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29일
Wheel of fortune-Part1-4
저 에로 블로거 아니라니까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어느 분에게
모종의 물건을 받아버려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후~. 이러다 이곳 사라지면 난감할지도?

틀렸어...이젠 꿈이고 희망이고 없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몸을 일으키는 진. 어제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속이 메스꺼웠지만 일단은 일어났다. 사실 진이 어제 먹은 술의 양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이미 사망하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기는 했지만 수인족 특유의 엄청난 회복능력 덕분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다.
“너무 마셨나….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냐~.”
아픈 며리를 부여잡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언제나처럼 카고팬츠에 반팔 셔츠. 그리고 가죽부츠를 챙겨 신는다. 신발 같은 것 없이도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서다.
“루나는 여전히 자고 있으려나?”
자신은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진이었지만 사실 해는 이미 하늘 높이 더 있었다. 그것도 아주 높이.
루나는 어제 저녁의 일을 조용히 떠올리며 이마를 찌푸렸다. 거의 만취상태가 되가 되어 걸음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진을 겨우 여관방에 데려다 놓고, 거기다 쓸데없는 술주정에 시달려야 했으니까.
‘정말이지 신용해도 괜찮은 걸까?’
예전과 비교해 봤을 때 진의 이미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뭔가 믿음이 가고 멋져보였는데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동네아저씨 같은 모습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꽤 지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녀와 그가 처음 만난 것이 한창 전쟁이 일어나던 당시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꽤 흘렀다. 그 사이에 변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억지일 것이다. 시간은 강산뿐만 아니라 사람도 변하게 만드니까.
“여~. 잘 잤나?”
“그쪽이 술에 멋대로 취하지만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줘.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프니까.”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고 했잖아요.”
루나의 핀잔에 무어라 말도 못하고 그저 어정쩡한 웃음만 짓는 진. 본인도 잘못한 걸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길게 말해봤자 서로의 기분만 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그냥 가볍게 잔소리 하는 선에서 멈춘 것이다.
“우선은 식사부터 하고, 그 다음에 슬슬 움직이자고.”
“왠지 여유가 넘치시네요.”
“지난번의 그 녀석들이야 주먹 몇 번만 휘두르면 되니까.”
묘하게 풍겨져 나오는 자신감. 사실 루나는 전쟁 동안 이 사람이 어떻게 활약했는지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단지 알고 있던 거라면 소문을 통해서 드문드문 알게 된 그와 그의 부대가 올린 전과를 접했을 뿐. 하지만 묘하게 신뢰할 수 있는 느낌이 들기에, 루나는 그걸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이 틀린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식사를 하면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지이 말한 대로 루나가 가진 목걸이에 관해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그렇다고 루나에게 끈덕지게 달라붙는 녀석들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녀석들의 본거지가 여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렇지만 어떻게든 한 방 먹이지 않으면…!”
“마음은 알겠지만 보이지도 않는 적에게 시간낭비를 하는 것은 바보짓이야.”
루나로서는 어떻게든 그들의 기세를 무너뜨려 추적을 끊게 하고 싶은 생각이었겠지만 진이 볼 때 그것은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했다. 어디에 아지트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는 자들을 상대로, 더군다나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대에게 힘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낭비 밖에는 되지 않는다. 굳이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해야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적은 우리에 비해 여유가 많아.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무모하게 움직이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나 다름없어.”
루나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진이 말하는 것에는 설득력이 있었고,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행여나, 억지를 쓴다면 모를까, 그 외에는 달리 반박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었다.
“불만이 가득한 것 같군.”
“당연하죠! 지금가지 고생하면서 실컷 쫓겨 왔는데!”
“어쩔 수 없어. 녀석들을 때려 부수는 것은 나중에라도 늦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부~.”
