가 불러낸 이계의 마수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 비상식적인 힘이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으니까.
“꺄아악!”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루나의 비명소리. 그 소리를 들은 진은 무서운 속도로 루나가 있는 방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간 진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은 대부분 처참하게 찢겨 고기 덩어리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졌고 여기저기에 튄 피는 방안을 지옥처럼 보이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시체들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강철갑옷의 존재. 푸른색에 금색의 줄이 들어간 심플한 디자인에 투구는 흡사 사슴벌레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것이 얼굴 전체에 덧씌워져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벌인 현장을 묵묵히 둘러볼 뿐이었고 루나와 레피나는 그 존재를 공포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계약자가 아닌 이상 내 이름을 말할 의무는 없다.”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인 거냐!”
“난 어디까지나 계약에 의해 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진은 눈앞의 이 강철갑옷을 입은 존재에게 다른 어떤 말로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개달았다. 단지 계약에 의해 나타나 자신의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세상의 상식이나 도덕 같은 것 따위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충실하게. 계약의 내용대로만 움직이는 것일 뿐. 그 대가로 뭘 받는지는 몰라도.
“지독하군.”
이 참상에 진은 자신도 모르게 코를 틀어막았다. 예전에 전장에 있을 때는 세기 밥 먹을 대 보다 자주 맡은 냄새지만 지금 이 참상은 충분히 그의 비위를 상하게 하고도 남고 있었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갑옷의 존재는 진의 옆을 지나서 방을 나갔다. 진은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압도적인 공포. 지금 자신의 옆을 지나간 존재는 자신보다도 월등히 강하다. 덤볐다가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지금 바닥에 널브러진 고깃덩이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이성이 마비되고 다리가 굳어버린다. 전신이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다.
“진!”
루나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에 루나는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아는 진은 공포로 쉽게 주저앉을 사람은 아니었다. 그만큼 강인해 보였던 그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은 진은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봤다. 태어나서 이런 긴장감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과거의 그 전장에서도 이런 감정은 느껴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 때는 죽임이라는 것 자체에 무감각해져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두 사람 다 짐을 챙겨. 오늘 밤 안으로 이곳을 떠난다.”
“갑자기 그런 말 해봤자….”
“아무래도 우릴 노리고 놈들이 꽤 포진해 있는 것 같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내일은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지도 몰라.”
루나는 진의 표정을 봤다. 평소 보던 가벼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지금 그의 표정은 진지함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깥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 비명소리를 들은 루나는 결심을 굳힌 듯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레피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르고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다가 루나의 채근에 급하게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진은 자신의 방에 돌아와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원래 금방 떠날 것을 생각해 짐을 풀지 않은 덕분에 수월하게 짐을 쌀 순 있었지만 몸의 떨림은 여전히 멈추질 않았다.
“어라? 벌서 가실건가요?”
“너…!”
“왜 그러세요? 전 어디까지나 벌레들을 처리할 뿐이랍니다.”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나 생글생글 웃고 있는 프레시아.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웃음. 진은 일부러 손을 한 번 ㅌ털고 그녀에게 저 푸른 갑옷의 존재가 누군지 물었다. 그러자 프레시아의 표정이 일순간 싸늘해지는 것 같더니 곧 원래의 표정으로 웃는 표정으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
“원래는 어딘가의 전사였던 것 같지만 지금은 단지 피를 갈구하는 악귀. 그게 제가 말해드릴 수 있는 전부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요염하게 다리를 꼬는 그녀. 그러나 지금 진의 눈에는 그런 그녀의 모습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루나와 레피나의 준비가 끝난다면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날 생각이니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괴물과는 한 시라도 같이 있기 싫었다. 거기다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 이곳에서 더 머물 여유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우리는 여기를 떠나겠어.”
“하루 정도는 더 머물러도 괜찮지 않을까요?”
“넌 이게 괜찮은 상황으로 보이냐!”
프레시아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진. 그녀에게 이 상황이 어떻게 비춰졌는지는 몰라도 진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재수 없을 경우에는 병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가야 하니까, 그만큼 쓸데없는 체력을 더 소모해 버린다. 더군다나 전투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혹까지 하나 붙어있으니까, 평소 이상으로 귀찮은 일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프레시아는 그런 것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생글거릴 뿐이라서 진은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그리고 그 뒷모습을 보면서 생글거리는 웃음에서 갑자기 싸늘한 표정을 짓는 그녀.
“멋대로 튀는 것도 정도껏 해야죠. 하긴, 당신들의 앞길은 운명의 여신조차도 모르니까.”
의미심장한 한마디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바깥에 있는 병사의 처절한 비명소리였다.
처참한 살육의 현장을 도망치듯이 빠져나오는 세 사람. 이미 주변은 병사들의 시체로 가득했고 먼발치에서 몇 번이나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아마도 그 푸른 갑옷의 존재가 여전히 병사들을 해치우고 있는 것이리라.
한참을 달린 세 사람은 도시의 성벽에 겨우 도착했다. 그러나 아직 달이 중천에 떠 있는 밤. 성문은 열리지 않았고 성벽에는 경계병들이 횃불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성벽을 힘으로 부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 전에 병사들이 들이닥칠 것이고 날이 밝기 까지 몸을 숨길 곳도 여의치 않다. 더군다나 이쪽에는 부상자가 한 명. 도망치는 것에는 최악의 상황. 진은 이 난국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날이 밝을 때 까지 버틸 수 있으면 좋은데.”
“하지만 병사들이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아! 혹시 노움을 쓰면 어떻게 될 지도 몰라요!”
루나는 곧바로 정령어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 속에서 뭔가 꾸물꾸물하더니 머리부터 튀어나왔다. 대지의 정령 노움의 모습은 보통 작달막한 난쟁이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노움은 수염도 없고 꽤 젊게 보였다. 루나는 정령어로 노움에게 뭐라고 말을 했고 노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벽에 손을 댔다.
“그렇지. 제 아무리 견고한 성벽이라도 돌과 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벽의 아주 작은 일부가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작은 일부라고 해도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충분한 크기. 그러나 그 크기를 본 진은 표정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루나나 레피나가 드나들기에는 충분한 크기였지만 자신이 들락날락 하기에는 꽤 좁았다. 그래도 이렇게 탈출구라도 생긴 것을 감사하며 두 사람을 먼저 보낸 다음 힘겹게 빠져 나왔다. 그 모습이 워낙 처절해서 루나와 레피나는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지만 진은 짜증이 머리꼭대기까지 올라 있었다.
세 사람이 성을 빠져 나간 직후, 프레시아는 병사들을 학살하던 손을 잠시 멈췄다. 이 도시에는 용병으로 고용된 자가 많아 슬슬 지치려고 하던 참이라 그녀는 조용히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반면에 그녀가 소환한 존재는 지치는 것도 모르는지 병사들을 여전히 도륙하고 있었다.
“이제 충분해.”
“변덕스런 여자군.”
“여자의 변덕은 무죄라고들 하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푸른 갑옷의 전사에게 손을 뻗는 그녀. 룬 문자로 이루어진 빛의 띠가 그를 감싸더니 이내 그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병사들 사이를 걸어가는 프레시아. 걸어가는 그녀를 막으려고 생각하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나기만 할 뿐. 그런 병사들을 그녀는 경멸의 눈빛으로 한 번 훑어 본 다음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 엄청난 점프력에 병사들은 그저 입을 벌린 채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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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se | 2007/06/18 23:39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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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烏有 at 2007/06/19 02:31
뭔패러딘지 모르겠습니다.아는사람이 아닌가봅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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