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el of fortune Part1-1

 Part1-1.조우

대륙력 1621년. 거대한 전란의 불길이 대륙을 휩쓸었다.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들이피를 흘려가면서 벌인 종족전쟁. 10여년의 전란은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이 될 만큼 참혹했으며 바다는 마르고 대지는 갈라졌다.

결국, 드래곤 로드 키르하이스의 중재 아래 모인 각 종족의 대표들은 정전협정을 체결하고, 전쟁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전쟁이 끝난 지 20여년. 사람들은 조금 씩 전쟁의 상처를 지워가고 있었다. 불타버린 땅에 다시 집을 세우고, 농사를 지으면서 평온해 지려 할 때, 다시금 전운의 먹구름이 조금 씩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종족전쟁 당시 입은 피해가 너무 막대했기에 직접적인 전투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단지, 사람들 사이에 전쟁의 조짐이 보인다는 소문이 들릴 뿐.

대륙 남부에 위치한 인간들의 나라인 엔드릴 왕국. 종족전쟁 당시 직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덕분에 전란의 화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고, 전쟁이 끝난 뒤로는 국력증강에 힘을 쏟아 지금은 대륙 안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부와 무력을 지닌 국가가 되어 있었다.

그 엔드릴 왕국의 수도인 아바론. 그곳에는 왕국의 권력의 일익을 쥐고 있는 바레스터 공작의 저택이 있었다.

저택은 한 나라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자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꾸밈이 없고, 아담했다. 그런 그 곳에서, 엔드릴 왕국 최고의 권력자가 한 명의 남자에게 쩔쩔매고 있었다. 상대는 웨어울프(늑대인간. 여기서는 수인족의 한 종류). 바레스터 공작은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나에게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이곳에 무단침입 했으며, 왜 찾아왔는지 말해주시오. 아니면….”

“침입자가 그런 걸 일일이 말할 정도로 만만해 보이나? 너무 얕보는군.”

공작의 싸늘한 목소리와는 달리, 수인족은 그야말로 여유가 넘치고 있었다. 복장은 평범한 천옷에 가죽부츠와 얇은 철판으로 된 하프 플레이트, 그리고 등에 매고 있는 태도. 어딘가에서 용병으로 굴러먹다 온 생김새였지만 눈빛과 표정에서 풍기는 중압감은 보통의 수인족과는 확실히 틀렸다.

“일단, 무단침입은 확실히 이쪽의 무례니 사과하도록 하겠소. 내 이름은 진 예거. 한 번 쯤은 들어봤으리라고 생각하오만?”

“다, 당신이 진 예거?!”

공작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전쟁 당시 백은의 마랑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면서 하나의 전설처럼 되어 있는 남자.  단독으로 정규기사단 100여명 가량을 상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쟁의 최후까지 인간들을 도륙했다고 하는 그. 그런 그가 왜 자신의 집에 찾아 왔는지 공작은 알 길이 없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시오. 난 단지 금전적인 거래를 청할 생각이니.”

“거래?”

“그렇소. 이걸 좀 사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진이 품속에서 꺼낸 것은 찬란한 금빛을 발하는, 정교하게 세공이 된 하나의 팔찌였다. 오로지 금만으로 이루어진 그 팔찌에 너무나도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는 포도와 나뭇잎.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을 이 수인족의 나자는 선뜻 팔려고 하고 있었다.

“가, 가격은 얼마나…?”

“너무 크게 부르는 건 무례를 범한 쪽의 예의가 아니겠지. 대략 3만탈렌 정도가 어떻겠소?”

“조, 좋소!”

공작은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말을 떠듬떠듬 거리고 있었다. 이런 보물을 사려면 적어도 10만탈렌 정도는 줘야 할 터. 그런 물건을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에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공작의 판단력은 상당히 흐려져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만 탈렌짜리 지폐 세 장을 꺼내 주고는 팔찌를 받았다.

“그럼, 이만.”

진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공작은 팔찌를 보면서 극도의 흥분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 팔찌로 인해 자신의 가문이 한순간에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었다.

공작의 저택을 나온 진은 수중에 생긴 돈을 보면서 속으로 한심하다고 중얼거렸다. 인간들은 눈앞의 이익만을 쫓고, 그것이 나중에 독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 지금 당장의 달콤함에만 몸을 맡긴다. 전쟁 당시에도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넘쳐났고, 지금도 넘쳐나고 있다. 아마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금 거대한 전란이 생길지도 모른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생이 짧은 것의 반증일지도 모르지.”

진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큰 길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는 골목을 향해 들어갔다. 그 순간!

퍽!

“켁!”

“꺄악!”

골목에서 갑자기 달려 나온 무언가에 부딪쳐 진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쓰러졌다. 정신이 없는 것도 잠시, 그는 수인족 특유의 그르렁 거리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젠장! 앞은 보고 다녀!”

“아야~. 아, 이럴 때가 아냐! 미안해요! 늑대아저씨!”

그렇게 말하고는 급하게 어딘가로 뛰어가는 사람을 본 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사람은 뾰족한 귀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백금발의 엘프 여성이었기 때문에. 인간들의 왕국인 이곳에서 저런 엘프를 찾는 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뭐야? 엘프가, 그것도 어째서 여자가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어쩌면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가는 하프엘프일지도 모르지만 진은 일단 그녀를 따라가기로 했다. 조금 전의 무례를 확실히 보상 받는 것 이외에도 묘한 느낌이 그로 하여금 그녀를 따라가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인가? 아니, 분명히 받은 적이 있어.’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가 사라진 골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by zerose | 2007/01/05 15:34 | └Wheel of fortun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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