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15일
Wheel of fortune-Part1-9
어느 덧 9번째 이야기.
읽은 후 리플은 필수야.

요즘 덥습니다.
안 그런가요?
다음날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난 루나는 언제나처럼 늦잠 자고 있을 진을 깨우러 그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방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뭔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갈수록 그 소리는 뚜렷해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듣기 힘든 진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와 공포에 질린 한 남자의 울부짖음. 그리고 이어지는 두들겨 패는 소리. 무신 큰일이라도 났는가 싶어 급히 방에 뛰어 들어간 루나는 얼굴이 싹 굳어버렸다. 방 안에는 진과 정체불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이미 얼굴은 퉁퉁 부어버려 원형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고 두 눈은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마도 진에게 당한 것이겠지만 그 모습이 너무 참혹해서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겁먹은 표정으로 진을 바라봤다.
“일어났냐? 뭐야? 표정이 왜 그래?”
“이,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아. 이거?”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를 한 번 툭 걷어차는 진. 남자는 이미 공포로 맛이 반 쯤 가 있는 상태처럼 보였다.
진의 설명을 들은 루나는 놀란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레피나를 노리고 온 암살자라니. 하지만 암살자치고는 허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진짜 루나와 레피나를 노리고 왔다면 둘은 제대로 된 저항도 못했겠지만 진은 이렇게 붙잡아서 심문가지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거친 방법으로.
“난 이 놈이랑 할 이야기가 좀 더 남아 있으니 아침식사는 두 사람이서 해결해.”
“아, 네….”
방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들리는 비명소리와 둔탁한 타격음. 루나는 속으로 저 사람과 적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었다고 중얼거리면서 레피나를 데리러 갔다.
두 사람이 아침식사를 하는 사이 일을 끝냈는지 진은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빵 하는 집어 반으로 뜯은 다음 반쪽을 통재로 입에 넣는 진. 루나는 천천히 먹으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귀찮다는 표정으로 무시해 버린 다음 그대로 목구멍으로 삼켜버리는 그. 아무래도 아침에 루나가 본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듯 했지만 루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왠지 쓸데없는 말을 하면 그 남자랑 비슷한 꼴이 될 것 같았으니까.
빵 하나를 거의 쑤셔 넣다시피 해서 다 먹은 진은 루나가 본 그 남제에게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일단은 루나의 예상대로 놈들은 이곳에 있고, 지금 생존자인 레피나를 제거하려 한다는 것과 레피나가 운반하던 물건은 아직 아무런 봉인이 풀리지 않은 채 그들이 가지고 있고, 그들은 그걸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쓰려고 한다는 것. 그 무엇인가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죠?”
“뭐, 일단은 저기 위에 잠들어 있는 놈을 더 두들기던지 해서 뽑아낼 수 있는 정보는 다 뽑아내야지. 그런 다음에 움직여도 늦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말 한 진이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은 어째서 레피나를 해칠 수 없었고 왜 이제야 암살자를 보냈는가. 그리고 그 현장에 레피나만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등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빵 하나만 먹고 나머지 심문을 하러 간 진. 루나와 레피나는 무엇을 할까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일단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직 레피나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녀를 노리는 자들이 나타난다면 위험할 지도 모르는 일이기는 했지만 일단 부딪치고 보자는 생각으로 두 사람은 거리로 나섰다. 물론 들키지 않게 변장을 하기는 했지만 그 변장이라는 것이 조금만 천천히 뜯어보면 알아볼 레벨이라서 둘은 긴장감 속에 시내로 나갔다.
진은 이제 자신이 아는 것을 다 얘기했다고 말하는 이 남자를 살펴봤다. 공포에 질린 얼굴. 이미 바닥에는 오줌도 지려서 악취가 나고 있었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짜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어차피 더 두들겨 봤자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고, 그런 상대에게 더 이상 무의미한 힘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후~. 그렇게 떨지 마. 이제 곧 편하게 해주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 단, 쉬는 곳은 네놈의 집이 아니겠지만.”
말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한 듯 멍한 눈의 사내. 진은 번개같이 손을 휘둘렀고 사내의 목은 몸통에서 분리되어 그대로 바닥에 굴렀다. 목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방안을 빨갛게 물들이는 피. 진은 손가락으로 바닥의 피를 찍어 한 번 맛을 본 다음 바닥에 두 손을 짚었다. 그러자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하는 피. 어느덧 바닥의 피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남은 것이라고는 그 남자의 잘린 목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과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통에서 흘러나온 것 이외에는 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시체를 처리하는 것 정도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몸에 묶여 있는 로프를 풀어내는 진. 그는 두 사람이 멋대로 시내에 나갔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내에 나간 둘은 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두 사람 다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 최대한 얼굴이 안 드러나게 조심조심 하면서 혹시라도 수상한 사람이 있나 없나 둘러보고 있었지만 그다지 수상하다고 생각될만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상인들과 그 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을 뿐.
