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21일
Wheel of fortune -part1-2-

관리국 최강의 백합커플. 집무관님 모에!
어디로 도망쳐도 끝없이 쫓아온다. 지금까지 그들 때문에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소중한 것들마저 잃었다. 더 이상 그렇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간절히 힘을 갈구하고 있었다. 자신을 쫓아오는 자들을 떨쳐내고, 평범한 생활을 지켜나갈 힘을. 그러나 지금 그녀의 힘은 자신을 지키기에도 버거울 정도였다.
“하아, 하아….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따라붙네. 너희들이 날 따라오는 목적이 대체 뭐야?”
“죽을 년에게 그런 걸 일일이 말해 줄 것 같나? 천박한 반쪽짜리 엘프계집.”
그렇게 말하면서 하프엘프 여성에게 다가가는 검은 로브의 집단. 그들은 다들 손에 한 자루 롱소드를 들고 있었고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각자가 무서울 정도의 적의와 살의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포위된 상황에서도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듯, 활과 화살을 붙잡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걸 보면서 흑의인중 한 명이 비웃듯이 말했다.
“겨우 그런 화살로 뭘 하겠다는 거냐? 최후의 발악인가?”
“최후의 발악일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아는 법이라고.”
“어리석은 년.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구나!”
“누가 어리석은지 한 번 보자고!”
“모두! 저 년을 죽여버려!”
그 흑의인의 말과 동시에 다른 흑의인들이 동시에 칼날을 뻗었다. 사방팔방으로 날아오는 칼날의 어느 한 구석에도 도망칠 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활에 화살을 재어 쐈다. 그러자 하나인 화살이 갑자기 십 수 줄기가 되어 흑의인들을 꿰뚫었다. 당황하는 흑의인들. 그러나 이미 뻗은 검을 멈출 수는 없었다.
챙!
활과 허리에 찬 쇼트소드를 뽑아 날아오는 칼날을 쳐낸 다음 가장 가까이에 있는 흑의인의 목에 검을 박아 넣는다. 그리고 다시 신속하게 화살을 뽑아 이번에는 허공을 향해 쐈다. 허공에서 다시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 그 일격만으로도 대부분의 흑의인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남은 흑의인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흑의인은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했으나 그녀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네년은…괴…물…이냐….”
“난 괴물이 아냐. 나에게는 루나 브로우닝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땅에 떨어진 롱소드를 집어 들고 가차 없이 흑의인의 숨통을 끊는 그녀, 루나 브로우닝. 그녀는 아무런 감상 없는 얼굴로 자신의 칼을 다시 칼집에 꽂아 넣고 힘없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런 싸움은 이미 그녀에게는 익숙한 일이었고 어느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에 죄책감을 더 이상 느끼지도 않았다. 단지 지금의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짓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모두 당신들이 나빴던 거야.”
그렇게 말하는 루나의 얼굴은 다른 어느 때 보다도 초췌해 보였다.
어느덧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매달려 온 지 3개월 남짓. 루나는 지칠 대로 지친 기색으로 엔드릴 왕국의 수도인 아바론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인간들만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하프엘프인 루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보다는 허름하고 꼴불견인 몰골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불쾌한 시선을 던졌고 일부는 동정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녀는 신경질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인간들은 다 똑같아. 불쾌하다거나, 아니면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
그녀는 그렇게 뱉어내듯이 말하고는 근처에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여관으로 걸어갔다. 보통 같으면 당장에 쫓겨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녀는 종업원의 주머니에 금화를 찔러 주고 카운터에서도 당당히 금화 세 개를 내놓고 키를 받아 당당하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세 명의 흑의인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방에서 둥근 탁자를 놓고 둘러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두 명은 로브에 두건까지 뒤집어써서 표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른 한 명은 로브만 걸쳤을 뿐,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암고양이 한 마리가 너무 설치는 것 같군.”
“더 이상 놓치기만 할 순 없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반복되는 비극은 피해야 할 터.”
