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el of fortune-Part1-3-

금방 또 소설이 올라왔습니다.
일상적인 포스팅은 거의 방치상태...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우소다!

데브네꼬의 성우는 타무라 유카리로 확정...


오래간만에 목욕탕에 가서 몸이나 담굴까냥...

 

쫓아오는 자들을 피해 얼마나 도망 쳤을까, 루나는 잠깐 멈춰서 호흡을 가다듬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저들의 눈에 띈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두 가지. 전력으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맞서 싸우거나. 하지만 이곳은 사람들의 눈이 많다. 최악의 경우에는 수도경비대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힐지도 모르는 일. 위험부담을 안는 모험은 되도록 피해야만 한다. 지금 그녀에게는 그녀를 지켜줄 동료나 힘이 달리 없었기 때문에.

‘쳇. 짜증나게 돼버렸는걸.’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계속 달려갔다. 눈앞 모퉁이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것은 눈치체지 못하고.

퍽!

보기 좋게 정면충돌해 벌러덩 나자빠진 루나. 엉덩이가 아프기는 했지만 그것에 정신을 팔  수는 없었다. 일단은 저 검은 옷을 입은 자들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몸은 머리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젠장! 앞은 좀 보고 다녀!”

“미안해요! 늑대아저씨!”

일단 급하니까 대충 사과를 한다. 어차피 지나가는 사람이었으니 앞으로 마주칠 확률은 모래사장에서 좁쌀 찾는 것만큼의 낮은 확률이겠지만.

‘정말이지 이런 때에 부딪치기나 하고!’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일단은 끈질기게 따라오는 추적자들을 따돌리는 것이 먼저였다. 이번에 궁지에 몰리면 그 때는 정말로 살아남기 힘들거나, 아니면, 평생 끔찍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흑의인들은 흑의인들 대로 사력을 다해 루나를 쫓아가고 있었다. 지금 몇 번이나 임무를 실패한 그들에게 있어서 이번 기회는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그걸 두 눈 멀쩡히 뜨고 놓쳐버린다면 어떻게 될 지는 눈을 감고도 뻔히 보인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사력을 다해 그녀를 잡아 그녀가 가지고 있는‘그것’을 가져와야한다.

“놓치지 마라!”

대장의 목소리에 흑의인들의 뛰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진은 엉덩이를 툭툭 털어내고 루나가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다. 분명히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 인파 사이에서 희미하게 풍겨오는 엘프 특유의 향기를 쫓아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만난 적이 있어. 아주 예전에….’

진의 머릿속에서 꽤 오래 전의 일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종족전쟁 당시의, 지금에서는 잘 생각나지도 않는 일이.

언제나처럼 그가 이끄는 수인족의 군대는 인간들의 군대를 처절하게 살육하고 있었다. 몇 천이나 되는 인간의 병력이 달려들었지만 백은의 마랑이라 불리던 그와 그가 이끄는 수인족의 정예에 타격을 주기에는 힘들었다. 물론, 진의 군대 쪽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흥. 결국 또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는군.”

“대장. 이제 어떻게 합니까?”

“일단은 근처에서 휴식을 취한다. 경비는 돌아가면서 설 수 있도록 하고, 부상자들과 사망자를 파악해서 보고 할 수 있도록 해.”

“예!”

부관이 물러나자 진은 손을 한 번 털어냈다. 아직 식지도 않은 뜨거운 피가 붉어진 대지 위에 떨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의미 없는 전쟁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전쟁이 끝날 것인가. 머릿속으로 그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진의 눈에 한 소녀가 들어왔다. 죽어간 병사들의 시체를 뒤적이는 소녀. 옷은 옷이라고도 하기 민망할 정도로 누더기였고 손과 발은 여기저기 터서 엉망진창이었다.

“부관.”

“예.”

“저 소녀는 누군가?”

“전쟁터에서 흔히 있는 도둑들이겠지요.”

“저 아이를 데려와라.”

어째서 데려오라고 했는지는 모른다. 단지, 아직 어려 보이는 소녀가 전쟁에 휘말린 것이 불쌍해서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에서였을까.

“이거 놔줘요!”

“얌전히 있어!”

소녀는 발버둥을 치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저항 같은 것은 하지 못한다. 상대는 어른, 그것도 인간의 몇 배나 되는 힘을 지닌 수인이니까.

“거참, 되게 말을 안 듣는 녀석일세.”