양 볼을 잔뜩 부풀리며 불만을 표현하는 루나. 그런 루나의 모습에 진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일단 준비를 마치고 내일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은 진. 루나는 어떻게든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진은 ‘느긋하게 가는 거야.’라는 말로 루나의 반대를 기각했다. 사실 준비를 다 마쳤을 때는 날이 서서히 어두워져 출발하기 어렵다는 것도 있었지만.
“여전히 어린애군. 정말이지 변한 거라고는 몸이 커진 것뿐인가.”
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딱딱한 나무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대충 얼기설기 만든 매트리스가 깔려 있다고 해도 나무 바닥 특유의 딱딱한 느낌은 그대로 전달되는, 싸구려 여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침대. 평소에 워낙 노숙으로만 잠을 해결하다 보니 이런 곳도 그에게는 최상의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불편하기만 했다.
‘아까부터 집요하게 따라 붙는 녀석이 하나 있던데….’
루나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진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미행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 분명 루나를 노리는 자들이 보낸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다. 괜히 소동을 일으키면 피곤해지는 것은 자신들이니까. 이곳은 인간들의 도시고, 따라서 인간들의 법이 적용된다. 트러블 일으켜 봤자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밤이 되면 다르지.”
밤의 도시는 그야 말로 무법천지. 공공연히 살인이나 강도, 폭행 등이 일어나고 각종 범죄가 일어나도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밤에는 밤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인간을 제외하면 다들 각자의 집이나 쉴 곳으로 들어가 두문불출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럼 어디, 쫄래쫄래 따라붙는 강아지를 잡으러 가보실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가는 진. 그는 무장은 하나도 하지 않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유유히 밤의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임무에 실패한 자들을 죽이고, 자신이 임무를 완수한다. 그것이 집행자들에게 내려온 규칙.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지만 이번만큼은 경우가 좀 틀렸다. 중요한 물건의 곁에 공교롭게도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가 붙어버렸다. 백은의 마랑. 전설로 이름을 남긴 사내. 무기를 들고 싸운다고 해도 힘들겠지만 만약 그가 수인족의 본능대로 오로지 자신의 육체만을 이용해 싸우려고 한다면 살아남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낮에는 자신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챈 것 같았다.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지은 알 수 없는 웃음. 그것은 단지 단순한 허식인가? 아니면 정말로 나를 봤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는 불안감이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고 지나갔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면서 다른 어떤 불안감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저 수인족의 존재만으로도 불안감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에 결정타를 가하듯,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오들오들 떨고 있나?”
“후~. 눈치 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일 줄이야.”
“얌전히 사라지면 위해는 가하지 않겠다. 하지만 계속 따라올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생각하는 머리가 있다면 알아들을 법한 이야기다만?”
“내 생각 따위는 이미 예전에 버렸다. 단지 받은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
“후우~. 정말이지 좋게 말해서는 듣지 않을 놈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싸울 준비를 하는 수인족, 진. 집행자는 긴장을 하면서 낫을 빼들었다. 어둠 속에서의 검은 낫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간격을 잘 유지하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걸 감안하면 아주 불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무기는 거대한 낫인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집행자의 표정은 거의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변했다. 어떻게 이 어둠 속에서 검은 낫이 보인다는 것인가. 상대방이 적어도 무기를 모른 다면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에서는 그것도 불가능해져 버렸다.
“어떻게 안 거지?”
“미안하지만 내 눈은 어두워도 그럭저럭 잘 보여서 말이지.”
일단 달려들고 차후의 일은 따로 생각 할 수밖에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과 동시에 집행자는 몸을 날려낫을 휘둘렀다.
카가각!
날카로운 것이 갈리는 소리. 수인족은 단지 손톱과 손가락의 힘만을 이용해 전력으로 휘두른 낫을 막고 있었다. 집행자의 당황한 표정도 잠시, 어느새 날아온 날카로운 손톱이 정확히 그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큭!”