“무한히 반복되는 업의 사슬에서 풀려나기 위해서라도….”
“아무튼 반드시 그년과 활을 손에 넣어야 하니까.”
“그럼, 수고해주시게.”
“우리는 우리대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그럼 나중에 보지.”
두건을 뒤집어 쓴 흑의인 두 명은 방을 나갔고 방안에 홀로 남겨진 남은 흑의인은 입가에 비릿한 조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어디, 발버둥 치는 암고양이의 최후를 지켜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표정에는 무언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희열감이 잔득 베어 나오고 있었다.
루나가 여관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고 몸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었다. 근 1개월 가까이 제대로 씻지를 못해 찝찝한 느낌이 이제는 짜증을 저절로 유발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좋다.”
그녀는 따뜻하게 데워진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그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축 늘어졌다. 그동안 도망치느라 제대로 쉬질 못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그녀의 머릿속은 몽롱함 그 자체였다.
“이대로 며칠간만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네.”
루나는 늘어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조금씩 욕조 속으로 가라앉았다.
목욕을 마친 그녀는 목욕가운 한 장 만을 걸친 채 침대에 그냥 누워 있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채로 섹시한 자태를 보이고 있는 그녀이기는 했지만 이런 대도시에서까지 적들이 무식하게 쳐들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거기다 깊은 새벽에 달려들 것을 생각해 이미 문과 창문에는 정령들을 소환해놓은 상태였다.
“대비책도 세워놨으니까 안심하고 있어도 되겠지.”
그녀는 완전히 긴장을 놓은 채 서서히 잠의 나락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루나가 있는 여관의 지붕. 그 위에는 한 명의 흑의인이 조용히 아래쪽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이미 창문과 문 쪽에는 정령이 나온 상태고 달리 여관 안으로 쳐들어갈 방법도 없었다. 조금 거칠게 일을 할 수도 있기는 했지만 그랬다가는 분명히 주변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일에도 차질이 생길지도 몰랐다.
“일단 지금은 최대한 느긋하게 즐기고 있으라고. 조만간 네년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 테니까.”
지붕 위의 흑의인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있는 존재는 어둠이라는 것에 이중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끝없는 공포,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안락함. 하지만 루나는 어둠 속에서도 편히 있지를 못했다. 잠들게 되면 매번 찾아오는 끔찍한 악몽. 언제나 똑같이 반복되는 꿈이라서 그런지 지금은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손에 남는 감촉, 몸에 남은 느낌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매번 처음 느끼는 것처럼 거부감이 일어나고,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그 꿈. 오늘도 그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침대에서 튕겨나가듯이 상체를 일으켰다.
“하아, 하아, 하아….”
루나는 자신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봤다. 손바닥에도 땀이 흥건하게 배어 나와 있었다. 꿈속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자들의 목숨을 가차 없이 거두어간 그 손. 그녀는 꿈속에서 피와 살인이 주는 희열에 취해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손짓만으로도 머리가 박살나고, 몸통이 찢어져 피의 강을 만들고 시체로 산을 쌓아간다. 그걸 떠올리자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내가 한 일이 아니야.”
그녀는 다시 이불을 덮고 억지로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같은 악몽은 두 번 꾸지는 않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다음날, 악몽 때문에 땀을 너무 흘렸던 탓일까, 루나는 찝찝한 느낌과 함께 일어났다. 옷은 언제 다 세탁했는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짐 역시 깔끔하게 정리된 그대로였다. 아마도 여관의 종업원들이 루나가 자는 사이 들어와서 정리한 것이리라.
“자는 사이에 들어오다니….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은걸.”
언제나 위협과 추적에 시달려 온 그녀였기에 여관 종업원들의 그런 태도에 기분이 조금 상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차원에서 그랬겠지만 루나에게는 날카로워 지고 뒤틀린 심사를 자극 하는 것 이외의 결과 밖에는 되지 않았다.
“어쨌든 귀찮은 일을 해준 것에 대한 감사는 하는 것이 좋겠지?”