“레피나. 뭔가 기억나는 게 없나요?”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말끝을 흐리는 레피나. 사실 지금 레피나는 싸우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몸이었다. 진의 응급처치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것에 무리가 가는 것은 사실. 루나도 그 점을 알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레피나를 지키면서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는다. 고작 해봤자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정도가 다일 뿐. 진이 같이 있었다면 아마도 주변을 휘젓고 다녔겠지만 그는 하필이면 포로(?)의 심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 어쩔 수 없이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둘은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것에 한 숨을 쉬면서 여관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여관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들려오는 걸쭉한 남자의 목소리.
“어이. 아가씨들. 이 근처에서 혹시 기사라고 칭하고 다는 암캐년을 보지 못했나?”
“아하하~. 못 봤는데요.”
“그래? 이상하군. 분명히 여기라고 한 것 같은데.”
레피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놀란 토끼눈이 된 레피나를 황급히 끌고 들어가는 루나. 남자가 날카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한 번 바라봤지만 따라 들어온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루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방에서 후드를 벗어던지고, 레피나에게 그 남자를 아느냐고 물어보려던 루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온화한 표정과는 다르게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찬 험악한 표정. 눈가에는 눈물마저 그렁그렁 맺혀 있어 그녀의 분노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마도 몸이 괜찮았다면 그 자리에서 그 나자에게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레피나. 그 사람은 누구죠?”
“라울 바이에른. 동료들을 배신하고, 기사도를 져버린 최악의 사내.”
“일단 진정해요. 그 녀석이 여기 나타났다는 건 놈들도 필사적으로 레피나를 찾고 있다는 뜻이고, 조금만 기다리면 다 끝날 거 에요.”
“용서 못합니다. 동료를 팔고, 악행을 저지른 그 자를!”
레피나는 잠시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흥분이 진정되는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라울 바이에른은 원래 기사단 내부에서도 별로 평이 좋지 못한 기사였다. 수녀들에게 추근거리고, 음주와 도박에 빠져있고, 그러나 바이애른가의 후광으로 기사가 된 남자. 당연히 검술실력이나 다른 모든 것도 형편없었다. 내부에서 도는 소문을 그도 모를 리는 없었겠지만 그의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교단에서 임무를 받고 나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도 동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그의 배신. 동료라고 믿고 있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기사들은 분노가 가득 찬 눈길로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산적들의 공격에 운명을 달리 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죽어간 동료들의 원한을 풀고 싶습니다!”
“일단은 참고 있어요. 진이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레피나를 다독거리는 루나. 그녀도 레피나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라울이라는 남자에게 안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같은 기사단의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멋지게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더군다나 그 배신을 한 당사자가 눈앞에 나타나서 자신에게 모욕을 주는 말까지 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리라.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힘이 있었다면.’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힘이 없음을 한탄하는 루나. 그렇게 두 사람의 위험했던 오후는 조용히, 그러나 분노와 한숨 속에 지나가고 있었다.
진은 골목 구석에 시체를 던져놓고 주변을 둘러봤다. 대낮이라지만 구석진 골목이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진이 있는 곳 근처로 오는 사람도 없었다. 어쩌면 진의 뒷모습만 보고 지레 겁먹고 오지 않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그런 것은 그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시체를 처리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으니까.
“어머, 뒤처리도 꼼꼼하시네요.”
“또 너냐.”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진은 표정을 굳히며 위를 쳐다봤다. 언제나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프레시아. 그 웃음에 악의라던가 하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그는 그 웃음이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마치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에 상관없이 그저 계속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오늘 두 분의 아가씨가 위험 할 뻔 했는데, 모르시고 계셨어요?”
“무슨 말이지?”
“어머~. 정말 모르시고 계셨구나.”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프레시아의 표정. 진은 당장이라도 그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봤고 그 질문에 프레시아는 아주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쓸데없는 부분까지 일일이 다 설명할 정도로.
그녀의 장황한 설명을 다 들은 진은 머릿속에서 천천히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내용을 압축, 정리하고 있었다. 프레시아의 말로는 둘이서 시내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레피나를 배신한 자와 맞닥뜨렸다는 것.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조만간 진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 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하는 프레시아. 그런 그녀의 말에 진은 어이가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어디까지 날 얕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뭣하면 오늘 하루는 제가 서비스 할까요?”
