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el of fortune-Part1-7-

자자. 아무도 읽어보지 않는 소설이 벌써 일곱번재 장까지 갔습니다.
봐주신 분들에게는 감사드립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뭘?)


벌써 아바론을 떠난 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가는 도중에 강도를 만나거나 하기는 했지만 진의 일갈에 기가 눌려 도망쳐 버리는 한심한 자들 뿐. 덕분에 둘은 이야기 거리도 떨어지고, 심심하게 걷고만 있었다.
“아~. 힘들어. 심심해.”
다시 시작된 루나의 칭얼거림. 사실 똑같은 감정을 진도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는 참고 있었다. 괜히 쓸데없는 말로 기운 빼는 것은 그가 싫어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루나는 뒤에서 계속 꿍얼꿍얼 중얼거렸고 결국 참지 못한 진은 이마에 핏줄을 가득 세우면서 소리를 질렀다.
“적당히 좀 해!”
“까, 깜짝이야.”
“후우~. 정말 몸만 크고 머릿속은 어린애냐? 그래서 어떻게 지금까지 용케 버텨왔나 몰라.”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는 진. 그러나 루나는 이제 그런 것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 괜히 발끈해서 논쟁을 벌여봤자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대신 일부러 그의 성질을 건드려 자신에게 넘어오게 만드는, 그런 방법을 쓰고 있었다.
‘이젠 이 작전도 안 통할 때가 됐다는 걸까.’
몇 번이고 같은 방법을 쓰면 상대도 알아차리고 나름대로의 대응을 하는 법. 진은 루나가 신경을 긁을 때 마다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서 아예 루나가 꿍얼거리지 못하게 해버렸다. 그렇다고 안 할 루나도 아니었지만.
한참을 걸어가던 진은 길 한가운데 누구군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른 척 하고 그냥 지나 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쓰러진 사람에게 다가갔다. 혹시라도 부잣집 도련님이거나 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었고 아니더라도 최소한 감사인사는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한 짓이지만 루나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봐. 괜찮나?”
“크윽….”
“흐음. 부상이 심각하기라도 한 건가.”
진이 말을 걸어도 정신을 못 차리자 그는 일단 길가로 데리고 가서 천천히 상태를 살펴봤다.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짧게 자른 단발에 여성용의 플레이트 아머를 걸치고 있다. 투구를 벗기고 얼굴을 살펴보니 입가에 피를 흘린 흔적이 남아 있고,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어딘가의 기사님인가.”
“습격이라도 받은 걸까요?”
“그럴지도. 일단 정신을 차리면 천천히 물어봐야겠군. 루나. 좀 도와줘.”
갑옷을 일단 벗긴 다음 상처부위를 확인한다. 검에 의해 베인 상처는 없지만 둔기류에 의해 타격을 받은 듯 갈비뼈가 있는 부분이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갑옷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 타격을 받았다면 아마 그 충격은 꽤 컷을 것이다. 진은 우선 뼈가 부러지지 않았는지 살펴봤다. 혹시라도 부서진 뼈가 폐를 찌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금 이곳에서 응급처치만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적어도 큰 도시의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피곤해져.’
속으로 뼈가 부러지지 않기를 빌면서 조심스럽게 상처부위를 확인한다. 아무래도 상대가 여자다 보니 약간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조금은 거친 방법으로 뼈가 부러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진. 여기사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소리가 튀어나왔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뼈가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닌 것 같군.”
“다행이네요.”
“가방에서 붕대랑 플로미네즈(외상에 효과가 있는 약초.)좀 꺼내 주겠어?”
루나가 붕대와 약초를 꺼내 주자 진은 약초를 능숙하게 짓이긴 다음 상처부위에 골고루 펴 바르고, 붕대로 조금 단단하게 조여 맸다. 여기사는 아직 정신도 못 차리고, 고통도 가시지 않은 표정이기는 했지만 일단 안정은 된 듯, 호흡이 한 결 가라앉았다.