급하게 뒤로 물러서는 집행자. 수인족의 전투능력에 관해서는 익히 들었고, 백은의 마랑에 관한 소문도 질리도록 들었지만 이렇게 상대할 때 그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상대와 자신의 실력의 차이와, 상대의 별칭이 그냥 허명이 아니었다는 것을.
“큰 소리 쳐놓고 겨우 이게 다라면 조금 섭섭한데.”
그렇게 말하면서 한 걸음씩 다가오는 백은의 마랑.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그의 실루엣은 보통 사람이 본다면 충분히 정신을 잃고도 남았겠지만 다행히 집행자로서 교육을 받아오고, 공포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있던 터라 그는 간신히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일단 도망가야 된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조금은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도망갈 틈만 만들면 되니까, 그 이후에는 두 다리를 믿고 전력으로 도망가면 된다. 그러나 상대는 그가 생각 한 것만큼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쪽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지는 몰라도 도망갈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무서울 정도의 스피드로 자신을 몰아치고 있었다.
“이…괴물!”
“그런 말은 이제 지겹다만?”
푸욱!
“에?”
눈치체지 못했다. 어느 틈엔가 그의 날카로운 손톱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었다. 깨닫고 나서 느껴지는 고통. 피가 흐르는 감촉. 살점이 찢기는 고통. 비명조차도 지를 수 없다. 어느새 목을 타고 넘어와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 그저 멍한 표정을 한 채 뒤로 몇 걸음 비틀 거리면서 물러섰다. 거기에 확실한 결정타를 넣듯이 진의 손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고, 그 순간, 집행자의 목은 몸통과 분리되어 그대로 땅에 굴렀다.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불은 피. 비릿하게 퍼지는 혈향. 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쓰러진 시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조금은 재미있는 말을 생각해 봐. 그러면 마음이 변해서 살려줄지도 모르니까.”
이미 죽은 자에게는 의미가 없는 말. 그러나 진은 알고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자신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 자의 전투를 본 자가 있다는 것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어느 분에게
모종의 물건을 받아버려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후~. 이러다 이곳 사라지면 난감할지도?

틀렸어...이젠 꿈이고 희망이고 없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몸을 일으키는 진. 어제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속이 메스꺼웠지만 일단은 일어났다. 사실 진이 어제 먹은 술의 양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이미 사망하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기는 했지만 수인족 특유의 엄청난 회복능력 덕분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다.
“너무 마셨나….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냐~.”
아픈 며리를 부여잡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언제나처럼 카고팬츠에 반팔 셔츠. 그리고 가죽부츠를 챙겨 신는다. 신발 같은 것 없이도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서다.
“루나는 여전히 자고 있으려나?”
자신은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진이었지만 사실 해는 이미 하늘 높이 더 있었다. 그것도 아주 높이.
루나는 어제 저녁의 일을 조용히 떠올리며 이마를 찌푸렸다. 거의 만취상태가 되가 되어 걸음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진을 겨우 여관방에 데려다 놓고, 거기다 쓸데없는 술주정에 시달려야 했으니까.
‘정말이지 신용해도 괜찮은 걸까?’
예전과 비교해 봤을 때 진의 이미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뭔가 믿음이 가고 멋져보였는데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동네아저씨 같은 모습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꽤 지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녀와 그가 처음 만난 것이 한창 전쟁이 일어나던 당시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꽤 흘렀다. 그 사이에 변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억지일 것이다. 시간은 강산뿐만 아니라 사람도 변하게 만드니까.
“여~. 잘 잤나?”
“그쪽이 술에 멋대로 취하지만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줘.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프니까.”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고 했잖아요.”
루나의 핀잔에 무어라 말도 못하고 그저 어정쩡한 웃음만 짓는 진. 본인도 잘못한 걸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길게 말해봤자 서로의 기분만 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그냥 가볍게 잔소리 하는 선에서 멈춘 것이다.
“우선은 식사부터 하고, 그 다음에 슬슬 움직이자고.”