감사라고 해봤자, 고작 팁을 몇 푼 더 주는 정도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곳의 종업원들은 좋아 죽으려고 할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돈에 약해빠진 생물이니까.
“어쨌든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어. 그 지긋지긋한 놈들과 상대하기는 싫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짐을 챙기는 그녀. 그런 그녀를 조용히 감시하고 있다는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아직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암캐가 움직이려 하고 있군.”
루나를 감시하던 흑의인은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마치 오랫동안 노리던 사냥감을 찾아냈을 때의 사냥꾼의 눈빛처럼 그의 눈에는 흥분과 광기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등 뒤에 서 있던 몇 명의 흑의인 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 본인은 눈에 띄지 않게 루나를 쫓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발버둥 쳐보라고. 마지막 저항은 격렬할수록 재미있는 법이거든.”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게 뒤집어 쓴 후드 속에서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여관을 나오자마자 루나는 혹시나 자신에게 누군가 미행이 붙지 않나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오랜 도피생활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움직임. 일단 지금 당장 그녀를 미행하는 무리는 없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들의 감시의 눈은 어디에나 펼쳐져 있으니까 분명히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질리지도 않는 가보네. 포기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수중에 그 물건이 있는 한 그들은 분명 그녀를 지옥 끝가지라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진짜로 지옥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슬슬 숨바꼭질을 시작해 볼까?”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복잡한 인파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주변에서 감시하던 흑의인들 역시 바쁜 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비원의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한참 도시 안을 헤매던 루나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이곳은 거대한 대국의 수도. 그렇다면 길이 복잡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특히나 역사가 오래 된 곳은 골목이나 다른 곳으로 가면 갈수록 길이 복잡해져 나중에는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게 되는데 지금의 그녀는 그런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너무 머리를 굴렸어. 실프, 길을 조금 알아봐줘.”
어느새 그녀의 손에서 소환된 작은 바람의 정령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직후 들려오는 둔탁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그녀의 표정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도 이런 목소리를 지니고 있는 자들을 잘 알고 있기에.
“호오~. 여기서 길을 잃고 헤매고 계셨나?”
“누군가 했더니 또 지저분한 사냥개들이네. 이제 그만 적당히 하고 물러나는 것이 어때?”
“협박인가? 아니면, 농담인가?”
“둘 다 아냐.”
“어쨌든 얌전히 물건만 내놓는다면 목숨만은 보장해주지. 단, 내 부하들에게 잡힌 뒤의 처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난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정도로 세심하지는 않거든.”
“배려는 고맙지만 사양하도록 하지. 그런 식의 배려는 짜증만 나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활을 집어 드는 루나.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아마도 주변에 꽤 많은 수의 적들이 깔려 있을 것이다. 자신은 혼자. 상대는 다수. 제아무리 실력이 좋고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숫자로 밀어붙이게 되면 당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자신은 그렇게 실력이 빼어나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 이런 때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해 전력으로 도망을 치는 것. 하지만 이들이 몇 겹으로 친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것은 그녀에게는 버겁게 느껴지기만 했다.
“말귀를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감이로군.”
“유감은 내가 해야 할 소리야.”
그렇게 대꾸하면서 활에 화살을 실어 눈앞의 남자를 겨냥한다. 맞출 생각 따위는 없다. 어디까지나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틈을 만들기 위한 것일 뿐. 눈앞의 남자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 화살은 시위를 떠나 남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큭!”
남자가 당황하면서 화살을 피한 순간, 루나 역시 동시에 몸을 날려 남자를 뛰어 넘었다. 인간의 힘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도약력. 그것은 지금가지 루나가 살아남기 위해 가진 능력 중 그나마 쓸모 있다고 생각되는(그녀의 생각으로는)능력이었다.
“제길! 놓치지 마라!”
남자의 외침에 호응하듯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루나를 쫓아가기 시작하는 흑의인의 무리. 그녀는 입가를 일그러뜨리면서 자신이 달릴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만나게 되는 존재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 by | 2007/05/21 13:48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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