“놔줘요! 놔줘! 이 악마들아!”

“진정해라. 꼬마아가씨. 우린 널 해치려는 게 아냐.”

진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 소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진정이 되자 그는 소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있으며 왜 죽은 병사들의 소지품을 챙기고 있는지. 소녀는 처음에는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이윽고 하나씩 대답하기 시작했고 이야기를 다 끝낼 즈음에는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부모에게 버림 받았나 보군요.”

“아무리 전란의 시대라고는 해도 말이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은 데리고 간다. 근처에 쉴 만한 장소를 찾아라.”

“예!”

그 뒤 그 소녀는 수인족 군대의 본대에 맡겨진 다음 엘프들에게 갔다. 물론 진은 그 소녀가 엘프들에게 갈 때 까지 보호자란 명목으로 잠시 같이 있기는 했지만.

‘분명히 그 때 뾰족한 귀에 금발이었지.’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자신의 후각이 기억하고 있는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히 과거의 그 소녀일 것이다. 물론 그 대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으니 꽤 컸겠지만.

루나는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하필이면 담벼락만 높고 도망칠 곳은 전혀 보이지 않는 최악의 장소. 뒷걸음질 치다 벽에 등이 닿는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그걸 깨닿는 순간, 입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 나왔다.

‘정말 이제 끝인가.’

마지막에 와서 도움의 손길을 뿌리친 행운의 여신을 살짝 원망하면서 활과 화살을 꺼내 든다. 어차피 저들은 자신을 노리개로 하던, 어떻게 다루던 죽일 것이 분명했다.

‘저승길 동무로는 조금 최악이지만.’

“젠장. 잘도 그렇게 도망쳤겠다!”

“그 쪽의 집념도 굉장한걸.”

“이제 더는 도망칠 곳도 없을 거다! 붙잡아서 XXX에다 XXX하고 XXX한 짓을 해주마!”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표현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게다가 큰 소리로 외쳐대는 대장격의 남자. 순간적으로 모든 흑의인들의 차가운 시선이 그를 향했지만 그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허리의 칼집에서 장검을 빼들었다.

“자! 그럼 어디 최후에 할 말이나 들어볼…”

“잠깐!”

갑자기 흑의인들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흑의인들은 순간적으로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덩치의 수인족이 무서운 눈으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 대장격의 흑의인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그 수인족을 향해 용기를 내서 외쳤다.

“네놈은 누구냐!”

“여럿이서 모여 여자 한 명에게 덤벼드는 자들에게 댈 이름 따위는 없다.”

“방해를 할 생각인가!”

“덤비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단, 날 죽일 자신이 있다면 말이지.”

수인족의 고압적인 자세. 단 한 명만으로 십 수 명의 인원을 압도하는 위압감에 흑의인들은 그저 침을 꿀꺽 삼킬 뿐이었다.

“조용히 물러간다면 말썽은 일으키지 않겠다.”

“크으…두고 보자!”

목표를 눈앞에 두고 물러난다는 것이 분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인족을 상대로 해서는 이 정도 인원이라고 해도 무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전투력은 인간보다 월등했으니까.

“현명한 놈들이군.”

“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별 것 아니야.”

“그런데 왜 절 도와주신 거죠?”

“글쎄. 어째 서려나?”

“네?”

“기억 안 나는가보군. 꼬마 아가씨.”

꼬마아가씨라는 말을 듣는 순간, 루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쩍 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그렇게 부른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아주 예전에 딱 한 번 만나기는 했지만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자상하게 대해준 수인족의 젊은 청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루나의 표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설마….”

“오래간만이다. 루나.”

“진 아저씨!”

두 사람의 재회는, 정말로 우연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렇게 이루어 졌다.

한참을 도망가던 흑의인들은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번에 실패했다고 해도 단순한 처벌 정도로만 넘어가겠지만 그 수인족과 싸웠다면 분명 자신들은 지금쯤 이세상의 존재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죠?”

“젠장. 항상 쓸데없는 곳에서 방해냐!”

“일단은 실패했다고 말하는 편이….”

“아니!”

대장 흑의인은 고개를 저었다. 실패했다고 말해버리면 이제 기회는 더 이상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단 하나다. 조직의 규율은 엄격하니까 분명 어떤 식으로든 처벌이 가해질 것이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말단들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을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다.

‘제길. 그 수인족 놈만 아니었어도!’