“왠지 여유가 넘치시네요.”
“지난번의 그 녀석들이야 주먹 몇 번만 휘두르면 되니까.”
묘하게 풍겨져 나오는 자신감. 사실 루나는 전쟁 동안 이 사람이 어떻게 활약했는지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단지 알고 있던 거라면 소문을 통해서 드문드문 알게 된 그와 그의 부대가 올린 전과를 접했을 뿐. 하지만 묘하게 신뢰할 수 있는 느낌이 들기에, 루나는 그걸 믿기로 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이 틀린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식사를 하면서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지이 말한 대로 루나가 가진 목걸이에 관해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그렇다고 루나에게 끈덕지게 달라붙는 녀석들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녀석들의 본거지가 여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렇지만 어떻게든 한 방 먹이지 않으면…!”
“마음은 알겠지만 보이지도 않는 적에게 시간낭비를 하는 것은 바보짓이야.”
루나로서는 어떻게든 그들의 기세를 무너뜨려 추적을 끊게 하고 싶은 생각이었겠지만 진이 볼 때 그것은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했다. 어디에 아지트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는 자들을 상대로, 더군다나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대에게 힘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낭비 밖에는 되지 않는다. 굳이 쓸데없는 곳에 힘을 낭비해야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적은 우리에 비해 여유가 많아.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무모하게 움직이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이나 다름없어.”
루나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진이 말하는 것에는 설득력이 있었고,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행여나, 억지를 쓴다면 모를까, 그 외에는 달리 반박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었다.
“불만이 가득한 것 같군.”
“당연하죠! 지금가지 고생하면서 실컷 쫓겨 왔는데!”
“어쩔 수 없어. 녀석들을 때려 부수는 것은 나중에라도 늦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부~.”
양 볼을 잔뜩 부풀리며 불만을 표현하는 루나. 그런 루나의 모습에 진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일단 준비를 마치고 내일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은 진. 루나는 어떻게든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진은 ‘느긋하게 가는 거야.’라는 말로 루나의 반대를 기각했다. 사실 준비를 다 마쳤을 때는 날이 서서히 어두워져 출발하기 어렵다는 것도 있었지만.
“여전히 어린애군. 정말이지 변한 거라고는 몸이 커진 것뿐인가.”
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딱딱한 나무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대충 얼기설기 만든 매트리스가 깔려 있다고 해도 나무 바닥 특유의 딱딱한 느낌은 그대로 전달되는, 싸구려 여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침대. 평소에 워낙 노숙으로만 잠을 해결하다 보니 이런 곳도 그에게는 최상의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왠지 불편하기만 했다.
‘아까부터 집요하게 따라 붙는 녀석이 하나 있던데….’
루나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진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것도 미행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 분명 루나를 노리는 자들이 보낸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함부로 나설 수는 없었다. 괜히 소동을 일으키면 피곤해지는 것은 자신들이니까. 이곳은 인간들의 도시고, 따라서 인간들의 법이 적용된다. 트러블 일으켜 봤자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밤이 되면 다르지.”
밤의 도시는 그야 말로 무법천지. 공공연히 살인이나 강도, 폭행 등이 일어나고 각종 범죄가 일어나도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밤에는 밤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인간을 제외하면 다들 각자의 집이나 쉴 곳으로 들어가 두문불출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럼 어디, 쫄래쫄래 따라붙는 강아지를 잡으러 가보실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가는 진. 그는 무장은 하나도 하지 않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유유히 밤의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임무에 실패한 자들을 죽이고, 자신이 임무를 완수한다. 그것이 집행자들에게 내려온 규칙.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지만 이번만큼은 경우가 좀 틀렸다. 중요한 물건의 곁에 공교롭게도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가 붙어버렸다. 백은의 마랑. 전설로 이름을 남긴 사내. 무기를 들고 싸운다고 해도 힘들겠지만 만약 그가 수인족의 본능대로 오로지 자신의 육체만을 이용해 싸우려고 한다면 살아남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낮에는 자신이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챈 것 같았다.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지은 알 수 없는 웃음. 그것은 단지 단순한 허식인가? 아니면 정말로 나를 봤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는 불안감이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고 지나갔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면서 다른 어떤 불안감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저 수인족의 존재만으로도 불안감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에 결정타를 가하듯, 등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오들오들 떨고 있나?”