“나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내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이나 도와달라고.”
그렇게 말한 다음 등을 홱 돌려서 골목을 나가는 진. 그런 진의 뒷모습을 보면서 프레시아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 미소 속에 무언가 깊은 생각을 감춰 둔 채.
여관에 돌아온 진은 두 사람에게 아무런 말 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고 표현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레피나는 화가 잔뜩 나 있는 표정이고 루나는 어째서인지 풀이 죽어 있었으니까. 그 상태로는 잔소리는커녕 말도 함부로 꺼내기 힘들다. 여자란 동물은 의외로 예민하니까, 잘못 건드려 버리면 그야말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이럴 때 만큼은 결혼생활로 얻은 경험을 귀중하게 쓰는 진이었다.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 세 사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어색한 침묵. 결국 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물론 두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 겸 오늘 있었던 일을 듣는 쪽으로.
“오늘 무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그게 말이죠….”
말끝을 흐리다가 입을 여는 루나. 루나가 하는 말은 프레시아가 하는 것과 크게 틀린 것이 없었다. 다만 레피나가 배신자라고 부르는 남자에게서 모욕을 당한 것과, 그 남자가 이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었다는 것은 프레시아에게 듣지 못한 일이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얇게 잘라 놓은 햄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떻게 보면 태평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두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도발에 일일이 신경 쓰는 것 보다 레피나씨는 몸부터 나을 생각을 해요. 몸이 멀쩡해야 그 놈을 때려잡아도 잡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지금 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자를 단칼에 베어비리고 싶습니다!”
“걱정 마쇼. 기회는 내가 반드시 만들어 줄 테니까. 그것만 믿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호언장담하는 진. 반신반의 하면서도 흥분을 거두는 레피나. 루나는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빵을 뜯어서 입 안으로 가져가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진은 그런 루나에게도 평소처럼 기운차리라고 한 마디 한 다음 자기 앞의 음식접시를 깔끔하게 비우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조금은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레피나와 루나. 그렇게, 아슬아슬했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읽은 후 리플은 필수야.

요즘 덥습니다.
안 그런가요?
다음날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난 루나는 언제나처럼 늦잠 자고 있을 진을 깨우러 그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방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뭔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갈수록 그 소리는 뚜렷해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듣기 힘든 진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와 공포에 질린 한 남자의 울부짖음. 그리고 이어지는 두들겨 패는 소리. 무신 큰일이라도 났는가 싶어 급히 방에 뛰어 들어간 루나는 얼굴이 싹 굳어버렸다. 방 안에는 진과 정체불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이미 얼굴은 퉁퉁 부어버려 원형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고 두 눈은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마도 진에게 당한 것이겠지만 그 모습이 너무 참혹해서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겁먹은 표정으로 진을 바라봤다.
“일어났냐? 뭐야? 표정이 왜 그래?”
“이,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아. 이거?”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를 한 번 툭 걷어차는 진. 남자는 이미 공포로 맛이 반 쯤 가 있는 상태처럼 보였다.
진의 설명을 들은 루나는 놀란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레피나를 노리고 온 암살자라니. 하지만 암살자치고는 허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진짜 루나와 레피나를 노리고 왔다면 둘은 제대로 된 저항도 못했겠지만 진은 이렇게 붙잡아서 심문가지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거친 방법으로.
“난 이 놈이랑 할 이야기가 좀 더 남아 있으니 아침식사는 두 사람이서 해결해.”
“아, 네….”
방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들리는 비명소리와 둔탁한 타격음. 루나는 속으로 저 사람과 적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었다고 중얼거리면서 레피나를 데리러 갔다.
두 사람이 아침식사를 하는 사이 일을 끝냈는지 진은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빵 하는 집어 반으로 뜯은 다음 반쪽을 통재로 입에 넣는 진. 루나는 천천히 먹으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귀찮다는 표정으로 무시해 버린 다음 그대로 목구멍으로 삼켜버리는 그. 아무래도 아침에 루나가 본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듯 했지만 루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왠지 쓸데없는 말을 하면 그 남자랑 비슷한 꼴이 될 것 같았으니까.
빵 하나를 거의 쑤셔 넣다시피 해서 다 먹은 진은 루나가 본 그 남제에게 들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일단은 루나의 예상대로 놈들은 이곳에 있고, 지금 생존자인 레피나를 제거하려 한다는 것과 레피나가 운반하던 물건은 아직 아무런 봉인이 풀리지 않은 채 그들이 가지고 있고, 그들은 그걸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쓰려고 한다는 것. 그 무엇인가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안 좋은 것이라는 것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죠?”