“후우~. 오늘은 이 근처에서 노숙하자.”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실망의 빛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진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 일주일 동안 제대로 된 곳에서 자본 적이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깨끗하게 씻고 싶고, 편안한 잠자리에서 자고 싶다고 중얼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상자를 데리고 가는 것도 꽤 힘들고 불편한 일이니까, 오늘은 많이 걸어가지 않았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새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진은 가방에서 부스럭 거리면서 검은색의 돌덩이를 꺼냈다. 그것은 석탄이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나무보다 훨씬 좋은 땔감이었다. 장거리 여행을 대비해서 몇 개 구입해 둔 것이 지금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루나는 여기사의 곁에서 일찌감치 잠들었다. 길게 할 말도 없는데다 내일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먼저 모포를 덮고 누워버렸다. 진은 그런 루나의 행동에 피식, 웃으면서 조용히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바라보고 있으려니 눈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잠시 시선을 위로 올렸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 자신도 어릴 적에는 저 별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꿈을 접기는 했지만.
“왠지 엄청 감성적으로 보이는데요.”
“지금의 내 모습 말이냐?”
“백은의 마랑이라는 별칭하고는 조금 안 어울리는 모습인 것 같아서요.”
“쫄쫄쫄 따라오는 스토커에게 그런 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여전히 매정하시네요.”
진은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흑의인을 흘깃 바라봤다. 계속 따라오고 있다고는 해도 별다른 해는 끼치지 않고 있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하지 않은 존재. 경계심을 늦춰서 나쁠 것은 없다. 어차피 적이 된다면 죽이면 그만이겠지만.
“그러고 보니, 너.”
“왜 그러시죠?”
“언제까지 너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 아냐?”
그 순간, 대답을 망설이는 흑의인. 스스로의 이름을 밝히는 것조차도 망설이는 존재. 어딘가의 마법이라던가 하는 것으로 만들어진 존재인지, 아니면 무언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지 그 흑의이은 한참을 망설였다. 채근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답을 기다리는 진. 흑의인은 한참동안 대답을 망설이더니, 이윽고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프레시아. 프레시아라고 합니다.”
“이름을 밝히기 곤란한 이유라도 있었나보군.”
“사람에게는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진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자리에 드러누워 모포를 덮었다. 이제 밤이 깊어졌으니까 슬슬 자두지 않으면 내일을 버티기 힘드니까. 그 흑의인, 프레시아는 그런 진을 복잡한 표정으로 한 번 바라본 다음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희미하게 달빛만이 비치는 나무 아래, 프레시아는 주저앉아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째서 자신의 이름을 밝혔던 것일까.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이름을 가르쳐 준다, 라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금기된 사항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녀는 이쪽의 인간이 아닌, 인간과 한없이 같지만 다른 존재이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어지간해서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조직 내에서도 그녀의 이름을 아는 자는 거의 없었다.
“이것도 운명의 여신이 꾸며놓은 일이라면 일이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잠시 눈을 감는 그녀의 목에 갑자기 차갑고 날카로운 감촉이 느껴진다. 눈을 떠서 슬쩍 아래를 바라보니 그녀의 목에 있는 것은 커다란 검은색의 낫. 조직에서 보낸 자들 중 꽤 실력이 좋은 집행자가 틀림없다. 아무런 말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그녀를 바로 죽일 생각이었겠지만 그런 것 치고 낫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왼손으로 낫을 살짝 밀어내자 곧바로 힘을 준다. 아무래도 상대의 목적은 자신을 잡아두려고 하는 것 같지만, 프레시아는 웃으면서 왼손에 힘을 줘서 낫을 종잇장 구기듯 구겨버렸다.
“얼마나 날 얕봤는지 모르겠지만….”
나무 뒤에 서 있던 집행자의 표정이 일순간 얼어붙는다. 사람의 살기라고는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느낌. 프레시아는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풍기는 살기는 여전히 가시질 않았다. 그녀는 웃으면서 눈앞에 있는 집행자를 향해 한걸음씩 다가갔다. 마치 무언가에 묶이기라도 한 듯, 꼼짝하지 못하는 집행자. 그런 상대방을 조롱하듯이 한 번 쳐다본 다음, 오른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다. 그리고 힘을 주기 시작하는 프레시아. 집행자는 고통스러운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혈관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파? 겨우 이 정도로?”
그녀가 손에 힘을 더 주자 집행자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렸다. 마치 악력이 강한 사람이 사과를 손으로 깨부수듯, 그러나 간단히 부서진 집행자의 머리. 뇌수와 피, 뼈와 살점, 머리카락이 한 데 엉킨 물건이 아직도 오른 손에 쥐어져 있다. 그걸 땅에 버린 다음 아직 서 있는 집행자의 몸통을 발로 걷어 차 바닥에 눕혀버리는 프레시아. 그녀는 오른 손에 묻은 피를 몇 번 핥은 다음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지난번과 같은 모양의 마법진. 그러나 거기에서 소환 된 것은 오로지 검은 색으로만 이루진, 정체불명의 부정형의 존재. 대략 대여섯 마리가 나오자 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명령하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 있는 집행자를 모조리 먹어치워. 아, 대신 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해야 해.”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소환물. 곧이어 들리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살점이 뜯어 먹히는 소리, 그리고 짧은 단말마의 비명. 저들 중에는 조직 내에서 꽤 친했던 사람도 있었을 테지만, 프레시아는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더스트. 네 놈의 뜻대로 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아.”