머릿속으로 그렇게 화를 내봐도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일단은 보고를 미루고 차후에 기회를 노린다. 그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일단 아지트로 돌아간다. 차후의 일은 거기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

“그럴 필요는 없다.”

대장흑의인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전에도 몇 번인가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 조직의 규율을 집행하는 집행자. 그는 검은 옷을 입지도, 무기를 들고 있지도 않았지만 몸에서 풍겨 나오는 위압감은 다른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너희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그것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건 예상치 못한 방해가…!”

“핑계는 저승에 가서 하는 것이 좋아.”

그렇게 말한 집행자의 손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것은 집행자들에게 허용된 살육의 도구. 검은 연기는 서서히 모양을 갖추기 시작해 이윽고, 하나의 거대한 낫으로 변했다. 광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로지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진 낫.

“제길! 이렇게 된 이상 넋 놓고 당할 수는 없다!”

그렇게 외치면서 대장흑의인이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어떻게 보면 대담무쌍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단지 최후의 발악에 지나지 않았다. 집행자의 낫이 큰 호선을 그리는 순간, 대장흑의인은 그대로 허리가 두 동강이 난 채 땅에 널브러졌다. 바닥에 퍼져가는 붉은 피. 꿈틀꿈틀하는 몸에서 삐져나오는 내장덩어리. 남은 흑의인들은 본능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지만 그것도 집행자의 눈에는 부질없는 짓으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

“어리석은 놈들. 난 굳이 어희들을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

“에…?”

“어디까지나 네놈들의 리더가 무능했을 뿐이다. 너희들은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니까.”

안심하는 다른 흑의인들. 그들에게 이미 대장의 죽음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다른 존재의 죽음으로 변해버렸다. 일단 인간이라는 것은 위기상황에 봉착하게 되면 자신의 안위 이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존재니까.

“그렇다고 해도 조직의 규율대로 처벌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

“뭐, 뭐라고?!”

“우리의 주의 부활에 필요한 피, 받아가겠다.”

당황한 흑의인들 사이로 파고들어가 거대한 낫을 인정사정없이 휘두르는 집행자. 사방으로 피와 내장이 흩날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쓰러지는 흑의인들. 마지막 남은 흑의인이 목이 굴러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집행자는 낫을 거뒀다.

“그 혼과 피는 주의 부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잠들어라.”

그렇게 말하는 집행자를 중심으로 거대한 하나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복잡한 룬 문자와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이루어진 검은색의 마법진. 그 속으로 흑의인들의 시체와 피가 빨려 들어가더니 이윽고,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자 집행자는 마법진을 거두어들이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분들이 말한 대로 운명의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 한 것 같군. 재미있어.”

그런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희미한 혈향이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진과 루나는 근처의 주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은 뭘 하고 지내는지 등등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 같았지만 대화의 내용은 심각했다.

“엘프의 숲을 나온 이후에 계속 쫓겨 다녔다는 거구만.”

“네. 다 이것 때문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루나가 내민 것은 정교하게 세공이 되어 있는, 검은 광택을 발하는 보석이 달려있는 목걸이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목걸이 같은데?”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절 끈질기게 쫓아오는 인간들의 이야기에서 미루어 봤을 때 분명 뭔가 굉장한 아티팩트가 분명해요.”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널 집요하게 쫓아올 이유가 없겠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지만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요.”

“그 동안 힘들었을 텐데 잘 참았다.”

그렇게 말하면서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진. 그 손길에 담긴 따스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할 거냐?”

“모르겠어요.”

그 대답대로, 루나는 지금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지금까지 도망치고, 살기위해 싸운 것 이외에는 아무런 목적도 없었으니까. 그런 루나의 모습을 보던 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내 친구에게 가보도록 하지.”

“네?”

“내 친구 중에 꽤 실력 있는 마법사가 있으니까. 그 친구에게 물어보면 이게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몸은 컸지만 여전히 어린 구석이 있구나. 넌.”

“우~.”

“어차피 나도 별다른 일이 없으니까. 그럼, 이걸로 결정한 거다?”

그녀는 기쁘면서도 아직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이 수인족의 남자에게 살짝 불만을 가졌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듯해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일단 여기서는 왕창 마셔볼까!”

“에?!”

“어차피 내일부터 움직이면 되는 거야. 안 그러냐?”

조금 전 까지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왠지 바보 같다고 느끼는 루나였다.

by zerose | 2007/05/24 15:29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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