“뭐, 일단은 저기 위에 잠들어 있는 놈을 더 두들기던지 해서 뽑아낼 수 있는 정보는 다 뽑아내야지. 그런 다음에 움직여도 늦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말 한 진이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은 어째서 레피나를 해칠 수 없었고 왜 이제야 암살자를 보냈는가. 그리고 그 현장에 레피나만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등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빵 하나만 먹고 나머지 심문을 하러 간 진. 루나와 레피나는 무엇을 할까 잠시동안 고민하다가 일단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직 레피나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그녀를 노리는 자들이 나타난다면 위험할 지도 모르는 일이기는 했지만 일단 부딪치고 보자는 생각으로 두 사람은 거리로 나섰다. 물론 들키지 않게 변장을 하기는 했지만 그 변장이라는 것이 조금만 천천히 뜯어보면 알아볼 레벨이라서 둘은 긴장감 속에 시내로 나갔다.
진은 이제 자신이 아는 것을 다 얘기했다고 말하는 이 남자를 살펴봤다. 공포에 질린 얼굴. 이미 바닥에는 오줌도 지려서 악취가 나고 있었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짜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어차피 더 두들겨 봤자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고, 그런 상대에게 더 이상 무의미한 힘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후~. 그렇게 떨지 마. 이제 곧 편하게 해주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 단, 쉬는 곳은 네놈의 집이 아니겠지만.”
말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한 듯 멍한 눈의 사내. 진은 번개같이 손을 휘둘렀고 사내의 목은 몸통에서 분리되어 그대로 바닥에 굴렀다. 목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방안을 빨갛게 물들이는 피. 진은 손가락으로 바닥의 피를 찍어 한 번 맛을 본 다음 바닥에 두 손을 짚었다. 그러자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하는 피. 어느덧 바닥의 피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남은 것이라고는 그 남자의 잘린 목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과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통에서 흘러나온 것 이외에는 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시체를 처리하는 것 정도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몸에 묶여 있는 로프를 풀어내는 진. 그는 두 사람이 멋대로 시내에 나갔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내에 나간 둘은 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두 사람 다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 최대한 얼굴이 안 드러나게 조심조심 하면서 혹시라도 수상한 사람이 있나 없나 둘러보고 있었지만 그다지 수상하다고 생각될만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상인들과 그 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을 뿐.
“레피나. 뭔가 기억나는 게 없나요?”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말끝을 흐리는 레피나. 사실 지금 레피나는 싸우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저항조차 할 수 없는 몸이었다. 진의 응급처치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것에 무리가 가는 것은 사실. 루나도 그 점을 알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레피나를 지키면서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는다. 고작 해봤자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정도가 다일 뿐. 진이 같이 있었다면 아마도 주변을 휘젓고 다녔겠지만 그는 하필이면 포로(?)의 심문에 정신이 없는 상태. 어쩔 수 없이 조심할 수 밖에 없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둘은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것에 한 숨을 쉬면서 여관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여관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들려오는 걸쭉한 남자의 목소리.
“어이. 아가씨들. 이 근처에서 혹시 기사라고 칭하고 다는 암캐년을 보지 못했나?”
“아하하~. 못 봤는데요.”
“그래? 이상하군. 분명히 여기라고 한 것 같은데.”
레피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놀란 토끼눈이 된 레피나를 황급히 끌고 들어가는 루나. 남자가 날카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한 번 바라봤지만 따라 들어온다거나 하지는 않았기에 루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방에서 후드를 벗어던지고, 레피나에게 그 남자를 아느냐고 물어보려던 루나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온화한 표정과는 다르게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찬 험악한 표정. 눈가에는 눈물마저 그렁그렁 맺혀 있어 그녀의 분노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마도 몸이 괜찮았다면 그 자리에서 그 나자에게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레피나. 그 사람은 누구죠?”
“라울 바이에른. 동료들을 배신하고, 기사도를 져버린 최악의 사내.”
“일단 진정해요. 그 녀석이 여기 나타났다는 건 놈들도 필사적으로 레피나를 찾고 있다는 뜻이고, 조금만 기다리면 다 끝날 거 에요.”
“용서 못합니다. 동료를 팔고, 악행을 저지른 그 자를!”