그녀의 중얼거림과 함께, 짧은 사냥은 이제 끝을 맺어가고 있었다.
진은 잔다고 눕기는 했지만, 실상 잠을 자지는 않았다. 사실 일상행동 뿐이라면 사나흘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체력이니까. 하루 종일 걷는 것도 그에게는 그렇게 무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걸리는 것이라면 조금 전부터 코끝에 미묘하게 풍겨오는 피냄새와 짐승이 무언가를 잡아먹는 것 같은 소리, 그리고 짧은 단말마의 비명. 분명 프레시아가 추적자들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 그 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자신이 나설까 생각을 해 봤지만 역시 관두기로 했다. 괜히 끼어들어 봤자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지만 그것이 지금 자신의 목숨을 구하게 되는 판단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다음날, 진은 일찍 일어나서 남은 불씨를 정리하고, 모포를 대충 털어낸 다음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제 겨우 먼동이 터오고 있고, 두 아가씨는 아직 세상도 모르고 자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생각하는 찰나, 코끝에 비릿한 냄새가 느껴진다. 보통 인간의 후각이라면 못 느낄 정도의 미미한 냄새이기는 했지만 그는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마 어제 프레시아가 벌인 일의 흔적일 것이다.
“그럼, 오늘도 지겨운 여행길은 계속 되는 건가.”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서서히 태양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앞으로 갈 길이 조금 멀기는 해도, 지금 부상자를 떠안은 상태여서는 무리하게 움직일 수 없다. 일단 진은 루나를 깨우기로 하고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가서 어깨를 몇 번 흔들었다.
“어이. 일어나. 아침이야.”
“벌써요?”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졸린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키는 그녀. 크게 하품을 한 다음 일어나서 주섬주섬 모포와 잠자리를 정리한다. 그러다 아직 어제의 그 여기사가 안 일어난 것을 보고 기분 나쁜 표정을 한 번 짓더니 잽싸게 짐을 챙긴 다음 바닥에 앉아 가방에서 언제 꺼냈는지 모를 빵을 꾸역꾸역 입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방금 일어나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배고파서 그런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머지 남은 빵조각을 입에 쑤셔 넣은 다음 꿀꺽 삼키는 루나. 아마 보통의 인간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지금가지 엘프에 관해서 쌓아왔던 수많은 이미지가 단번에 박살 날 지도 모른다. 어딘가의 집단에서는 엘프는 화장실에조차 가지 않는다, 라는 헛소문도 돌고 있으니까.
“으, 으음~.”
“이제 정신을 차리는 건가?”
“몰라요. 일어나면 내버려두고 갔으면 좋겠네.”
매몰차게 말하는 루나. 그런 루나를 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 번 바라본 다음 여기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고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어제에 비해서는 훨씬 얼굴색이 좋아 졌다.
“여기는…?”
“보시다시피 벌판. 어제 길바닥에 쓰러져 있기에 간단한 응급처치만 했수다.”
“아, 두 분께서 절 구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인사는 됐고, 몸은 좀 어떤가?”
“괜찮습니, 아얏!”
“조심해야죠. 뼈에 금이 간 것 같던데.”
쌀쌀맞게 말하는 루나. 그러나 여기사는 그런 건 눈치 채지 못했는지 두 사람에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면서 자신의 갑옷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짐에 묶어 놓은 갑옷을 보여주는 진. 이미 오른쪽 흉부가 움푹 패어 있고, 여기저기 손상이 심했던 터라 다시 입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걸 보고 조금 울상이 되다가 다시 표정을 고치고 몸을 일으키는 그녀. 그녀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밝게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레피나 기슈타인. 수룔왕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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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se | 2007/06/09 18:25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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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烏有 at 2007/06/15 02:22
멋지네요.잘읽었습니다.

......감상을 적으려는데 마지막줄의 수룔왕의 기사입니다에서 싹 날아갔습...........(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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