“후~. 눈치 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일 줄이야.”
“얌전히 사라지면 위해는 가하지 않겠다. 하지만 계속 따라올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생각하는 머리가 있다면 알아들을 법한 이야기다만?”
“내 생각 따위는 이미 예전에 버렸다. 단지 받은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
“후우~. 정말이지 좋게 말해서는 듣지 않을 놈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싸울 준비를 하는 수인족, 진. 집행자는 긴장을 하면서 낫을 빼들었다. 어둠 속에서의 검은 낫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간격을 잘 유지하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걸 감안하면 아주 불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무기는 거대한 낫인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집행자의 표정은 거의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변했다. 어떻게 이 어둠 속에서 검은 낫이 보인다는 것인가. 상대방이 적어도 무기를 모른 다면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에서는 그것도 불가능해져 버렸다.
“어떻게 안 거지?”
“미안하지만 내 눈은 어두워도 그럭저럭 잘 보여서 말이지.”
일단 달려들고 차후의 일은 따로 생각 할 수밖에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과 동시에 집행자는 몸을 날려낫을 휘둘렀다.
카가각!
날카로운 것이 갈리는 소리. 수인족은 단지 손톱과 손가락의 힘만을 이용해 전력으로 휘두른 낫을 막고 있었다. 집행자의 당황한 표정도 잠시, 어느새 날아온 날카로운 손톱이 정확히 그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큭!”
급하게 뒤로 물러서는 집행자. 수인족의 전투능력에 관해서는 익히 들었고, 백은의 마랑에 관한 소문도 질리도록 들었지만 이렇게 상대할 때 그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상대와 자신의 실력의 차이와, 상대의 별칭이 그냥 허명이 아니었다는 것을.
“큰 소리 쳐놓고 겨우 이게 다라면 조금 섭섭한데.”
그렇게 말하면서 한 걸음씩 다가오는 백은의 마랑.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그의 실루엣은 보통 사람이 본다면 충분히 정신을 잃고도 남았겠지만 다행히 집행자로서 교육을 받아오고, 공포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있던 터라 그는 간신히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일단 도망가야 된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조금은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도망갈 틈만 만들면 되니까, 그 이후에는 두 다리를 믿고 전력으로 도망가면 된다. 그러나 상대는 그가 생각 한 것만큼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쪽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지는 몰라도 도망갈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무서울 정도의 스피드로 자신을 몰아치고 있었다.
“이…괴물!”
“그런 말은 이제 지겹다만?”
푸욱!
“에?”
눈치체지 못했다. 어느 틈엔가 그의 날카로운 손톱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었다. 깨닫고 나서 느껴지는 고통. 피가 흐르는 감촉. 살점이 찢기는 고통. 비명조차도 지를 수 없다. 어느새 목을 타고 넘어와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 그저 멍한 표정을 한 채 뒤로 몇 걸음 비틀 거리면서 물러섰다. 거기에 확실한 결정타를 넣듯이 진의 손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고, 그 순간, 집행자의 목은 몸통과 분리되어 그대로 땅에 굴렀다.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불은 피. 비릿하게 퍼지는 혈향. 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쓰러진 시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조금은 재미있는 말을 생각해 봐. 그러면 마음이 변해서 살려줄지도 모르니까.”
이미 죽은 자에게는 의미가 없는 말. 그러나 진은 알고 있었다. 이 어둠 속에서 자신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 자의 전투를 본 자가 있다는 것을.
# by | 2007/05/29 17:01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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