레피나는 잠시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흥분이 진정되는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라울 바이에른은 원래 기사단 내부에서도 별로 평이 좋지 못한 기사였다. 수녀들에게 추근거리고, 음주와 도박에 빠져있고, 그러나 바이애른가의 후광으로 기사가 된 남자. 당연히 검술실력이나 다른 모든 것도 형편없었다. 내부에서 도는 소문을 그도 모를 리는 없었겠지만 그의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교단에서 임무를 받고 나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도 동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은 그의 배신. 동료라고 믿고 있던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기사들은 분노가 가득 찬 눈길로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산적들의 공격에 운명을 달리 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죽어간 동료들의 원한을 풀고 싶습니다!”
“일단은 참고 있어요. 진이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레피나를 다독거리는 루나. 그녀도 레피나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라울이라는 남자에게 안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같은 기사단의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멋지게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더군다나 그 배신을 한 당사자가 눈앞에 나타나서 자신에게 모욕을 주는 말까지 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리라.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힘이 있었다면.’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힘이 없음을 한탄하는 루나. 그렇게 두 사람의 위험했던 오후는 조용히, 그러나 분노와 한숨 속에 지나가고 있었다.
진은 골목 구석에 시체를 던져놓고 주변을 둘러봤다. 대낮이라지만 구석진 골목이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진이 있는 곳 근처로 오는 사람도 없었다. 어쩌면 진의 뒷모습만 보고 지레 겁먹고 오지 않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그런 것은 그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시체를 처리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으니까.
“어머, 뒤처리도 꼼꼼하시네요.”
“또 너냐.”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진은 표정을 굳히며 위를 쳐다봤다. 언제나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프레시아. 그 웃음에 악의라던가 하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그는 그 웃음이 묘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마치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에 상관없이 그저 계속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오늘 두 분의 아가씨가 위험 할 뻔 했는데, 모르시고 계셨어요?”
“무슨 말이지?”
“어머~. 정말 모르시고 계셨구나.”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프레시아의 표정. 진은 당장이라도 그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아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봤고 그 질문에 프레시아는 아주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쓸데없는 부분까지 일일이 다 설명할 정도로.
그녀의 장황한 설명을 다 들은 진은 머릿속에서 천천히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내용을 압축, 정리하고 있었다. 프레시아의 말로는 둘이서 시내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레피나를 배신한 자와 맞닥뜨렸다는 것.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조만간 진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 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하는 프레시아. 그런 그녀의 말에 진은 어이가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어디까지 날 얕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뭣하면 오늘 하루는 제가 서비스 할까요?”
“나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내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이나 도와달라고.”
그렇게 말한 다음 등을 홱 돌려서 골목을 나가는 진. 그런 진의 뒷모습을 보면서 프레시아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 미소 속에 무언가 깊은 생각을 감춰 둔 채.
여관에 돌아온 진은 두 사람에게 아무런 말 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고 표현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레피나는 화가 잔뜩 나 있는 표정이고 루나는 어째서인지 풀이 죽어 있었으니까. 그 상태로는 잔소리는커녕 말도 함부로 꺼내기 힘들다. 여자란 동물은 의외로 예민하니까, 잘못 건드려 버리면 그야말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이럴 때 만큼은 결혼생활로 얻은 경험을 귀중하게 쓰는 진이었다.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을 먹는 세 사람.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어색한 침묵. 결국 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물론 두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 겸 오늘 있었던 일을 듣는 쪽으로.
“오늘 무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그게 말이죠….”
말끝을 흐리다가 입을 여는 루나. 루나가 하는 말은 프레시아가 하는 것과 크게 틀린 것이 없었다. 다만 레피나가 배신자라고 부르는 남자에게서 모욕을 당한 것과, 그 남자가 이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었다는 것은 프레시아에게 듣지 못한 일이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얇게 잘라 놓은 햄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떻게 보면 태평한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두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도발에 일일이 신경 쓰는 것 보다 레피나씨는 몸부터 나을 생각을 해요. 몸이 멀쩡해야 그 놈을 때려잡아도 잡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지금 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 자를 단칼에 베어비리고 싶습니다!”
“걱정 마쇼. 기회는 내가 반드시 만들어 줄 테니까. 그것만 믿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호언장담하는 진. 반신반의 하면서도 흥분을 거두는 레피나. 루나는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빵을 뜯어서 입 안으로 가져가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진은 그런 루나에게도 평소처럼 기운차리라고 한 마디 한 다음 자기 앞의 음식접시를 깔끔하게 비우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조금은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레피나와 루나. 그렇게, 아슬아슬했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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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6/15 00:50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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